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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4일 화요일

자불어(子不語) 천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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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자불어(子不語) 천줄읽기
지은이 : 원매(袁枚)
옮긴이 : 박정숙
분야 : 중국 / 소설
출간일 : 2015년 3월 20일
ISBN : 979-11-304-6182-3 03820
가격 : 12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156쪽

발췌율: 7%(700편 중 50편)



☑ 책 소개

공자는 ‘자불어 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기괴한 것, 힘쓰는 것, 어지러운 것, 귀신과 관련된 것은 말하지 않았다. 원매는 각 지방의 기이한 이야기를 엮어 ≪자불어≫를 집필했다. 교훈을 주는 글만이 문학이 아니다.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 가운데 문학이 있고 사람이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이 책은 청대(淸代)의 저명한 문인인 원매(袁枚, 1716∼1797)가 약 40년에 걸쳐 모아 완성한 ≪자불어(子不語)≫ 24권과 ≪속자불어(續子不語)≫ 10권 중의 이야기를 골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서명인 ‘자불어’는 ≪논어(論語)·술이(述而)≫에서 ‘공자는 기괴한 것, 힘쓰는 것, 어지러운 것, 귀신과 관련된 것은 말하지 않았다(子不語怪力亂神)’에서 따온 말이며, 주로 청대의 여러 지역에서 전래되는 기괴한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수록하고 있다. 그런데 원나라 사람의 저서 중에 ≪자불어≫라는 책이 있어서, 남송(南宋) 시기 동양무의(東陽無疑)의 ≪제해기(齊諧記)≫에 견주어 ‘신제해(新齊諧)’라고 고쳤다. ‘제해’는 ≪장자(莊子)·소요유(逍遙游)≫에서 ‘제해는 기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齊諧, 志怪者也)’라고 한 데서 따온 말이다. 그러나 원대의 ≪자불어≫는 이미 오래전에 일실되었기에, 원매가 처음 명명한 대로 ‘자불어’라는 서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자불어≫는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 기윤(紀昀)의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과 더불어 청대의 3대 문인 소설로 손꼽힌다. 그중 ≪자불어≫는 각 지방의 기이한 이야기를 가장 방대하게 수록한 책이다. 원매는 어떤 특별한 목적이나 기이한 이야기에 대한 무슨 감흥이 있어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책에 공을 들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유유자적하며 귀가 솔깃해지는 사건들을 두루 채집하고 허황된 이야기를 기록해 담아 두고자 했을 뿐이라고 그 편찬 의도를 밝혔다. 이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원매는 직접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이야기도 많이 기록했으며 역대의 주요 필기 자료 속에서도 적지 않은 이야기를 채록했다. 실제 ≪자불어≫에 담긴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 사건이 일어난 시기나 장소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정황이나 그와 관련한 배경 등을 언급함으로써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인다. 이야기 자체는 기이하고 황당하지만, 그 사건은 누가 허구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것임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원매가 이와 같은 기이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개인적인 성향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유가의 문학적 효용론에 입각하지 않고 개인의 문학적 개성을 강조했다. 특히 심덕잠(沈德潛)이 주장한 도덕적인 문학론인 ‘격조설(格調說)’에 반대하며 ‘성령론(性靈論)’을 주장했다. 성령론은 한마디로 사람의 성정을 중시하는 문학론이다. 성정이 발로하면 어떤 격률에도 구속되지 않고 저절로 글로 표현되며, 또 자신의 격률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자유로운 문학적 성향이 있었기에 원매는 공자가 말하지 않은 이야기, 즉 믿기지 않는 기이한 이야기, 현실이 아닌 귀신의 이야기를 즐겨 모아 간행할 수 있었다.
원매는 전체 700여 개가 되는 이야기를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각 지역의 고묘(古廟)를 둘러싼 마을 신앙과 관련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풍속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50개를 발췌했다.


☑ 책 속으로

·밤에 선생이 외출하자, 사씨는 달구경을 하며 시를 읊조리다가 어떤 한 사람이 기도하는 것을 보고서는 신상(神像) 뒤에 숨어 엿보았다. 그 기도를 들으니, ‘오늘 밤에 물건을 훔치게 되면 반드시 세 가지 제물을 가져와서 바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비로소 도둑임을 알았다. 마음속으로 ‘신은 총명하고 정직한 사람인데 어찌 제물에 마음이 동할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도둑이 도리어 와서는 다시 소원을 빌었다. 문하생은 마음이 크게 불편해 문장을 지어 그 신을 책망했다. 신이 밤에 그의 스승의 꿈에 나타나 장차 문하생에게 재앙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스승이 잠에서 깨어나 문하생에게 물으니, 문하생은 변명을 하며 잡아뗐다. 스승이 분노해 그 상자를 수색하자 마침내 신을 책망하는 원고가 있으므로 화를 내며 불살랐다. 이날 밤 신이 비틀거리며 뛰어와서는 ‘내가 네 제자가 신명에 불경스러움을 말하고 벌을 내리고자 한 것은 다만 그를 겁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네가 그의 원고를 불살라 행로신(行路神)에 의해 동악(東岳)에게 상주되는 바람에 지금 곧 나를 관직에서 면하고 심문하고자 한다. 한편으로 이 성황 자리를 상제에게 상주해 너의 제자로 보충하고자 한다’고 말하고는 울먹이며 물러났다.

·“송나라 원우(元祐) 연간에 염지 물을 떠다가 달였으나 며칠이 지나도 소금을 얻지 못했다. 상인들이 당황해 묘에 가서 기도했다. 꿈에 관신이 여러 사람들을 불러 놓고 이르길, ‘너희 염지는 치우(蚩尤)가 관장하는 까닭에 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지 못한다. 내가 제사를 흠향했으니 선처하겠다. 다만 치우의 혼은 내가 제어할 수 있으나, 그 아내 효(梟)는 악독함이 매우 심해 내가 제어할 수 없다. 반드시 내 동생 장비가 와야만 비로소 감금할 수 있다. 내가 이미 사람을 익주(益州)로 보내 그를 불렀다’고 했다. 사람들이 놀라 깨어났다. 곧바로 묘에 장비의 상을 세웠다. 그날 저녁에 바람과 번개가 크게 치더니 썩은 나무 한 가지가 쇠 동아줄 위에 올라가 있었다. 다음 날 물을 취해 소금을 끓이니 10배를 얻었다.”

·“마효렴, 너는 장래 백성을 다스릴 직책을 가질 것인데, 또한 일에는 완급과 경중이 있음을 알지 않는가? 네가 닭을 훔친 게 되면 객사를 잃어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의 아내가 닭을 훔친 게 되면 즉시 칼에 베여 죽는다. 나는 차라리 영험하지 못하다는 이름을 받고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겠다. 상제께서는 내가 판결의 본령을 아는 것을 보살피시어 3급을 올려 주셨는데, 너는 나를 원망하는가?”
효렴이 말했다.
“관신은 이미 상제에 봉해졌는데 어찌 승급합니까?
점신이 말했다.
“오늘날 사해구주에는 모두 관신묘가 있는데, 어찌 허다한 관신이 제사를 분향하겠는가? 대개 촌향에 세워진 관신묘는 모두 상제의 명을 받들어, 마을 귀신 중 평생 정직했던 자를 택해서 그 일을 대신 맡긴다. 진정한 관신은 상제의 좌우에 있으니 어찌 속세로 내려오겠는가?
효렴이 이에 굴복했다.

·갑진(甲辰)년 큰 가뭄이 일어났는데, 평호(平湖)에 더욱 심했다. 조(趙) 통판이 현을 다스리면서 징세를 재촉하고 형법을 엄격하게 해 읍 사람들이 크게 두려워했다. 그때 구걸하는 아이가 매우 많았는데, 홀연히 검은 개가 똑바로 서더니 사람의 말을 하며 다음과 같이 알렸다.
“조 통판은 창고에 구휼할 은 3000냥을 받아 놓고 어찌 신에게 살려 달라고 비는가?”
개를 이끌고 조 통판에게 나아가니 순식간에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무뢰배들 또한 그 틈을 타서 크게 떠드니, 조 통판이 당황해 담을 넘어 도망갔다.


☑ 지은이 소개

원매(袁枚, 1716∼1797)
원매는 청나라 강희(康熙) 55년(1716)에 태어나 가경(嘉慶) 2년(1797)에 사망했다. 강희, 옹정(雍正), 건륭(乾隆), 가경의 왕조를 거치면서 청나라 초기의 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본적은 자계(慈溪), 곧 지금의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이고, 출생지는 전당(錢塘), 곧 지금의 저장성 항저우(杭州)다. 자는 자재(子才)이고 호는 간재(簡齋)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있어서 시문 창작에 뛰어났다. 건륭(乾隆) 4년(1739)에 진사가 되어 율양(溧陽), 강포(江浦), 목양(沐陽), 강녕(康寧) 등지의 관리를 지내면서 많은 공적을 세워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건륭 13년(1748) 33세에 부친상을 당해 귀향한 후 어머니를 모신다는 핑계로 벼슬을 그만두고 더 이상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남경의 소창산(小倉山)에 수원(隨園)을 짓고 창산거사(倉山居士), 수원노인(隨園老人)이라고 자호하며 저술 활동과 후학 교육에 힘썼다. 만년에는 남방의 여러 명산을 유람하며 많은 문인들과 교류했다. 개방적인 성격으로 부녀의 문학 활동을 장려하고 문하에 여성 제자를 거두어 당시 문단에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켰다.
원매는 성품이 정직해 관부의 부정부패를 몹시 혐오했다. 지방 관리로 있을 때에도 늘 백성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농부, 아녀자, 상인 등과도 가까이 교류했다. 이러한 성품으로 건륭 10년 율양을 떠날 때는 눈물을 흘리며 전송하는 고을 백성이 거리를 메웠고, 건륭 53년 율양의 명사 여역정(呂嶧亭)의 초청으로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나와 그를 영접했다고 전한다.
또한 마음의 진솔한 성정을 중시한 원매는 성령설(性靈說)의 시론을 확립하고, 문단의 영수로 활동했다. 그는 시, 시화, 척독, 문장, 필기 소설 등의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소창산방시문집(小倉山房詩文集)≫과 ≪수원시화(隨園詩話)≫, ≪속시품(續詩品)≫ 등은 청대 시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 ≪자불어(子不語)≫ 24권과 ≪속자불어(續子不語)≫ 10권은 원매가 약 4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자 청대의 주요 필기 소설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그는 소문난 미식가여서 중국의 각종 요리 방법 등을 소개한 ≪수원식단(隨園食單)≫을 저술하기도 했으며, 평생 책을 좋아해 월급을 서적 구입에 다 쓸 정도로 많은 서적을 모으기도 했다.
원매는 향년 82세로 남경의 자택에서 죽었다. 현재 그의 고거(故居)가 난징 칭량산(淸凉山) 동쪽, 샤오창산(小倉山) 기슭에 남아 있다.


☑ 옮긴이 소개

박정숙
박정숙은 계명대학교 중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난징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고전 문학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문헌 자료의 해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경상대학교 박사급연구원으로 프로젝트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계명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저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중국의 고전목록학≫, ≪안씨 가훈≫, ≪중국 명기 시선≫ 등을 비롯해 <육조(六朝) ‘공연시(公宴詩)’와 문인집회(文人集會), 그리고 세시절기(歲時節氣)>, <문헌자료를 통해 다시 살펴 본 중국의 해신 ‘마조(媽祖)’의 원형: 시 작품의 분석을 중심으로>, <명대 ≪청루운어≫의 편찬 의의>, <허학이(許學夷)와 ≪시원변체(詩源變體)≫의 편찬 및 출간> 등이 있다.


☑ 목차

해설 ······················ix
지은이에 대해 ··················xvi

1. 진우량의 묘를 무너뜨리다(毁陳友諒廟) ······3
2. 동현이 신이 되다(董賢爲神) ···········7
3. 성황이 대신해 아내를 훈계하다(城隍替人訓妻) ··13
4. 시체가 돌아다니며 원망을 호소하다(尸行訴寃) ··18
5. 악인이 자라로 환생하다(惡人轉世爲鱉) ······22
6. 성황이 귀신을 죽여 또다시 귀신이 되지 않도록 하다(城隍殺鬼不許爲聻) ·············25
7. 큰 복은 흠향하지 않는다(大福未享) ·······32
8. 오삼복(吳三復) ················36
9. 남산의 단단한 돌(南山頑石) ···········40
10. 농서의 성황신은 미소년이다(隴西城隍神是美少年) 48
11. 성황신이 술을 탐닉하다(城隍神酗酒) ······51
12. 구 수재(裘秀才) ···············56
13. 우루무치 성황(烏魯木齊城隍) ·········60
14. 관찰사 장소의가 계림의 성황신이 되다(張少儀觀察爲桂林城隍神) ···············63
15. 흉악한 신이 형틀에 채워지다(煞神受枷) ·····67
16. 성황이 발가벗고 옷을 찾다(城隍赤身求衣) ····70
17. 포주의 염효(蒲州鹽梟) ············72
18. 관우 신이 소송 사건을 판결하다(關神斷獄) ···75
19. 귀신이 사람을 기만해 큰 난리를 일으키다(鬼神欺人以應劫數) ·················78
20. 석인이 돈내기하다(石人賭錢) ·········80
21. 영벽현의 여인이 시체를 빌려 영혼이 돌아오다(靈璧女借尸還魂) ················82
22. 우두대왕(牛頭大王) ··············84
23. ≪동의보감≫에는 여우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東醫寶鑑≫有法治狐) ············86
24. 여몽이 얼굴에 분칠하다(呂蒙塗臉) ·······89
25. 정세구(鄭細九) ················92
26. 앵교(鶯嬌) ··················94
27. 압폐(鴨嬖) ··················96
28. 쥐가 임서중을 물어뜯다(鼠嚙林西仲) ······98
29. 여우의 시(狐詩) ···············100
30. 왜인이 아래 구멍으로 약을 복용하다(倭人以下窺服藥) ····················102
31. 태국의 당나귀 아내(暹羅妻驢) ·········103
32. 반고의 발자취(盤古脚迹) ···········104
33. 그림을 훔치다(偸畵) ·············105
34. 인면두(人面豆) ···············107
35. 금아돈(金娥墩) ···············108
36. 천비신(天妃神) ···············110
37. 만년송(萬年松) ···············113
38. 팽조가 상여에 들리다(彭祖擧柩) ········114
39. 개가 통판을 쫓아내다(犬逐通判) ········116
40. 녹랑과 홍낭(綠郞紅娘) ············118
41. 맥(貘) ···················120
42. 노파가 이리로 변하다(老嫗變狼) ········121
43. 학귀(瘧鬼) ·················123
44. 염색 가게의 방망이(染坊椎) ··········125
45. 바다 승려(海和尙) ··············128
46. 산 승려(山和尙) ···············130
47. 13마리 고양이가 같은 날 순절하다(十三猫同日殉節) ····················132
48. 강시는 밤에 살지고 낮에는 야위다(僵尸夜肥晝瘦) 133
49. 하늘에 배가 지나가다(天上過船) ········134
50. 파리가 사람의 병을 치료하다(蒼蠅替人治病) ··135

옮긴이에 대해 ··················137

2014년 7월 14일 월요일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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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죄와 벌 천줄읽기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
옮긴이 : 김정아
분야 : 천줄읽기/소설
출간일 : 2011년 1월 20일
ISBN : 978-89-6680-224-1 (00890)
가격 : 12000원
규격 : A5 제본 : 무선제본 쪽 : 228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그 첫 번째 작품. 4년간의 수감 생활과 6년간의 유형을 통해 정립된 그의 철학과 인생관, 이념이 가장 솔직하고 명확히 담겨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희망적인 작품 ≪죄와 벌≫. 그 핵심으로 안내한다. 그 글자 한 자, 숫자 하나에 숨겨진 상징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 주는 깊이 있는 해설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의 시작을 알리며, 그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정신적 부활을 경험하는 행복한 결말이 본문 속에서 그려지는 작품이다. ≪죄와 벌≫에서는 유형 후 최초로 쓰여진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시작된 이념적 투쟁이 예시적이고 더욱 강력한 형태로 계속되고 있으며,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회고록의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는 주인공의 경험과 깨달음과 다짐이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분신인 주인공을 회의와 논쟁, 이성적인 오만한 자아와 본능적인 선함을 가진 동정 어린 자아 사이의 갈등을 경험케 하고, 신을 부정하고 그의 자리를 넘보려 하는 무신론의 문턱으로까지 이끌어 간 후에야, 고통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의 부활로 이끈다. 작가는 페트라솁스키 사건과 그에 따른 유형 등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니힐리즘과 공리주의에 물든 1860년대 인텔리겐치아들이 처한 상황 및 당면한 사회문제와 잘 버무려 예술적 걸작을 탄생시켰다. 체험을 통해 달구어진 작가의 기독교적 메시지는 작가 자신의 어떤 논문보다도 시공을 넘어 독자에게 더욱 강력하게 담금질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19세기의 나사로인 라스콜리니코프는 4년 만에 시베리아 감옥에서 부활한 도스토옙스키 자신이다.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 사상은 사람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인류애가 아닌, 이론적이고 허구적인 인류애를 가르친다. ‘무가치한’ 한 명의 목숨을 없애서, 그로부터 취한 재물로 자신과 같은 비범한 초인의 앞날의 초석을 다지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서구에서 온 이론이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가르친 가짜 인류애다. 추상적인 인류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이 사상 속에는 정작 피와 살로 된 ‘이웃에 대한 사랑’은 없다. 또 이 사상 속에는 자신이 남보다 위대하다는 오만함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있어 오만은 그리스도의 겸허와 상극에 서 있는 것으로, 그것은 악마의 것이다. 겸허에서 우러나는 동정과 연민, 그것은 내려다보는 오만한 가짜 동정이나 연민과는 차원이 다르다. 에필로그에서 꾸게 되는 전 인류를 감염시키는 아메바의 꿈을 통해, 라스콜리니코프는 오만한 가짜 연민의 실체와, 그런 가짜 동정과 연민의 종말은 구원이 아닌 자신을 포함한 전 인류의 파괴라는 참극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주인공을 구원으로 이끌고 있는 정신적인 지주인 소냐와 포르피리에 의해 주인공이 자수를 하기는 했으나, 그는 자신이 초인이 아니라는 사실에만 화가 났을 뿐이지, 자신이 근거한 이론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진정한 참회는 본문이 끝날 때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에필로그에서 상징적인 마지막 꿈인 아메바 꿈을 꾼 이후에는, 자신이 초인이 아님은 물론이요, 자신이 그려 왔던 초인이 실제로는 아메바에 감염된 병자에 다름 아니며, 초인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종국에는 세상의 구원자가 아니라 파괴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진정한 초인은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남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불쌍해하는 오만한 동정을 보내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연민하고 동정하며 그들을 위해 기꺼이, 그리고 겸허히 자신을 희생하는 그리스도적 사랑을 실천하는 소냐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 책 속으로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봐요. 만약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당신에게 맡겨졌다고 해 봅시다. 이 세상에 누가 살아야 할까요? 루진이 살아서 계속 나쁜 짓을 해야 하는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죽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그들 중 누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걸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어요? 더구나 어째서 당신은 해서는 안 되는 질문들을 하시죠? 무엇 때문에 그런 무의미한 질문을 하시죠? 어떻게 그것이 제 결정에 달려 있을 수가 있나요?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살아선 안 되는지에 대한 재판권을 대체 누가 제게 맡겼단 말씀이시죠?
 
 
●만약에 말이야, 이를테면 나폴레옹이 내 입장에 있다고 한다면, 자기의 출셋길을 여는 데 있어, 툴롱이니, 이집트니, 몽블랑 원정이니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고, 이 모든 아름답고 기념비적인 것들 대신에, 시시껄렁하기 이를 데가 없는 14등관의 과부 할멈밖에 없다고 한다면 말야, 게다가 그 할멈의 트렁크에서 돈을 훔쳐 내기 위해서는(출세를 위해서 말이야, 알겠어?) 그 할멈을 죽여야만 한다면, 그러니까 다른 출구가 전혀 없다면 말이야, 나폴레옹은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까? 그것이 기념비적인 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점과, 또 …죄를 짓는 일이라는 점 때문에 그가 망설이진 않았을까?
 
●소냐, 나는 이런저런 이론들과 관계없이 그냥 죽이고 싶었던 거야, 자신을 위해서, 나 한 사람만을 위해서 죽이고 싶었던 거야! 이 점에선 나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죽였다고? 아니, 다 헛소리야! 수단과 권력을 손에 넣고, 전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 죽였다고? 그것도 헛소리야! 나는 그저 죽인 거야. 날 위해서, 나 하나만을 위해서 죽인 거라고! (…) 더구나 중요한 것은, 살인을 했을 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어. 돈보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던 거야….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7
지은이에 대해··················57
 
 
나오는 사람들··················65
제1부······················69
제2부·····················98
제3부·····················118
제4부·····················141
제5부·····················166
제6부·····················183
에필로그····················208
 
 
옮긴이에 대해··················226
 


2014년 3월 27일 목요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천줄읽기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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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천줄읽기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
옮긴이 : 김정아
분야 : 천줄읽기/소설(5% 발췌)
출간일 : 2014년 3월 28일
ISBN : 979-11-304-1218-4 03890 
가격 : 16500원
사륙판 / 무선제본 / 400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장편. 그가 평생 고민해 온 온갖 사상적 문제와 그 해답이 모두 담겼다. 삼각관계와 근친 살해, 분열되어 가는 한 가족의 막장드라마를 통해, 모순적이고 복잡다단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담아낸다. 이성과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영원히 옳은 대답이 여기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소설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작가로부터>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이 두 이야기로 되어 있으며, 우리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알고 있는 작품인 전편에서는 소설이 쓰인 당대, 즉 1880년보다 13년 앞선 시기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시대적 배경은 1860년대 중반이 된다. 이 시기는 러시아가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사상적인 변화를 급격하고도 강력하게 겪고 있던 때였다. 유럽식 자본주의와 함께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크게 유행하며, 공리주의, 사회주의, 무신론 등이 젊은 세대에게 매우 인기를 끌었다. 이 젊은 세대가 우상으로 받들던 아이콘적인 인물이 체르니솁스키였고, 그의 사상과 이론을 형상화한 책 ≪무엇을 할 것인가?≫는 서구주의자들에게 사상의 교리서이자 행동의 지침서로서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마치 성서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책에서 체르니솁스키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며, 인간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 안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체제와 환경 탓이라고 여겼다. 죄는 있으나 죄인은 없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당대의 많은 변호사들이 범죄자들의 무죄를 주장했고, 이런 유의 변론이 (이 발췌본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드미트리의 재판 과정에서도 등장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바로 20대의 자신이 지녔던 이데올로기의 신념을 보았다. 그러나 시베리아에서 성서를 읽으며 유형수들과 함께 보낸 10년의 세월로 그는 이러한 순진한 신념이 인간의 실제 본성과는 전혀 맞지 않으며, 또 인간을 개미 떼나 가축 떼로 몰아가려는 것, 즉 인간성 박탈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자각했다. 유형에서 돌아온 1860년대 이후로, 도스토옙스키는 논문을 통해, 또 작품을 통해, 체르니솁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마치 성서처럼 떠받들던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신봉하는 이데올로기의 순진한 허구성과 인간성 상실에 대한 우려를 계속해서 알리며 서구주의자들과 싸움을 벌여 나간다. 이 싸움은 유형 이후 쓴 작가의 첫 작품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후의 모든 대작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시험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이 모든 문제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명백하게 그려지고 시험되며, 이전의 작품들보다 분명한 대답이 주어진다. 
플롯 라인으로만 본다면 막장 드라마도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다.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아버지인 표도르는 부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으로, 육욕과 정욕, 그리고 돈에 대한 욕심만이 남은 저열한 본능의 화신이다. 작품 진행 시 55세인 그는 두 번의 결혼으로 아들 셋을 둔다. 첫 아내에게서 난 장남 드미트리는 어머니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유일한 아들인데, 아버지라는 자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아들의 재산을 가로채고, 그것도 모자라 스물두 살의 글래머 미인인 그루셴카를 놓고 장남과 문자 그대로 피 튀기는 싸움을 한다. 장남 드미트리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라는 아름답고 오만한 귀족 여인과 약혼을 한 사이이나, 늙은 상인 삼소노프의 첩으로 있던 그루셴카에게 완전히 넋이 나가, 그녀에게로 가기 위해 카테리나를 자신의 동생 이반에게 양보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반은 형의 약혼자인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를 사랑하고, 그녀도 역시 이반을 사랑하나, 이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부정하며 오히려 그를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괴롭힌다. 다리가 불편한 리자라는 귀족 아가씨는 막내 알료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하나, 후에 이반을 사랑하게 되어 고통스러워한다. 표도르에게는 이 세 아들 외에도 마을의 백치 여인을 범해서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스메르댜코프라는 아들이 있는데, 그는 표도르의 요리사 겸 하인으로 일하며, 이반의 사상에 매혹된다. 신과 불멸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사상에 강한 영향을 받은 스메르댜코프가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살해하지만,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드미트리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반에게 실망한 스메르댜코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실제 범인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드미트리가 죄를 뒤집어쓰고 “고통으로 정화되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난다.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표면적인 줄거리로만 본다면, 친아들에 의한 아버지 살해를 둘러싼 주요 인물들이 엮어 내는 사랑과 미움의 드라마다. 작품의 주요 인물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사랑의 삼각관계에 빠져 있으며, 연관된 이들이 모두 부자 또는 형제간이다. 요약한 줄거리만 본다면 가장 큰 사건은 아버지 살해인데,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플롯 라인을 갖는 소설이 어떻게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세계 명작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해답은 플롯 자체가 아니라 인물들 자신과 그 인물들의 성격과 사상이 서로 부딪치고 공명하는 긴밀한 구성에 있다. 작가는 가치관의 변화가 심하고 무신론 등 서구 사상이 횡행하던 19세기의 러시아 현실을 배경으로 가족의 분열을 그리면서, 하나하나의 인물과 그들의 심리 변화, 사상 변화 속에 모순적이고 복잡다단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시대적 문제들을 지성의 대변인인 이반을 통해 제시하며, 그의 분열과 파멸을 통해 인간에 대한 체르니솁스키적인 이해는 옳지 않으며, 그런 유의 답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강변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항해, 알료샤를 통해 근본적이고 영원히 옳은 해답, 즉 작가의 사상이 집약된 종교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통속적인 이야기 속에 신과 무신론, 자유 의지, 옳고 그름, 선과 악 등의 영원한 철학적 담론의 대상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또 너무도 도스토옙스키적인, 그래서 너무도 러시아적인 테마들 역시 어떻게 표명되고 있는지를 주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 책 속으로

●동생 알료샤야, 언젠가 한번 거미같이 생긴 벌레한테 물려서 한 2주를 열이 펄펄 끓으며 누워 있었던 적이 있어. 그러니까 그 순간도 갑자기 거미 같은 이 고약한 벌레가 내 심장을 꾹 무는 소리가 들리더란 말이야. 알겠니? 나는 그녀를 찬찬히 뜯어보았지. 너 그녀를 본 일이 있지? 정말이지 대단한 미인이야. 하지만 그때 그녀가 아름다웠던 건 그 때문이 아니었어. 그 순간에 그녀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녀는 고결한 여인인 데 비해, 나는 천하에 비열한 놈이고, 그녀가 너무도 관대한 마음에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위대한 뜻으로 나선 것이라면, 나는 빈대나 다름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어. 자, 그런데 이 빈대이자 비열한 놈인 나한테, 그녀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달려 있었단 말이야. 영혼이고 몸이고 모든 것이 말이야. 한마디로 독 안에 든 쥐였지. 너한테 솔직히 털어놓는다만, 이 생각, 바로 이 거미의 생각이 내 심장을 너무도 세게 거머쥐어 그 괴로움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녹아 버릴 것만 같았어. 

●“너의 위대한 예언가가 환영과 비유로 말하길 부활의 첫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보았는데, 그 수는 지파마다 각각 1만 2000명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수가 그것밖에 안 된다면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너의 십자가를 참아 냈고, 또 수십 년간이나 굶주리고 헐벗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풀뿌리로 연명해 왔다. 그러니 물론 너는 이 자유의 아이들, 자유로운 사랑의 아이들, 네 이름으로 자유롭고 훌륭한 희생을 한 이 아이들을 자랑스레 가리킬 수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고작해야 몇 천 명에 불과했고, 신이나 마찬가지인 자들이라는 것을 기억해라.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강한 자들이 참아 낸 것을 참아 낼 수 없었던 나머지 약한 자들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그토록 무시무시한 선물을 받아들일 힘이 없는 나약한 영혼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이야? 그렇다면 너는 정말로 선택된 자들에게만, 선택된 자들을 위해서만 온 것이냐?”

●그는 자신이 왜 이 대지를 포옹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왜 이토록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대지에, 온 대지에 입 맞추고 싶은지 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흐느껴 울며, 눈물을 줄줄 흘리며, 대지에 입을 맞추었고, 그것을 사랑하겠노라고,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미친 듯이 맹세했다. “네 기쁨의 눈물로 대지를 적셔라, 그리고 너의 이 눈물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그의 영혼 속에 울려 퍼졌다. 무엇 때문에 그는 울고 있는 것인가? 오, 그는 환희에 차서 우는 것이다. 심지어 심연에서 그에게 비추이는 저 별들 때문에 울었으며, “그는 더 이상 이 미친 듯한 열광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마치 하느님의 이 모든 무한한 세계로부터 나온 실들이 한꺼번에 그의 영혼 속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고, 그의 영혼은 “다른 세계들과 접촉하면서” 온통 전율했다. 그는 모든 이들을 모든 것에 대해 용서하고 싶었고, 또 용서해 달라고 빌고 싶었다, 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위해서, 세상 만물을 위해 용서를 비는 것이니,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해 용서를 빌어 주리라”, 이런 소리가 또다시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는 창공처럼 명료하고 확고부동한 무언가가 자신의 영혼으로 내려오는 것을 시시각각으로 분명히 느꼈다. 어떠한 관념이 그의 이성을 지배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그의 일생 동안 세세토록 그러할 것이다. 대지 위로 쓰러졌을 때에 그는 연약한 청년이었지만, 일어섰을 때 그는 평생 흔들리지 않을 전사가 되어 있었으며, 바로 이 환희의 순간에 이 모든 것을 온 마음으로 의식하고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이후 알료샤는 이 순간을 평생 동안 결코, 결단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시간에 누군가가 내 영혼을 방문했던 거야.” 훗날 그는 자신의 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 문서란 있을 수가 없어!” 열띤 어조로 알료샤가 반복해서 말했다. “왜 있을 수 없냐 하면, 큰형은 살인자가 아니기 때문이야. 아버지를 죽인 건 큰형이 아니야, 큰형이 아니라고!” 이반 표도로비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럼 넌 누가 살인자라고 생각하니?” 그는 얼른 듣기에 어딘지 냉담하게 물었으며, 이 질문의 음조에는 어떤 오만한 톤마저 울리고 있었다. 
“누군지는 형 자신이 더 잘 알잖아.” 알료샤가 조용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 그 정신 나간 바보에 간질병쟁이를 두고 하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들? 스메르댜코프 말이야?”
알료샤는 갑자기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형 자신이 누구인지 알잖아.” 힘없이 이런 말이 또 튀어나왔다. 그는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그래, 누구, 누구라는 거야?” 이반은 거의 광포한 어조로 소리쳤다. 갑자기 그는 모든 자제력을 상실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오직 이것뿐이야.” 여전히 거의 속삭이는 말투로 알료샤가 말했다. “아버지를 죽인 건 이반 형이 아니야.”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죄와 벌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백치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악령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61

나오는 사람들 ··················71
작가로부터 ···················79

제1부
제1장. 어느 작은 가족의 내력 ···········87
제2장. 부적절한 모임 ··············109
제3장. 음탕한 사람들 ··············143

제2부
제4장. 감정의 격발 ···············195
제5장. 프로(Pro)와 콘트라(Contra) ········221
제6장. 러시아의 수도사 ·············279

제3부
제7장. 알료샤 ··················287
제8장. 미탸 ···················298
제9장. 예심 ···················320

제4부
제10장. 소년들 ·················329
제11장. 이반 표도로비치 형제 ···········348
제12장. 잘못된 판결 ···············377

에필로그 ····················378

옮긴이에 대해 ··················397



2013년 7월 15일 월요일

악령 천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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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악령 천줄읽기
Бесы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
옮긴이 : 김정아
분야 : 천줄읽기/소설(10% 발췌)
출간일 : 2013년 7월 16일
ISBN : 978-89-6680-994-3 03890 
15,000원 / 사륙판_ 무선제본 /340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사상적이며 가장 묵시론적인, 그래서 가장 어렵다고 평하는 작품. 개인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무신론, 물질 만능주의… 작가의 눈에는 이 모든 서구사상이야말로 러시아를 병들게 하는 악령이었다. 가장 중요한 10%의 장면, 그리고 작품 속의 거대 사상과 정치적 담론, 종교 상징을 상세히 풀이하는 주석과 해설이 당신을 거장의 세계로 이끈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4대 장편 중 ≪죄와 벌≫, ≪백치≫를 잇는 세 번째 작품 ≪악령≫은 작가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과 더불어 정치적 사상가이자 묵시록적 예언가로서의 도스토옙스키의 면모가 상당히 부각되는 작품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을 사상의 담지자(ideolog)라고 칭한 바흐친의 이론을 이만큼이나 잘 증명해 주는 작품도 드물 만큼 작품 속의 주요 인물들은 각자 하나의 거대 이데올로기를 대표한다. ≪악령≫은 도스토옙스키를 평생 동안 괴롭혀 왔던 거대 사상들의 각축장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네차예프 사건의 커다란 플롯에서부터 살인 당시의 배경과 작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악령≫으로 가져온다. 이렇게만 작품 ≪악령≫을 본다면 그것은 실재했던 사건의 소설화 또는 정치적인 팸플릿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악령≫은 표면적으로는 당대의 정치 이념적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고 또 정치적 사상적 이슈를 다루는 내용이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문화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는 담론이라기보다는 정치 팸플릿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정치적 팸플릿에 탁월한 심리 묘사와 종교적인 색채를 더해 담론을 예술적으로, 또 성경적이고 묵시론적으로 이끌어 간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은 살인과 폭력이 주요 사건으로 등장한다. ≪죄와 벌≫에는 전당포 노파와 백치 같은 그녀의 이복동생이, ≪백치≫에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소유자 나스타샤 필리포브나가, 마지막 장편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아버지 카라마조프가 살해된다. 그러나 ≪악령≫의 세계에는 나머지 세 작품을 다 합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스타브로긴, 샤토프, 키릴로프 등 주요한 사상의 담지자들뿐만이 아니라, 레뱌트킨, 그의 절름발이 백치 여동생 마리야 레뱌트키나, 그들의 하녀, 또 아름다운 리자베타의 죽음이 등장한다. 죽음의 퍼레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리야 샤토바와 그녀가 갓 나은 사내아이, 유형수 페디카와 그가 죽인 사람들, 심지어 키릴로프의 옆방에 살던 노파나 며느리 등 부수적인 인물들도 모두 죽는다. 육체가 썩는 냄새. 정신과 영혼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냄새.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하고 질퍽질퍽 내려앉은 끝에 내뿜는 메스꺼운 냄새가 난다. ≪악령≫에는 운명의 뮤즈이자 일상을 돌보며 라스콜리니코프를 부활로 이끈 정신적인 길잡이 소냐라는 존재도, 전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정신적 아름다움의 체현인 미시킨 공작도, 12인의 어린 사도를 데리고 세상에 빛을 가져다줄 알료샤 카라마조프도 없다. 결국 음모, 살인, 자살, 방화가 가득한 이 ≪악령≫의 세계는 피비린내로 범벅이 된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불행 덕택에 미화되나 ≪악령≫에서의 비극은 승화를 위한 깊이를 결여한다. 작품 전반에 걸쳐 소위 혁명적이라는 모든 인물들은 희화되며, 매섭게 몰아붙이지도 않고 그럴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되는 듯 시종일관 조롱조로 그려진다. 그들의 음모도 죽음도, 모두 깊이를 결여한다. 그들은 그저 악령에 씐 돼지 떼처럼 죽는다. 작중 어느 인물도 이 세계를 구원해 낼 힘이 없다. 지옥은 딴 곳이 아니라 신이 없는 바로 이 세상임을 보여 준다.
종교를 얘기할 때, 도스토옙스키의 문제는 신의 존재 유무가 아니다. 그보다는 신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에게 일어나는 문제다. 인간과 신의 문제다. 또 악과 무죄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인류 보편적 고통을 종교적으로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가난한 이의 피를 빨아먹는 이[虱] 같은 전당포 노파를 죽여 그 돈으로 다른 수천의 사람을 돕는 것을 과연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 라스콜리니코프, 죄 없는 아이들의 고통과 자유 의지와 신의 뜻에 관한 문제로 고뇌하는 이반, 역시 모두 도스토옙스키 자신의 지적이고 논쟁하는 자아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그의 종교 철학적 해결은 단순하다. 심판하지 말라, 책하지 말라를 전제로 한 살아 숨 쉬는 인간에 대한 능동적인 사랑이다. 개인성의 존재론적 인성은 신과 얼마나 가까워지는가, 신과의 거리 줄이기가 관건이며, 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인간, 신과 멀어진 인간은 그의 오만으로 인해 고독해지고, 죄를 범하게 되고, 그 죄로 인해 타인을 파괴하고 자신도 자멸한다는 진리를 전한다. 서구의 과학적 합리성과 이성의 잣대로는 신에게로 다가갈 수 없고, 신의 계획을 가늠할 수도 없다. 합리성과 이성, 과학을 초월하는 러시아적 형제애,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정 같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랑만이 인간이 신에 가까워지는 길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악령≫은 인간 정신의 제 문제들−선과 악의 문제, 빈과 부의 문제, 사랑과 희생의 문제, 고통과 구원의 문제,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의 문제, 모든 사상적인 문제들을 종교적 문제로 치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묵시론적 시각을 많이 드러낸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회 일반의 문제를 보여 주며, 그 표면을 들추어내어 문제의 근원까지 파헤쳐 내려간다. 전혀 다른 소재의 실들이 씨실과 날실로 교차해 복잡다단하게 짜인 아름다운 트위드 소재를 만들어 내듯, 작가는 사회 심리학적인 문제는 그 근간이 윤리 종교적인 문제에 있음을 보여 주며, 이런 제반 문제를 문학적인 텍스트로 버무려 내어 위대하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 도스토옙스키의 지적 성찰과 이론적 구성을 위한 기초에는 언제나 종교적인 탐구가 있다. 종교적 제 문제들을 정치, 윤리, 미학, 역사, 철학적인 문맥 속에서 전개해 나갈 뿐만 아니라 좋은 소설가는 훌륭한 심리학자라는 말이 있듯 인물 하나하나의 심리 묘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훌륭한 작가의 어렵고 복잡하나 위대한 작품이다.


☑ 책 속으로

●“삶은 고통이고, 삶은 공포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현재의 모든 것은 고통이며 공포입니다. 현재의 사람들은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에 삶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래 왔고요. 현재의 삶이란 고통과 공포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며, 바로 거기에 모든 기만이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인간은 진짜 인간이 아닙니다. 이제 자신만만하고 행복한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 것입니다. 사는 것과, 살지 않는 것이 마찬가지인 인간, 즉 인신(人神)이 나타날 것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이겨 정복하는 사람은 누구든 그 스스로가 신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신은 사라질 것입니다.”

●만일 위대한 국민이 자신들 안에만(다시 말해, 유일하게 자신들 안에만 있고, 다른 데는 없다라고) 진리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또 그들만이 자신들의 진리로 만인을 구원하고 부활할 사명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 국민은 곧장 인류학적 자료로 변해 버릴 것이고, 결코 위대한 국민은 될 수 없습니다. 진실로 위대한 국민은 인류에게 결코 이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으며, 일류라 하더라도 오로지 자신들만 유일하게 제일이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잃은 자는 이미 국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진리는 하나입니다. 따라서 많은 민족들 중 오로지 한 민족만이 진정한 신을 갖습니다. 비록 다른 민족들이 모두 저 나름의 유일하고 대단한 신들을 갖는다 해도 말입니다. ‘신을 가진’ 유일한 국민, 그것은 바로 러시아인입니다,

●“우리는 파괴를 선전합니다…. 왜냐고요, 왜? 어쨌거나 이 하찮은 사상은 꽤나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뼈마디를 조금씩 부드럽게 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방화를 허용합니다…. 전설도 이용할 겁니다…. 그때에는 아무리 옴에 걸린 ‘집단’이라도 다 쓸모가 있어진단 말씀입니다. 바로 그 집단들 속에서 저는 지원병을 찾아 당신께 바치는 겁니다. 그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돌진하면서도 그것을 영예로 여겨 끝까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그런 자들입니다. 바로 이렇게 혼란과 소요가 시작되는 겁니다! 창세 이래 듣도 보도 못한 그런 대혼란이 시작되는 겁니다…. 러시아는 뿌연 안개에 휩싸이게 되고, 대지는 오랜 신들이 그리워 통곡하게 될 것입니다…. 자, 바로 이때 우리는 누군가를 나타나게 합니다…. 그게 누구겠습니까?”
“누군데?”
“바로 이반 왕자입니다.”
“누구라고?”
“이반 왕자입니다.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요!”

●“이 기적 같은… 범상치 않은 구절이 내 일생 동안 발에 걸리는 장애물이었소…. 당 세 리브르…(dans ce livre…). 그래서 난 어릴 적부터 이 부분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방금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 윈 콩파라이용(une comparaion)이 하나 떠올랐어요.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군요. 보시다시피 이건 바로 우리 러시아 그대로입니다. 병든 자로부터 나가 돼지 속으로 들어간 마귀들은 우리의 위대하고 사랑스런 병자, 말하자면 우리 러시아에 수백 년 동안 쌓이고 쌓인 모든 해악이며, 전염병이고, 모든 불결함이며 모든 크고 작은 악마입니다! 위, 세트 루시, 케제메 투주르(Oui, cette Russi, que j'aimais toujours). 그러나 위대한 사상과 위대한 의지는 위에서부터 러시아를 비춰 줄 것입니다. 그래서 마귀 들린 사람에게서 모든 마귀들이 내쫓겼듯, 표면에서 곪아 터진 모든 불결하고 더러운 것들을 쫓아낼 것입니다… 그들은 돼지에게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스스로 빌게 될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벌써 들어가 버렸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 그리고 저들, 그리고 페트루샤도… 에 레 조트르 제베크 뤼(et les autres avec lui). 어쩌면 나는 그중에 제일가는 마귀요 마귀의 두목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마귀에 씌어 미쳐서 질주하다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몽땅 빠져 죽고 말 것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길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그 정도 가치밖에는 없는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병자는 치료되어, ‘예수의 발아래 앉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너무 놀라 바라볼 것입니다…. 사랑스런 이여, 부 콩프랑드르 제프레(vous comprendres apres). 하지만 지금 이 얘기는 나를 너무도 흥분시키는군요…. 부 콩프랑드르 제프레… 누 콩프랑드롱 장상블(Vous comprendrez apres… Nous comprendrons ensemble).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죄와 벌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백치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68


제1부
제1장. 서언을 대신해: 많은 존경을 받는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의 전기 중 몇 가지 상세한 이야기들 ·85
제2장. 해리 왕자. 혼담 ··············104
제3장. 타인의 죄업 ···············125
제4장. 절름발이 여자 ··············144
제5장. 현명한 뱀 ················157

제2부
제1장. 밤 ····················175
제2장. 밤(계속) ·················213
제3장. 결투 ···················225
제4장. 모든 사람들의 기대 ············230
제5장. 축제를 앞두고 ··············231
제6장. 분주히 돌아다니는 표트르 스테파노비치 ···235
제7장. 우리 편 ·················246
제8장. 이반 왕자 ················247
제9장.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를 수색, 압수하다 ···263
제10장. 해적, 숙명적인 아침 ···········264

제3부
제1장. 축제의 1부 ················267
제2장. 축제의 끝 ················275
제3장. 끝장난 사랑 놀음 ·············281
제4장. 최후의 결의 ···············301
제5장. 여자 여행객 ···············302
제6장. 바쁘고 성가신 밤 ·············320
제7장.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최후의 순례 ·····323
제8장 결론 ···················330


옮긴이에 대해 ··················337

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서경잡기 천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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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서경잡기 천줄읽기
지은이 : 유흠(劉歆)
엮은이 : 갈홍(葛洪)
옮긴이 : 김장환
분야 : 천줄읽기/소설
출간일 : 2012년 11월 30일
ISBN : 978-89-6680-363-7 03820
12,000원 / A5 / 197쪽
 
※ 132조의 고사 중 100조 발췌




☑ 책 소개
 
≪서경잡기≫는 한(漢)나라 유흠(劉歆)이 짓고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형적인 잡록식의 필기 저작이다.
원전은 총 6권에 132조의 고사가 실려 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 각 권의 주요 고사를 중심으로 100조를 뽑아 전체 내용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서경잡기≫에 수록된 조는 대부분 짤막한 고사지만 그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기록된 인물은 제왕 장상, 공경 대신, 비빈 궁녀, 문인 학사, 명공 명장(名工名匠), 일반 백성 등이며, 기록된 내용은 궁중 야사, 궁원 진기(宮苑珍器), 문인 일화, 학술 저작, 전장 제도, 풍속 습관, 기인 묘기(奇人妙技) 등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한나라 도성인 서경 장안(長安)의 정치·경제·문학·학술·문화·민속 등 여러 부문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서경잡기≫가 지니고 있는 가치와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게 문학적인 측면과 사학적인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잡기체(雜記體) 필기소설의 대표작으로 위진남북조 지인소설(志人小說)과 지괴소설(志怪小說)은 물론이고 멀리 명청대 소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대 부(賦)의 대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양웅(揚雄) 등의 작부(作賦) 능력과 창작 과정 및 작품에 얽힌 일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한대 문인들이 품었던 문학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으며 문학 사료도 비교적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일부 고사는 후대의 시인·사인(詞人)·희곡가(戱曲家) 등 여러 문인들이 제재와 전고로 즐겨 사용하여 그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중국 문학의 여러 제재 근원 가운데 하나를 밝히는 데도 매우 유용한 가치가 있다.
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종래로 정사(正史)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사료적인 특성이 부각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고고학적인 발굴을 통해 기술된 내용의 사실성이 입증되면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 책 속으로
 
오록충종(五鹿充宗)은 홍성자(弘成子)에게 수학했다. 홍성자가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와 꽃무늬 돌을 주었는데 크기가 제비알만 했다. 홍성자는 그것을 삼키고 마침내 크게 총명해져서 천하의 뛰어난 학자가 되었다. 홍성자는 나중에 병들었을 때 그 돌을 토해내서 오록충종에게 주었는데, 오록충종 또한 석학이 되었다.
五鹿充宗受學於弘成子. 成子少時, 嘗有人過之, 授以文石, 大如鷰卵. 成子呑之, 遂大明悟, 爲天下通儒. 成子後病, 吐出此石, 以授充宗, 充宗又爲碩學也.
- <홍성자의 무늬 돌(弘成子文石)>
 
“제가 본래 비단옷을 입고 있었으면 비단옷을 입고 알현했을 터인데, 저는 본래 털옷을 입고 있었으니 털옷을 입고 알현한 것입니다. 지금 털옷을 벗고 곱고 화려한 옷을 빌려 입는다면 그것은 본래 면모를 속이는 일입니다.”
“敬本衣帛, 則衣帛見. 敬本衣旃, 則衣旃見. 今捨旃褐, 假鮮華, 是矯常也.”
- <누경이 고조를 알현할 때 털옷을 바꿔 입지 않다(婁敬不易旃衣)> 中
 
토기 저금통은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돈을 저축하는 기구인데, 그것은 돈을 넣는 구멍은 있어도 빼내는 구멍은 없어서 가득 차면 깨뜨려야 하오. 흙은 하찮은 물건이고 돈은 귀중한 재물이오.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지 않고 쌓이기만 하고 흩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오. 선비 가운데 재물을 긁어모으기만 하고 베풀 줄을 모르는 자는 장차 토기 저금통처럼 깨뜨려지는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니,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소?
撲滿者, 以土爲器, 以畜錢具, 其有入竅而無出竅, 滿則撲之. 土, 麤物也. 錢, 重貨也. 入而不出, 積而不散, 故撲之. 士有聚歛而不能散者, 將有撲滿之敗, 可不誡歟?
- <추장천이 보내준 뜻있는 선물(鄒長倩贈遺有道)> 中
 
 
☑ 지은이 소개
 
유흠(劉歆, BC 53?∼AD 23)
서한(西漢)의 문학가이자 목록학자(目錄學者)로서, 자는 자준(子駿)이며 유향(劉向)의 아들이다. 나중에는 이름을 수(秀), 자를 영숙(穎叔)으로 고쳤다. 부친 유향과 함께 비서(秘書)를 교정하라는 칙명을 받고 육경(六經)·전기(傳記)·제자(諸子)·시부(詩賦)·술수(術數)·방기(方技) 등의 서적을 두루 연구했다. 황문랑(黃門郞)·중루교위(中壘校尉)·시중태중대부(侍中太中大夫)·기도위(騎都尉)·봉거광록대부(奉車光祿大夫) 등을 지냈으며, 왕망(王莽)이 제위를 찬탈한 뒤에 국사(國師)로 모셔졌다. ≪서경잡기≫ 외에 부친 유향의 ≪별록(別錄)≫을 개편해 ≪칠략(七略)≫을 지었는데,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는 바로 이것을 바탕으로 완성된 것이다.
 
 
☑ 엮은이 소개
 
갈홍(葛洪, 284∼364)
동진(東晉)의 문학가이자 도교이론가·의학가·연단술가(煉丹術家)로서, 자는 치천(稚川)이고 자호는 포박자(抱朴子)다. 유학에 뜻을 두는 한편으로 신선 양생술을 좋아했고 의학에도 정통했다. 승상(丞相)·사도(司徒) 등을 지냈으며, 민란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워 관내후(關內侯)에 봉해졌다가 나중에 자의참군(諮議參軍)으로 전임되었다. 만년에는 연단을 통해 장수할 생각을 품고 구루령(句漏令)을 자청해서 광주(廣州)로 가서 연단술을 익히면서 계속 저작에 임했다. ≪신선전(神仙傳)≫·≪포박자≫·≪금궤약방(金匱藥方)≫·≪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 등을 지었다.
 
 
☑ 옮긴이 소개
 
김장환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ᐨ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 문학의 벼리≫, ≪중국 문학의 갈래≫, ≪중국 문학의 숨결≫,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봉신연의(封神演義)≫(전 9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 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 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 8권), ≪소림(笑林)≫,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계안록(啓顔錄)≫,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 4권), ≪신선전(神仙傳)≫, ≪옥호빙(玉壺氷)≫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소하가 미앙궁을 건조하다 蕭何營未央宮
곤명지에서 물고기를 기르다 昆明池養魚
천자의 붓 天子筆
안석에 비단을 깔다 几被以錦
길광 갖옷 吉光裘
척 부인의 가무 戚夫人歌舞
척희의 가락지 彄環
여의를 목 졸라 죽이다 縊殺如意
낙유원 樂遊苑
태액지 太液池
종남산 화개수 終南山華蓋樹
검광이 사람을 쏘다 劍光射人
칠석날 개금루에서 바늘귀를 꿰다 七夕穿鍼開襟樓
연독국의 보물 거울 身毒國寶鏡
곽현이 순우연을 위해 저택을 지어주고 황금을 선물하다 霍顯爲淳于衍起第贈金
깃발이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가 우물에 떨어지다 旌旗飛天墮井
홍성자의 무늬 돌 弘成子文石
황혹가 黃鵠歌
제왕의 장례 땐 구슬 장식 속옷과 옥 조각 겉옷을 쓴다 送葬用珠襦玉匣
소양전 昭陽殿
1장 2척짜리 산호 珊瑚高丈二
움직이는 옥어 玉魚動蕩
상림원의 명과와 이목 上林名果異木
상만등과 피중향로 常滿燈·被中香鑪
조비연에게 동생 조소의가 보내준 사치스러운 선물 飛燕昭儀贈遺之侈
후궁 중에서 총애를 독차지하다 寵擅後宮
화공을 저잣거리에서 처형하다 畵工棄市
동방삭이 기발한 꾀를 내어 유모를 구하다 東方朔設奇救乳母
오후의 섞어찌개 五侯鯖
공손홍의 매조미 밥과 베 이불 公孫弘粟飯布被
문제의 준마 아홉 필 文帝良馬九乘
무제의 성대한 말 장식 武帝馬飾之盛
사마상여가 소갈병으로 죽다 相如死渴
조후의 음란 趙后淫亂
신풍읍을 만들어 옛 토지신을 옮기다 作新豐移舊社
양웅이 봉황 꿈을 꾸고 ≪태현경≫을 짓다 揚雄夢鳳作≪太玄≫
100일 만에 부를 완성하다 百日成賦
동중서가 용꿈을 꾸고 ≪춘추번로≫를 짓다 仲舒夢龍作≪繁露≫
1000편의 부를 읽어야 비로소 부를 지을 수 있다 讀千賦乃能作賦
≪시경≫의 해설을 듣고 입을 벌리다 聞≪詩≫解頤
옥비녀로 머리를 긁다 搔頭用玉
바둑을 잘 두는 것도 성인의 교화에 보탬이 된다 精弈棊裨聖敎
탄기로 축국을 대신하다 彈棊代蹴踘
황하의 둑이 터지자 용이 물거품을 내뿜다 河決龍蛇噴沫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거두려 하지 않는다 五日子欲不擧
번갯불이 나무를 태운 곳에서 교룡 뼈를 찾아내다 雷火燃木得蛟龍骨
술과 고기 안주에 대한 응답 酒脯之應
양효왕의 궁원 梁孝王宮囿
노공왕의 투금 魯恭王禽鬪
주매신의 거짓 귀향 買臣假歸
도술로 뱀과 호랑이를 제어하다 籙術制蛇御虎
회남왕이 방사와 함께 신선이 되어 떠나다 淮南與方士俱去
양자운이 유헌사자의 기록을 증보하여 ≪방언≫을 짓다 揚子雲載輶軒作≪方言≫
등통이 주조한 동전이 천자의 것과 같다 鄧通錢文侔天子
검소하게 장례 치르려다 오히려 사치하게 되다 儉葬反奢
부개자가 모난 목판을 내던지다 介子棄觚
조창이 스승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내다 曹敞收葬
광릉왕의 괴력 廣陵死力
≪이아≫에 대한 고증 辨≪爾雅≫
원광한의 사치스러운 동산 袁廣漢園林之侈
오작궁의 돌 기린 五柞宮石騏驎
함양궁의 기이한 보물 咸陽宮異物
척 부인의 시녀가 궁중의 즐거운 일을 얘기하다 戚夫人侍兒言宮中樂事
생전에 묘지문을 짓다 生作葬文
회남왕의 ≪홍렬≫ 淮南≪鴻烈≫
사마장경의 부는 천재적이다 長卿賦有天才
사마상여의 이름을 빌려 부를 짓다 賦假相如
대인부 大人賦
백두음 白頭吟
번쾌가 상서로운 감응에 대해 묻다 樊噲問瑞應
곽 장군의 처가 쌍둥이를 낳다 霍妻雙生
문장의 더딤과 빠름 文章遲速
숭진이 죽을 날을 계산하여 알아맞히다 眞算知死
조원리가 추산술로 사물을 꿰뚫어 보다 曹算窮物
동현이 지나치게 성대한 총애를 받다 董賢寵遇過盛
세 객관을 지어 빈객을 접대하다 三館待賓
등공의 장지 滕公葬地
한언의 황금 탄환 韓嫣金彈
훌륭한 사관 사마천 司馬良史
양효왕의 망우관에서 당시 명사들이 지은 일곱 편의 부 梁孝王忘憂館時豪七賦
제비가 원후에게 물어다 준 돌에 쓰인 글귀의 예언 元后燕石文兆
휴대용 변기 玉虎子
하루에 100마리의 꿩을 사냥하다 日射百雉
매와 개에게 멋진 이름을 지어주다 鷹犬起名
장명계 長鳴雞
누경이 고조를 알현할 때 털옷을 바꿔 입지 않다 婁敬不易旃衣
어머니가 조호를 좋아하다 母嗜雕胡
조후의 보금 趙后寶琴
추장천이 보내준 뜻있는 선물 鄒長倩贈遺有道
대가 행차 때의 말과 수레 수 大駕騎乘數
동중서의 천문 해석 董仲舒天象
곽 사인의 투호 솜씨 郭舍人投壺
가의의 <복조부> 賈誼<鵩鳥賦>
금석의 감응이 편벽되다 金石感偏
문목부 文木賦
광천왕이 옛 무덤을 도굴하다 廣川王發古冢
고수지 孤樹池
곤명지의 수백 척의 배 昆明池舟數百
태사공의 일을 적다 書太史公事
두 명의 추호·증삼·모수 兩秋胡曾參毛遂
 
옮긴이에 대해

2012년 8월 7일 화요일

백치 천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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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천줄읽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김정아 옮김
분야 : 천줄읽기/소설
출간일 : 2012년 8월 10일
ISBN : 978-89-6680-541-9 02890
 12000원 /  A5 제본 / 318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작품. 황금 송아지가 다스리는 서구주의에 물든 페테르부르크에 찾아온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숭고하고도 순수한 백치 미시킨 공작. 그러나 “미(美)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작가의 명제에도 불구하고, 돈, 권력, 성적 타락 등이 만연한 세계 속에서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은 단지 “백치”가 될 수밖에 없다. 배금주의에 물든 타락한 세상에 보내는 도스토옙스키의 강렬한 묵시록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백치≫는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죄와 벌≫을 잇는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작가는 자신의 창작 중에서 ≪백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했으며, 이 대작을 1867년과 1868년의 17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백치≫에서 도스토옙스키는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을 그려 내고자 했다. 한 편지에서 작가 스스로도 인정하듯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으므로 그것이 매력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준비할 수가 없었던” 테마였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인간”인 성경 속 예수가 그의 시대에 가장 흉폭한 죄인으로 몰렸던 것처럼(십자가형은 당시 가장 죄질이 나쁜 죄수에게 내리는 형벌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아름다운 인간”도 그가 던져진 페테르부르크라는 세계 속에서 “백치”로 여겨진다. 그의 어린아이 같음, 진실하고 정직함, 성실함, 희생적인 사랑, 이 모든 것들이 그가 마주치는 페테르부르크 거주자들에게는 당혹스러움이고 충격이었다. 미시킨은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이 황금 송아지의 왕국을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본다. 모든 이들의 합의하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짓과 그럴싸한 허위의 포장 아래에 감추어져 있는 본래의 추한 모습이 미시킨에 의해 드러난다.

≪백치≫는 치정, 살인, 돈, 사랑과 욕망과 질투의 삼각관계를 그린 재미난 소설로서도 성공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세속적인 소재를 신과 인간, 파멸과 구원 등의 철학적 사상과 잘 버무려 내어 시공을 뛰어넘는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데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함이 존재한다. 소설로서도 성공한 이 작품은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을 구현해 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에서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미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명제의 성공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완벽한 육체적 미의 소유자인 나스타샤 필리포브나와 완벽한 정신적 미의 소유자인 미시킨 공작, 이 두 주인공의 파멸로써 소설이 끝을 맺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결말은 오히려 명제의 성공보다도 플롯에 있어서나 테마를 위해서나 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백치≫의 독자라면 대체 누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있겠는가! 하얀 시트 아래에 차가운 주검으로 누워 있는 절세미인 나스타샤 필리포브나와 그녀의 시체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광기 어린 로고진, 그리고 완전한 백치의 상태로 되돌아간 미시킨 공작! 세계는 구원받을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해 버렸다. 그 세계 속에서 구원의 빛인 미마저도 파멸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재림한 예수를 어찌할지 모르는 이반 카라마조프의 <대심문관> 속의 세계를 예고한다. 19세기 독자에게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독자에게도 해당되는 무서운 경고다.


☑ 책 속으로

●판결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강도질을 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끔찍한 짓이라고. 밤중에 숲 속 같은데서 강도에게 찔려 죽는 사람도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이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절대로 놓지 않는 법이거든. 예를 들어 목이 이미 잘렸어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도망을 치거나 살려 달라고 도움을 청하거나 하거든. 이런 최후의 희망이 있으면 열 곱절이나 편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을, 사형선고라는 것은 이런 희망을 확실히 빼앗아 버린단 말일세. 일단 선고가 내리면, 이제 달아날 길은 절대로 없는 것이고, 바로 이 점에 정말 끔찍한 고통이 있는 거야. 이보다 더한 고통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걸세. 전쟁터에서 병사를 끌어내다가 대포 앞에 세워 놓고 그에게 쏜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을 걸세. 그런데 이 병사에게 확실한 사형선고를 낭독해 주면 그는 아마 미쳐 버리든가 울음을 터뜨리든가 하고 말 걸세.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미쳐 버리지 않고 그것을 견뎌 낼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럼 정말로 내가 이 사람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요? (공작을 가리키며) 그리고 이 사람은 본인이 아직도 유모가 필요한 처지인데 어떻게 결혼을 한다는 거죠? 아마도 저기 있는 장군님이 이 사람의 유모가 될 거예요. 한번 보세요, 벌써 저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잖아요! 공작님, 당신이 결혼하려 했던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세요. 당신의 약혼녀는 이렇게 돈을 받았어요, 너무도 방탕한 여자여서요. 그런데도 이런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하시다니요! 아니 어째서, 울고 계시는 거예요? 대체, 뭐가 슬프다는 거지요? 그러지 말고, 웃어 보세요, 나처럼 이렇게요.” 이렇게 말하는 나스타샤 필리포브나의 양 볼에 두 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불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어쨌건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이 가난한 기사에게는 자기의 숙녀가 어떤 사람이건 무슨 짓을 하건 그런 것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가 그녀를 선택했고, 그녀의 ‘순결한 미’를 믿는다는 것만으로, 또 그가 이미 그녀 앞에 영원히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그에겐 충분한 거예요. 설사 나중에 가서 그녀가 도둑년이라는 게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그 여자를 믿고, 그녀의 순결한 미를 위해 창이 부러질 때까지 싸울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시인은 이 경탄할 만한 인물 속에 순결하고도 고상한 한 기사가 품었던 중세의 기사도적이고 플라토닉한 사랑의 위대한 사상을 구현하고자 했을 거예요. 물론 이것은 하나의 이상일 뿐이지만요. <가난한 기사>에서는 이 감정이 극에 달해 금욕주의에까지 도달해 있어요. 그러나 이런 감정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이런 감정들은 그 자체로 심오하고, 한편으로는 찬양할 만한 특성입니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새삼 돈키호테에 대해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가난한 기사>는 바로 돈키호테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우스꽝스런 사람이 아니라,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이지요. 한마디로, 진지한 돈키호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처음엔 저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지만, 지금은 <가난한 기사>를 사랑하고 있으며, 중요한 점은 그의 공적을 존경하고 있다는 겁니다.”

●“들어 보세요! 말만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전 잘 압니다. 모범을 실례로 보여 주는 것이 더 낫고, 시작을 한다면 그건 더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전 이미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과연 정말로 불행할 수가 있을까요? 제가 행복을 누릴 힘이 있다면 지금 느끼는 이런 슬픔이나 불행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한 그루의 나무 옆을 지나갈 때 그것을 보고 행복을 느낄 줄 모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를 사랑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오, 전 제대로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만… 하지만 가장 힘들고 의기소침한 사람조차 발자국마다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갓난아기를 보십시오, 새벽노을을 보십시오, 저 들에 자라고 있는 한 포기의 풀을 보십시오, 여러분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저 눈을 보십시오….”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죄와 벌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52

나오는 사람들 ··················61

제1부 ······················65

제2부 ·····················167

제3부 ·····················213

제4부 ·····················263

옮긴이에 대해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