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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0일 화요일

도박사(Игрок) 천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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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도박사(Игрок) 천줄읽기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
옮긴이 : 김정아
분야 : 러시아 / 소설
출간일 : 2015년 2월 27일
ISBN : 979-11-304-6145-8 0389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254쪽

발췌율: 20%




☑ 책 소개

인간 도스토옙스키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그의 운명적 사랑, 열정, 열등감, 굴욕, 비참함, 증오, 그리고 도박과의 만남, 첫 승리, 제어할 수 없는 중독이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재능과 열정이 있어도 조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박에 빠져 파멸해 가는 젊은 지식인의 모습은 우리 청년 실신 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도스토옙스키란 이름은 단순한 소설가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묵시론적인 종교주의자, 정치적 예언가, 위대한 철학자, 날카로운 비평가, 훌륭한 저널리스트, 열렬한 사상가, 병적인 정신의 심리 분석가 등 어딘지 의미심장하고 거대한 의미를 내포한다. 사실주의 작가에게 붙이기엔 너무도 낭만적인 수식어다. 그래서 그의 사실주의를 낭만적 사실주의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자 대부분의 의식 속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은 4대 장편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상기시키며, 읽기도 전에 그 두께에서 우리를 경악케 할 뿐만 아니라, 주제 또한 무겁고 난해해서 큰맘을 먹지 않는 한 감히 어찌해 볼 길조차 없는 그런 작가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여기 소개하는 ≪도박사≫는 책의 두께도 만만하고, 다루고 있는 소재와 주제 또한 일반 독자가 공감하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26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완성된 작품 속에서 우리가 조우하게 될 작가는 거대한 철학과 사상으로 우주적인 고통에 괴로워하는 형이상학적 인물이 아니라, 돈이 없어 절절매고,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또 갖지 못하는 사랑에 애달아하는 생생히 살아 있는 19세기의 청년이다. 작가의 4대 대작이 거대한 철학적 사상의 전쟁터이며, 그 전쟁은 언제나 하느님에의 길, 예수의 겸허하고 희생적인 사랑을 역설하며 기독교적인 승리로 마감한다면, ≪도박사≫에서는 거대한 철학적 사상이나 기독교적 색채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거대 철학의 조각들은 인물의 대화를 통해 발견되지만, 그것들이 결코 작품을 관통하는 주된 주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는다. 도스토옙스키 하면 떠오르는 짙은 종교적인 색채도 거의 느낄 수 없다. 전 인류를 염려하는 신적인 고통 대신, 결핍된 인간의 생생한 고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신의 냄새 대신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집필 직전에 직접 경험했던, 그래서 아직도 기억과 느낌이 생생한 도박 중독과 또 중독 같은 사랑이라는 테마가 중심을 이루고, 도박도 사랑도 중독과 같이 극단으로 치닫고자 하는 주인공의 심리에 방점을 둔다. 프로이트가 극찬한 심리 분석가로서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다. 1866년에 쓴 ≪도박사≫에는 3년 전, 즉 1863년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질긴 운명적 사랑이었던 아폴리나리야 수슬로바와의 만남과 그 애증 관계에서 작가가 느껴야 했던 사랑과 열정, 열등감, 굴욕, 비참, 증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일어났던 도박과의 만남, 첫 승리, 제어할 수 없는 중독이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만큼 ≪도박사≫는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실제 작가의 삶과 가깝고 작품의 인물들 역시 작가의 삶 속에 등장했던 실제 인물들과 닮아 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20대라는 옷을 입은 40대의 작가 도스토옙스키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실제 그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재능도 있고 조국에도 이바지할 수 있었던 이 청년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썩히고 인생을 끝장낼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은 비단 알렉세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1860년대 러시아의 가난하고 힘없는 귀족 인텔리겐치아의 문제다. 대학의 박사 후보생이자 3개 국어를 하는 귀족, 그러나 조국 러시아에서도 해외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현실은 그들에게 자신이 쓸모가 있다는, 그래서 삶이 의미가 있다는, 살아 있다는 생생한 자각을 주지 못한다. 매우 주관적인 화자의 고통은 시대의 고통이 된다. 그가 느끼는 낮은 자존감, 도박 외에는 어떤 것에서도 큰 희망을 볼 수 없는 상황, 정체성의 위기, 심리적 위기는 시대의 위기다. 사실주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인 전형성을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극심한 스트레스, 도박과 강박증, 생과 사의 갈림길의 경험, 많은 아픔 등, 작가의 인생을 함께했던 고통은 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사실주의 시대를 이끌어 간 작가답게 그의 개인적 고통은 시대의 고통을 담아내는 거울이 되고, 개인적 무기력과 소외는 19세기 지식인이 감내해야 했던 무기력과 소외가 된다. 전통과 혁신, 러시아적인 가치와 서구적인 가치, 과학과 신 사이에서 혼란스럽던 19세기의 러시아, 그 안에서도 밖에서도 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낼 수 없는 지식인의 내면과 심리를 배경으로 부조리로 가득한 인간의 삶이 희비극적인 색채로 그려져 있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작가가 처한 역사적 상황의 실존적 본질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주제 선택과 심리 분석, 소설의 플롯 라인은 세기를 뛰어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 책 속으로

·“어째서 그토록 철석같이 믿고 계신거지요?”
“정 답을 원하신다면 말씀드리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는 것은, 전 반드시 돈을 따야만 한다는 점이고, 그 길만이 역시 제 유일한 탈출구라는 점입니다. 그건 어쩌면 반드시 돈을 따야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필요성이 너무도 절박해서, 그래서 만약 당신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거라면요?”
“제가 장담하건대 당신은 제가 뭔가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우신 거지요?”
“전 그런 것에 관심 없어요.” 폴리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심한 듯 대답했다. “뭐, 정 답을 듣고 싶으시다면, 네, 맞아요, 전 당신이 진심으로 무언가에 대해 고통스러워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러워요. 당신도 괴로워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거예요. 당신은 진중하지도 못하고, 더할 나위 없이 제멋대로인 사람이거든요. 대체 당신은 무엇 때문에 돈이 필요한 거지요? 일전에 당신이 내게 늘어놓았던 이유들을 다 생각해 보아도, 어디 하나 심각한 거라고는 없었거든요.”


·내게 폴리나는 언제나 수수께끼였다. 예를 들어 바로 지금 애스틀리 씨에게 내 사랑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내,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뭔가 정확하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가 문득 놀라 아연실색할 정도로 그녀는 내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정확하기는커녕, 모든 것이 정확한 것과는 거리가 먼, 환상적이고,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것들뿐이었다.


·“자, 판이 시작됩니다!” 크루피어가 소리쳤다. 판이 돌기 시작했고, 30이 나왔다. 졌다!
“다시! 다시! 다시! 다시 걸어!” 할머니가 소리쳤다. 나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하고는 다시 12 프리드리히를 걸었다. 판은 오랫동안 돌았다. 할머니는 온몸을 떨며 판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정말로 또다시 제로가 나와서 돈을 딸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놀란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할머니의 얼굴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확신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고, 지금이라도 당장 “제로!” 라는 외침이 울려 퍼질 것이라는 확고 불변한 기대에 물들어 있었다. 구슬이 칸에 탁 튕겨 들어갔다.
“제로!” 크루피어가 소리쳤다.
“뭐!” 할머니는 미칠 듯한 승리감에 젖어 자랑스러운 듯이 내 쪽으로 돌아보았다.
나도 노름꾼이었다. 바로 그 순간 난 이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사지가 후들거렸고, 머리는 띵했다. 물론 열 번을 굴려 세 번이나 제로가 나왔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특별히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그저께 세 번이나 연속으로 제로가 나오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구슬이 무슨 번호에 떨어졌는지를 종이에다 열심히 기록하고 있던 노름꾼 하나가, 바로 어제는 하루 종일 단 한 번밖에 제로가 나오지 않았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할머니에게는 특별히 친절하고도 정중하게 셈을 한 돈이 지불되었는데, 그것은 아주 큰 액수를 딴 사람에게 걸맞은 대우였다. 할머니는 정확히 420프리드리히, 다시 말해, 4000플로린과 20프리드리히를 받게 되었다. 20프리드리히는 금화로 받고, 4000플로린은 은행권으로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할머니는 더 이상 포타피치를 부르지 않았다.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을 쿡쿡 찌르지도 않았고, 외면적으로는 떨지도 않았다. 이렇게 표현해도 좋다면, 할머니는 속으로 떨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를 목표로 한 듯, 하나에 온몸과 마음을 집중하고 있었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저 사람이 한꺼번에 4000플로린까지만 걸 수 있다고 했지? 그래, 그럼 4000플로린을 가져다가 빨강에 다 걸어.” 할머니가 결정했다.
말려 봐야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판이 돌기 시작했다.
“루즈!” 크루피어가 외쳤다.
다시 4000플로린을 땄으니, 합이 8000이 되었다.
“4000은 나를 주고, 4000은 다시 빨강에 걸어.” 할머니가 명령했다.
나는 다시 4000을 빨강에 걸었다.
“루즈!” 심판이 또다시 외쳤다.
“전부 1만 2000이야! 그걸 전부 이리 줘. 금화는 여기 지갑 속에 넣고, 지폐도 잘 챙겨. 좋아 이만하면 됐어! 집으로 가자! 의자를 밀어!”

·“당신은 무감각해지신 겁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삶을 거부했고,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거부했고,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인간으로서의 의무도 거부했으며, 친구들마저(그래도 당신에게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거부했습니다. 도박에서 돈을 따는 것 이외의 어떤 목표도 다 거부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추억조차도 거부했습니다. 전 당신이 삶의 치열하고 강렬한 순간을 살아가던 때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때 당신이 가졌던 최고로 멋진 인상들을 모두 잊어버렸다고 전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꿈이나 당신의 가장 절실한 소망은 고작 홀수, 짝수, 빨강, 검정, 가운데 열두 숫자들 등등 뭐 이런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죄와 벌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백치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악령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 ······················vii
지은이에 대해 ··················lii

나오는 사람들 ···················3

제1장 ······················7
제2장 ······················23
제3장 ······················32
제4장 ······················40
제5장 ······················50
제6장 ······················68
제7장 ······················70
제8장 ······················75
제9장 ······················91
제10장 ·····················100
제11장 ·····················115
제12장 ·····················122
제13장 ·····················130
제14장 ·····················141
제15장 ·····················151
제16장 ·····················168
제17장 ·····················175

옮긴이에 대해 ··················194

2014년 11월 5일 수요일

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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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봄 물결(Вешние воды)
지은이 : 이반 투르게네프(Иван С. Тургенев)
옮긴이 : 라승도
분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3년 5월 16일
ISBN : 978-89-6680-968-4  03890
12,000원 / 사륙판(128*188)  /  177쪽


* 80% 발췌


☑ 책 소개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가 쓴 작품. ‘물’이라는 모티프를 가지고 사랑과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 번역 원전은 구소련 시절, 나우카 출판사에서 간행한 ≪투르게네프 전집(Полное собрание сочинений и писем в двадцати восьми томах)≫(1962∼1968)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소설 ≪봄 물결(Вешние воды)≫(1872)은 투르게네프의 문학 세계와 상상력의 특징인 ‘바다 콤플렉스’가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바다, 심연, 수영, 잠수, 익사 등과 같은 물의 모티프를 다수 가지고 있고, 사랑과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바다 콤플렉스’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봄 물결≫에서 물의 모티프나 이미지는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즐거운 세월, 행복한 나날이 봄 물결처럼 흘러가 버렸다”는 독일 낭만주의 시인 울란트의 옛 로망스에서 인용한 소설의 제사(題辭)를 통해 표면으로 부상한다. 곧이어 나오는 액자소설의 외부 이야기에서 나이 든 주인공이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탄식하면서, 마음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세월을 지긋이 관조할 때 물의 모티프는 다양한 형식의 은유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는 작품의 내부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기능적 의미를 갖고 다채로운 형태로 일관되게 등장한다. 이 점은 특히 ≪봄 물결≫의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 펼쳐지는 사닌과 젬마의 사랑 이야기와 후반부에 전개되는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 이야기가 ‘서사의 물길’을 따라 반전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폭넓게 발견된다.
즉 물의 이미지는 젬마에 대한 사닌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뿐만 아니라 외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미학적 요소로써 기능한다. 특히 공원에서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통해 사닌이 젬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화자는 “만약 그 순간 젬마가 그에게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면, 그녀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벌써 그는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라고 사닌의 사랑을 물의 모티프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봄 물결≫ 내부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 이야기로 반전되는데, 여기서도 물의 모티프는 중요하다.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서 소덴으로 간 소풍이 사닌과 젬마가 사랑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후반부에서 비스바덴으로 떠나는 사닌의 여행은 사닌이 폴로조바의 사악한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노예로 전락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두 여행은 모두 물의 고장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여행의 결과는 정반대다.
요컨대 ≪봄 물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곳곳에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서사의 물길’을 통과해야만 할 것이다.

☑ 책 속으로

**≪봄 물결≫ 111~113쪽
“제발 클류버 씨를 내 약혼자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나는 그분의 아내가 절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분에게 거절했어요.”
“거절했다고요? 언제 말입니까?”
“어제 했어요.”
“본인에게 말했나요?”
“본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서요. 그분이 어제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젬마! 그럼, 당신은 나를 사랑해 주시는 건가요?”
그녀는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여기 왔을까요?” 하고 그녀는 속삭였고 두 손을 힘없이 벤치에 내려놓았다.
그는 얼굴을 들어 대담하게 똑바로 젬마를 보았다. 그녀도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그를 마주보았다. 반쯤 감긴 그녀의 눈은 가벼운 행복의 눈물로 덮여 젖어 있었다.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지 않았다…. 아니, 소리는 없지만 행복한 웃음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 젬마!” 하고 사닌은 환성을 질렀다.
“당신이 나를 사랑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이건 나 자신도 예기치 못한 것이에요.” 하고 젬마가 나직이 말했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하고 사닌은 계속 말했다. “그저 몇 시간 머물려고 프랑크푸르트에 왔을 때는 여기서 내 평생의 행복을 얻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평생이요? 정말로요?” 하고 젬마가 물었다.
“평생토록, 영원토록 말이에요!” 하고 사닌은 감격스럽게 소리쳤다.
만약 그 순간 젬마가 그에게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요?’ 하고 말했다면, 그녀가 마지막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는 벌써 심연 속으로 뛰어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공원을 나와 시내의 거리가 아니라 교외의 좁은 길을 따라서 집으로 향했다.


☑ 지은이 소개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 1818∼1883)는 러시아 중부 오룔 현의 부유한 지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투르게네프는 당시 러시아 귀족 가정의 전형적인 교육을 받았다. 그 후 모스크바대학 문학부와 페테르부르크대학 철학부,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대학에서 수학했다.
독일 유학 시절, 유럽 사상의 영향을 받고 러시아로 돌아온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후진성, 특히 농노제의 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러시아 농촌과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사냥꾼의 수기≫(1852)를 발표하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당대 러시아 사회의 가장 민감한 문제들을 다뤄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았던 투르게네프는 임종의 자리에서 사상적 위기를 겪고 펜을 꺾었던 톨스토이에게 다시 문학으로 돌아와 달라고 유언하고 1883년 9월 4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 옮긴이 소개

라승도는 196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에 입학하여 이때부터 러시아 문학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노어과에 진학하여 러시아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군에 입대하여 육군 중위로 임관 후 육군사관학교에서 군복무와 함께 생도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 주 오스틴에 소재한 텍사스 주립대학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수학했다. 2004년 8월 <문학수력학: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유동적 안티유토피아>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봄 물결
옮긴이에 대해

2014년 10월 31일 금요일

하지 무라트(Хаджи Мура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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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하지 무라트(Хаджи Мурат)
지은이 :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
옮긴이 : 강명수
분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1년 10월 28일
ISBN : 978-89-6406-831-1
가격 : 18,000원
규격 : A5    제본 : 소프트 커버    쪽 : 305쪽




☑200자 핵심요약

톨스토이의 후기 작품을 대표하는, 예술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소설.
불의에 맞서 죽을 때까지 싸우면서 끈질기게 자신을 지키려는 엉겅퀴 같은 하지 무라트의 이야기. 생애를 걸고 투쟁한 하지 무라트의 배반에 대한 정당성은 ‘신앙’과 ‘신념’의 모티브 중 어디에 더 의미를 둔 걸까. 톨스토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면서 하지 무라트의 강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느껴 본다.

 
☑ 책 소개

“위대한 러시아 문학은 <하지 무라트>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마르크 알다노프

톨스토이가 1896년 8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8년이 지난 1904년이 되어서야 완성한 <하지 무라트>는 다시 한 번, 톨스토이가 실로 뛰어난 작가이자 천명을 부여받은 예술가임을 세상에 증명한다.

이 작품의 초안 제목은 <엉겅퀴>였는데, 그 이유는 한 인간이 정의를 위해 불의에 맞서 죽을 때까지 싸우는 형상을, 줄기의 가시로 끈질기게 자신을 지키려는 엉겅퀴의 형상에 겹쳐서 보여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판본의 제목은 ‘성스러운 전쟁’이라는 뜻의 <하자바트>였는데, 자신의 토지를 지키며 삶의 권리를 보전하려는 ‘거룩한 사명을 띤 민중들의 전쟁’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19세기의 제국 러시아’를 향한 캅카스 지역의 소수민족들의 전쟁이자, ‘차르식 통치 방식’에 대항한 전쟁이었다.

주인공 하지 무라트는 샤밀의 압박과 견제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자 러시아로 넘어갔지만, 샤밀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가족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지낸다. 그는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그 모든 게 무위로 그치자, 결국에는 부하들과 함께 산으로 탈주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가족을 구출하러 가기도 전에 러시아군과 민병대의 추격을 받고 그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하지 무라트는, 좁은 의미에서는 가족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넓은 의미에서는 자기 종족(민중)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전사다.

하지 무라트의 형상화
하지 무라트는 실존했던 인물로서, 아바르 한국(汗國)의 지배자 샤밀 쪽의 제일 용맹한 우두머리 장수였다. 1851년 12월 11일 발행된 티플리스의 ≪캅카스 신문≫은 하지 무라트가 러시아로 넘어간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하지 무라트와 그 주변 인물들을 적확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역사적 문헌과 기록들을 연구하고, 하지 무라트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캅카스 지역의 일상적 삶의 세목(細目)’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하지 무라트의 형상을 정확히 구현하고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진술하는 데 활용하고자 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하지 무라트 형상의 정확한 구현과 더불어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진술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하지 무라트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두 진영(니콜라이 1세와 샤밀)의 관계에도 초점을 맞춘다. 또한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집필하던 시기의 세계사의 흐름과 <하지 무라트>에서의 역사적 사실을 연관시켜서 고찰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 무라트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던 두 진영의 관계가, 민중(하지 무라트)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제국주의 진영(니콜라이 1세)과 식민지 진영(샤밀)의 관계로 재해석된다는 점이다. 이것을 더 확장시켜 보면 ‘유럽적 요소’와 ‘아시아적 요소’의 ‘갈등과 충돌’이 그려진다.

톨스토이는 하지 무라트를 입체적인 인물로 파악했다. 전장에서는 적군에게 잔인하고 용맹하기 이를 데 없는 전사(戰士)로, 일상적 삶에서는 부하에게 도량이 넓으면서도 위엄과 절도가 있는 수장으로 묘사한다. 또한 노회한 노(老)공작 보론초프 앞에서는 당당하고 지략이 뛰어난 장수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 전체를 통해서는 일관되게 자기 가족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인간미 넘치는 가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 무라트의 형상은 그야말로 ‘인간의 유동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의 형상에서는 ‘인간의 유동성’보다는 오히려 ‘인물의 전형성’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톨스토이가 하지 무라트의 형상을 더 오롯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녀의 형상을 전형적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박하고 다정한 러시아인들(젊은 장교 부트렐과 로리스 멜리코프,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와 그녀의 어린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하지 무라트에게 매료되고, 하지 무라트 역시 그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마음을 여는데, 이 또한 하지 무라트의 개방성과 인간미를 표현하기 위한 작가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 무라트>는 시작 부분에서의 러시아 병사 아브데예프의 죽음과 결말 부분에서의 하지 무라트의 죽음이 상응하면서 대칭 구조를 이룬다. 또한 상승하는 슈제트와 하강하는 슈제트의 노선에서 전쟁과 결부된 일련의 사건들이 ‘축적되는 구조’를 통해, 아브데예프와 하지 무라트의 죽음의 의미를 더 명료하게 드러낸다.
톨스토이는 <하지 무라트>에서 단편적 사건들을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 속에 녹아들게 하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주도적 관념의 운동’ 속으로 침투시킨다. 또한 ‘현미경적 묘사’와 ‘망원경적 묘사’를 교차ᐨ결합시키는 기법을 활용하기도 하고, 지각(知覺)을 강화시키는 ‘낯설게 하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예술문학(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литература)출판사에서 발간한 22권의 톨스토이 전집 중에서 1983년에 출간된 제14권을 저본으로 사용했다.
또한 부록에 옮긴이가 쓴 논문을 실었다.



☑ 책 속으로

1.Вот эту-то смерть и напомнил мне раздавленный репей среди вспаханного поля.

개간된 들판 가운데 짓뭉개진 엉겅퀴를 보았을 때, 나는 하지 무라트의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 머리의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파리한 입가에는 어린아이 같은 선량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3.“만약 당신이 길을 가는 중에 기습을 받게 된다면?” 부트렐이 물었다.
하지 무라트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그의 손에 죽더라도 그것은 알라의 뜻일 겁니다. 자, 잘 있으시오.”


☑ 지은이 소개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 1828~1910)
톨스토이는 ‘인간의 심리 분석’과 ‘개인과 역사 사이의 모순 분석’을 통해 최상의 리얼리즘을 성취했다. 이 작가는 일상의 형식적인 것을 부정하고 인간의 거짓, 허위, 가식, 기만을 벗겨 내고자 했다. “톨스토이 이전에는 진정한 농민의 모습이란 없었다”는 레닌의 말처럼, 톨스토이는 제정 러시아에서 혁명이 준비되고 있던 시기를 천재적으로 묘사하면서, 그의 문학과 사상을 사회혁명에 용해시켰다. 나아가서 전 인류의 예술적 발전을 한 걸음 진전시키는 데 그의 문학과 사상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으면서 ‘삶을 사랑하는 톨스토이’와 ‘청교도적 설교자로서의 톨스토이’라는 ‘두 얼굴의 톨스토이’를 만난다. 톨스토이의 내면 세계에서는 두 얼굴을 가진 분열된 자아가 계속해서 서로 싸운다. 후기로 갈수록 톨스토이는 ‘삶을 사랑하는 시인’에서 ‘인생의 교사’이자 ‘삶의 재판관’으로 변모한다.

톨스토이는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지난한 과정에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인간이다. ≪전쟁과 평화≫(1864∼1869)에서 그는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한 탐색을 통해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가 탐색한 모든 것은 분명하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미학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를 연결시키면서 죽음을 전형적 형상으로 표현하면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그 일에 매진해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9)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는 만족할 줄 모르는 예술가이자 인류의 설교자로서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인류에게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톨스토이의 본성에는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 강한 성적 욕망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성적 욕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금욕주의와 청교도적 삶을 강조했다. 일상적 삶을 함께했던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 안드레예브나는 남편의 강한 성적 욕망을 받아 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욕망의 분출 후 피할 수 없이 더 강하게 표출되곤 하던 청교도주의자 톨스토이의 모든 도덕적 부채까지도 견뎌 내야만 했다. 그래서 메레시콥스키는 톨스토이에게 평생 억제하려고 했던 육체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정신적인 것을 성취해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자기 서술이란 과정을 통해 평생토록 자기 인식, 자기 확인을 지속하면서 위대한 작품들을 산출했다. 그 과정에서 톨스토이는 자신의 내부에 평온하게 숨 쉬고 있는 ‘자기 완결적인 신성의 형상’을 갈망했다. 하지만 일상적 삶에서는 늘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면서, 매 순간 도덕적·종교적으로 완전한 자아를 위해 끊임없이 싸웠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부정과 자기혐오에까지 치닫는 그의 정신과 조우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들떠 있는 그의 영혼, 도덕적 자기완성에 대한 이상으로 흥분된 그의 영혼을 만나게 된다. 그의 유작으로 처음 발견된 ≪신부 세르게이≫(1898)에서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명성과 허영심을 불러일으키는 세속적 관념을 거부하고, 자신이 진리라고 규정한 관념을 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또 다른 자아라고 부를 수 있는 세르게이 신부가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톨스토이는 ‘노동의 진리’, ‘생과 사의 심원함’을 이른바 ‘문명 생활의 허위’와 ‘진리의 부재’ 등과 대비하면서 묘사한다. 그에게 진리는 자연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에 있으며, 허위는 문명적이고 의식적인 것에서 발견된다. 톨스토이의 이와 같은 관념은 이미 초기 작품 ≪카자흐≫(1863)에서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1873∼1878) 등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부활≫에서 톨스토이는 당시 러시아의 사회제도 전반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와 동시에 민중의 삶에 동화하는 인간의 도덕적 부활의 전 과정을 예리하게 묘사했다. 이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인간의 원시생활의 진리, 문명의 허위, 사회생활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거짓과 기만이 형상화되고 있다.
톨스토이는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사랑과 진리에 대한 관념들을 일반적·보편적 형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는 예술가이자 인생의 교사로서 이런 관념들에 대한 해답을 인류에게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예술 세계에서는 자족적 관념이 만들어 내는 자기 완결적 순환 구조를 어렵지 않게 읽어 낼 수 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관념을 통해, 그리고 그 관념의 실천을 통해 절대적 지각자로서의 자기완성에 이르고자 하고, 자기 구원과 인간 구원에 도달하고자 했다.


☑ 옮긴이 소개

강명수
강명수는 1965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했다. 1985년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한 뒤 대학 생활의 절반을 ≪고대신문≫에서 기획 면과 학술 면을 담당하며 보냈다. 동 대학원에서 체호프 후기 단편소설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아주어과(러시아어 담당)에서 강사, 전임강사로 있으면서 군 복무를 대체했다. 그 후 러시아로 유학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서 <안톤 체호프의 사상적인 중편소설 연구: ‘등불’에서 ‘6호실’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에서 <가르신의 ‘붉은 꽃’과 체호프의 ‘6호실’에 드러난 공간과 주인공의 세계>라는 연구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2005년까지 고려대학교(학부)와 중앙대학교(학부와 대학원)에서 러시아 어문학과 문화, 체호프와 톨스토이를 강의했다. 2006년부터 청주대학교 인문대학 어문학부 러시아어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체호프, 톨스토이, 가르신에 대한 주제로 28편의 논문을 권위 있는 전국 규모의 학술지에 게재했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체호프의 세계≫[개정판 ≪체호프와 그의 시대≫(소명출판, 2004)]라는 학술서를 번역했다. 체호프 선집(총 5권)을 기획하고, ≪체호프 선집 4−철없는 아내≫(범우사, 2005)를 번역했다. 체호프의 희곡 ≪벚나무 동산≫(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갈매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11)을 번역했고, 톨스토이 말년의 걸작 ≪하지 무라트≫(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위조 쿠폰≫(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홀스토메르·무엇 때문에?≫(지식을만드는지식, 2009)도 번역했다. 아울러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맞아 펴내는 톨스토이 전집(총 12권) 중에서 후기 걸작들이 담긴 제9권 ≪중단편선 IV≫(작가정신, 2011)를 번역했다. 또한 러시아어 교재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 2≫(공저, 신아사, 2007)도 출간했다.

체호프 연구 3부작 중에서 첫 번째 연구서 ≪체호프 문학의 몇 가지 쟁점: 우리 시대의 인간·현실·관념 읽기≫(보고사, 2009)를 출간했으며, 두 번째 연구서 ≪체호프 다시, 깊이 읽기(A thorough re-reading of Chekhov’s works): 의복, 음식, 젠더, 공간, 시대≫(한국학술정보, 2011년 발간 예정)도 집필을 마무리하고 있다. 체호프 연구 3부작의 마지막 연구서인 ≪체호프의 프리즘으로 러시아 문학 뒤집어 보기≫도 집필을 위해 본격적인 연구를 이미 시작했다.


☑ 목차

하지 무라트

부록
<하지 무라트>를 깊이 읽는 몇 가지 방법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2014년 7월 14일 월요일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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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죄와 벌 천줄읽기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
옮긴이 : 김정아
분야 : 천줄읽기/소설
출간일 : 2011년 1월 20일
ISBN : 978-89-6680-224-1 (00890)
가격 : 12000원
규격 : A5 제본 : 무선제본 쪽 : 228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그 첫 번째 작품. 4년간의 수감 생활과 6년간의 유형을 통해 정립된 그의 철학과 인생관, 이념이 가장 솔직하고 명확히 담겨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희망적인 작품 ≪죄와 벌≫. 그 핵심으로 안내한다. 그 글자 한 자, 숫자 하나에 숨겨진 상징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 주는 깊이 있는 해설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의 시작을 알리며, 그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정신적 부활을 경험하는 행복한 결말이 본문 속에서 그려지는 작품이다. ≪죄와 벌≫에서는 유형 후 최초로 쓰여진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시작된 이념적 투쟁이 예시적이고 더욱 강력한 형태로 계속되고 있으며,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회고록의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는 주인공의 경험과 깨달음과 다짐이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분신인 주인공을 회의와 논쟁, 이성적인 오만한 자아와 본능적인 선함을 가진 동정 어린 자아 사이의 갈등을 경험케 하고, 신을 부정하고 그의 자리를 넘보려 하는 무신론의 문턱으로까지 이끌어 간 후에야, 고통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의 부활로 이끈다. 작가는 페트라솁스키 사건과 그에 따른 유형 등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니힐리즘과 공리주의에 물든 1860년대 인텔리겐치아들이 처한 상황 및 당면한 사회문제와 잘 버무려 예술적 걸작을 탄생시켰다. 체험을 통해 달구어진 작가의 기독교적 메시지는 작가 자신의 어떤 논문보다도 시공을 넘어 독자에게 더욱 강력하게 담금질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19세기의 나사로인 라스콜리니코프는 4년 만에 시베리아 감옥에서 부활한 도스토옙스키 자신이다.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 사상은 사람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인류애가 아닌, 이론적이고 허구적인 인류애를 가르친다. ‘무가치한’ 한 명의 목숨을 없애서, 그로부터 취한 재물로 자신과 같은 비범한 초인의 앞날의 초석을 다지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서구에서 온 이론이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가르친 가짜 인류애다. 추상적인 인류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이 사상 속에는 정작 피와 살로 된 ‘이웃에 대한 사랑’은 없다. 또 이 사상 속에는 자신이 남보다 위대하다는 오만함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있어 오만은 그리스도의 겸허와 상극에 서 있는 것으로, 그것은 악마의 것이다. 겸허에서 우러나는 동정과 연민, 그것은 내려다보는 오만한 가짜 동정이나 연민과는 차원이 다르다. 에필로그에서 꾸게 되는 전 인류를 감염시키는 아메바의 꿈을 통해, 라스콜리니코프는 오만한 가짜 연민의 실체와, 그런 가짜 동정과 연민의 종말은 구원이 아닌 자신을 포함한 전 인류의 파괴라는 참극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주인공을 구원으로 이끌고 있는 정신적인 지주인 소냐와 포르피리에 의해 주인공이 자수를 하기는 했으나, 그는 자신이 초인이 아니라는 사실에만 화가 났을 뿐이지, 자신이 근거한 이론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진정한 참회는 본문이 끝날 때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에필로그에서 상징적인 마지막 꿈인 아메바 꿈을 꾼 이후에는, 자신이 초인이 아님은 물론이요, 자신이 그려 왔던 초인이 실제로는 아메바에 감염된 병자에 다름 아니며, 초인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종국에는 세상의 구원자가 아니라 파괴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진정한 초인은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남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불쌍해하는 오만한 동정을 보내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연민하고 동정하며 그들을 위해 기꺼이, 그리고 겸허히 자신을 희생하는 그리스도적 사랑을 실천하는 소냐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 책 속으로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봐요. 만약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당신에게 맡겨졌다고 해 봅시다. 이 세상에 누가 살아야 할까요? 루진이 살아서 계속 나쁜 짓을 해야 하는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죽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그들 중 누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걸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어요? 더구나 어째서 당신은 해서는 안 되는 질문들을 하시죠? 무엇 때문에 그런 무의미한 질문을 하시죠? 어떻게 그것이 제 결정에 달려 있을 수가 있나요?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살아선 안 되는지에 대한 재판권을 대체 누가 제게 맡겼단 말씀이시죠?
 
 
●만약에 말이야, 이를테면 나폴레옹이 내 입장에 있다고 한다면, 자기의 출셋길을 여는 데 있어, 툴롱이니, 이집트니, 몽블랑 원정이니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고, 이 모든 아름답고 기념비적인 것들 대신에, 시시껄렁하기 이를 데가 없는 14등관의 과부 할멈밖에 없다고 한다면 말야, 게다가 그 할멈의 트렁크에서 돈을 훔쳐 내기 위해서는(출세를 위해서 말이야, 알겠어?) 그 할멈을 죽여야만 한다면, 그러니까 다른 출구가 전혀 없다면 말이야, 나폴레옹은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까? 그것이 기념비적인 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점과, 또 …죄를 짓는 일이라는 점 때문에 그가 망설이진 않았을까?
 
●소냐, 나는 이런저런 이론들과 관계없이 그냥 죽이고 싶었던 거야, 자신을 위해서, 나 한 사람만을 위해서 죽이고 싶었던 거야! 이 점에선 나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죽였다고? 아니, 다 헛소리야! 수단과 권력을 손에 넣고, 전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 죽였다고? 그것도 헛소리야! 나는 그저 죽인 거야. 날 위해서, 나 하나만을 위해서 죽인 거라고! (…) 더구나 중요한 것은, 살인을 했을 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어. 돈보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던 거야….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7
지은이에 대해··················57
 
 
나오는 사람들··················65
제1부······················69
제2부·····················98
제3부·····················118
제4부·····················141
제5부·····················166
제6부·····················183
에필로그····················208
 
 
옮긴이에 대해··················226
 


2014년 4월 11일 금요일

타라스 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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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타라스 불바(Тарас Бульба)
지은이 : 니콜라이 고골(Николай В. Гоголь)
옮긴이 : 김문황
분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4년 4월 11일
ISBN : 979-11-304-1214-6 03890
가격 : 22,000원
규격 : 사륙판(128*188)     제본 : 무선     쪽 : 316쪽



☑ 책 소개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의 중편소설이다. 이 책은 1842년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러시아 땅과 러시아정교회를 지극히 사랑하는 타라스의 애국심,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오스타프의 용맹, 그리고 여인의 매혹적인 외모에 이끌려 조국을 배신하고 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안드리의 속물성 등을 볼 수 있다. 고골을 전공한 역자의 해설은 고골과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출판사 책 소개

≪미르고로드≫에 실린 1835년도 초판 <타라스 불바>는 총 9장에 60쪽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골은 1839년부터 초판을 개작하기 시작해 1842년에 총 12장에 102쪽으로 확장한 개정판을 완성해서 발표했다.
개정판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배경은 17세기 중엽뿐 아니라 16세기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16세기에 관한 묘사는 1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화자는 불바의 집 거실 벽에 장식된 것들을 설명하면서 1596년에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러시아정교와 가톨릭의 통합 운동인 ‘우니야’에 반대하며 벌어진 전투 상황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즉, 고골은 16세기 말 우크라이나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을 묘사하며 그 당시 생활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스타프와 안드리가 다니는 키예프 신학교는 1631년에 설립된 키예프-모길랸 아카데미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간적 배경은 17세기 중엽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골 연구자들도 이 작품의 중후반부에서는 16~17세기 카자크인의 삶이 묘사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비평가 세츠카레프는 고골이 역사적 사실을 연대기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작품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중엽에 있었던 폴란드에 대항한 우크라이나 해방운동과 관련한 개별적 사건이나 전투를 뭉뚱그려 일반화했다고 주장한다.
1638년 게트만 오스트라니차는 폴란드에 대항해 전쟁을 벌이다가 패배하고 처형당한 후, 흐멜니츠키가 자포로제 카자크의 게트만이 되었을 무렵 폴란드에 등록한 카자크인들은 폴란드 지주에 대항해 간간이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러시아와 무관한 상황에서 1648년 카자크인들은 폴란드와 사회적, 경제적 갈등으로 인해 타타르인들과 연합해 폴란드와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자포로제 카자크인들의 게트만은 우크라이나의 통치자로 자리매김을 했고, 모든 주민은 스스로를 카자크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1657년 흐멜니츠키가 사망하고 후계자 자리를 두고 카자크인 사이에서 내분이 발생하면서 폴란드를 선호하는 카자크인들과 러시아를 선호하는 카자크인들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양쪽 모두는 폴란드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한목소리로 외치며 갈망했다. 따라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할 때 고골이 작품에서 주장하는 카자크인과 폴란드인 사이의 종교적 갈등은 허구인 것이다.
주인공 타라스, 오스타프, 그리고 안드리는 역사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작가가 개인적으로 창조한 인물들이다. 특히 5장에 묘사된 자포로제 세치 카자크인들의 잔인한 행동을 묘사한 장면들−유대인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장면, 간난아이를 살육하고 어린아이를 창으로 찔러 불타는 성당으로 던져 넣는 장면, 폴란드 여인의 유방을 도려내고, 폴란드인 다리 껍질을 벗기고 풀어 주는 장면 등−은 역사적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이런 묘사는 고골의 모든 작품에서 가톨릭교도인 폴란드인, 유대교도인 유대인, 이슬람교도인 터키인, 이교도인 타타르인,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을 악마로 간주하는 자신의 문학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비평가 빅토르 얼리흐도 이 작품에 묘사된 우크라이나는 결코 역사적이거나 사실적이지 않으며, ‘이상화된 환상의 세계’라고 주장한다. 즉,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역사적 구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사건보다는 상상 속의 시공간에 신화적인 영웅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골이 표현한 것은 역사적 사건과 사실적 인물이 아니라, 개인적 상상력을 동원한 신화 창조를 통해 자신의 최대 관심사였던 러시아정교회 신앙과 슬라브주의 애국심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스텝, 전형적인 카자크인들의 삶,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 이 직품의 주제로는 러시아 땅과 러시아정교회를 지극히 사랑하는 타라스의 애국심,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오스타프의 용맹, 그리고 여인의 매혹적인 외모에 이끌려 조국을 배신하고 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안드리의 속물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고골은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대부분의 여인을 부정적 혹은 악마적 형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이름조차 부여하지 않는다. 마치 창세기에서 순수한 아담을 죄악에 빠뜨린 하와처럼, 고골은 대부분의 여성을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원인 제공자로 간주했다. 이 작품에서도 타라스의 아내, 폴란드 사령관의 딸, 그리고 타타르 하녀 역시 이름 없는 익명의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아들아, 왜 너의 폴란드 놈들이 너를 도와주었냐?”
안드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팔아먹었느냐? 신앙을 팔아먹었느냐? 자신의 동료들을 팔아먹었느냐? 당장, 말에서 내려라!”
그는 어린애처럼 순순히 말에서 내려, 타라스 앞에 죽은 듯이 멈춰 섰다.
“가만히 서 있어라. 움직이지 마라! 내가 너를 낳았으니, 이제 내가 너를 죽이겠다!” 타라스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어깨에 멘 총을 끌어내려 손에 잡았다.
안드리의 얼굴은 아마포같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조용히 움직이더니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국의 이름도 아니고, 어머니의 이름도 아니고, 형제들의 이름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폴란드 여인의 이름이었다. 타라스는 총을 발사했다.
마치 낫에 베인 곡물의 이삭처럼, 그리고 심장 밑에 치명상을 입은 어린 양처럼, 그는 고개를 수그린 채 한마디 말도 못하고 풀밭에 쓰러졌다.
―198쪽에서


☑ 지은이 소개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폴타바의 소로친치 마을에서 1809년 4월 1일 태어났다. 1819년 고골은 폴타바 사립 기숙학교에서 공부하다가, 1821년 네진의 김나지움에 입학해 신학, 고전문학,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수학했다. 학창 시절 문학과 연극에 관심을 갖고 학내 문학 서클 편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고골은 푸슈킨을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예브게니 오네긴≫을 포함한 그의 시를 노트에 옮겨 적기도 했고, 연극에도 관심을 갖고 부친이 썼던 우크라이나 희곡과 프랑스 희곡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1828년 11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바실리예프카 영지에 잠시 머문 후, 공직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홀로 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한 고골은 1829년부터 내무성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1829년 그는 김나지움 시절부터 쓰기 시작했던 낭만주의풍의 서정시 <이탈리아>와 전원시 <간츠 큐헬가르텐>을 자비로 출판했는데, 비평가들의 혹평을 두려워해 ‘V. 알로프’라는 필명으로 출판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혹평을 받았고, 이에 실망한 고골은 1829년 8월 1일 모든 작품을 회수해 직접 소각하고, 6주간 독일의 류벡과 함부르크를 여행하고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그해 11월 법무성으로 옮겨 근무하면서 고골은 1830년 <바사브류크 , 혹은 이반 쿠팔라 전야>, <게트만>의 첫 장, 그리고 단편 <여자>를 시인 델비그가 주관하고 있던 ≪문학 신문≫에 기고했다. 이 작품들은 호평을 받았고, 그 결과 고골은 주콥스키와 푸슈킨과 돈독한 친분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는 1831년 관리 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주콥스키의 추천으로 여자 기숙학교 역사 교사로 근무하면서 그해 9월 ≪지칸카 근교 농가의 야회≫ 1부를, 그리고 이듬해 3월에는 2부를 각각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푸슈킨을 포함한 일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이로 인해 고골은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작품집의 출간으로 문학적 명성을 획득한 고골은 1834년에 여자 기숙학교의 역사 교사직을 사임하고, 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역사학과 조교수로 근무했다. (당시 페테르부르크 대학생이었던 투르게네프는 고골의 세계사 강의를 수강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고골의 강의가 형편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듬해 고골은 ≪지칸카 근교 농가의 야회≫의 3부라고도 불리는 ≪미르고로드≫와 ≪아라베스키≫를 발표했다. 전자는 1832년부터 2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집인데 <옛 기질의 지주>, <타라스 불바>, <비이>, 그리고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어떻게 싸웠는가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고골은 ≪미르고로드≫의 제목 밑에 ‘≪지칸카 근교 농가의 야회≫의 속편’이라는 문구를 기입함으로써 네 작품의 주제가 ≪지칸카 근교 농가의 야회≫와 연관성이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근거로 한 낭만성과 환상성을 내포한 작품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라베스키≫에는 13편의 에세이와 3편의 단편 등 총 1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조각, 미술과 음악>, <중세 시대에 관해>, <세계사에 관해>, <초상화>, <소러시아의 구성에 대해>, <푸슈킨에 대한 몇 마디>, <오늘 날 건축에 대해>, <알-마문>, <인생>, <쉴로저, 뮬러, 그리고 헤르더>, <네프스키 거리>, <우크라이나의 노래>, <지리에 관한 생각>, <폼페이의 최후>, <5세기 말 인류의 이동에 대해>, <광인 일기> 등이다.
1835년 후반부터 고골은 상상을 초월한 악몽을 다룬 단편 <코>, 주인공의 속물성 자체를 서술 전개 방식으로 사용한 단편 <마차>, 약혼녀와 결혼식을 거행하기로 작정하고 연미복을 주문한 주인공이 결혼을 망설이다가 마지막 순간 창문을 뚫고 탈출하는 희곡 <결혼>(마치 평생을 미혼으로 지낸 고골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는 듯한 작품), 그리고 가짜 검찰관의 소동을 다룬 희곡 <검찰관>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1835년 12월 18일 페테르부르크 대학교수직을 사임하고 원고 집필에 매달린 고골은 이듬해 1월 30일 주콥스키의 저택에서 개최된 파티 석상에서 <검찰관> 대본을 낭독했고, 마침내 3월 초고를 완성했다. <검찰관>은 1836년 4월 19일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극장에서 초연됐다.
공연 직후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상반된 견해가 도출되었다. 전자는 분노하며 ‘중상모략을 담고 있는 5막 연극’이라고 혹평했고, 고골을 ‘파렴치함과 냉소가 넘치는 풋내기 러시아인’이라고 폄하했다. 반면에 후자는 이 작품을 러시아 사회와 관료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규정하고, 고골을 혁신적인 작가로 떠받들며 극찬했다. 그리고 1836년 5월 모스크바의 말르이 극장에서 두 번째 상연되었을 때도 대다수 관객들도 폭소를 터뜨리며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고위 관리에 대한 풍자 작품으로 인식하고 웃음으로 일관하는 관객들의 반응에 실망한 고골은 6월 6일 친구 다닐레프스키와 유럽 여행을 떠난다. 그 후 12년(1836~1848) 동안 고골은 외국에서 집필 활동을 하게 된다.
1836년 10월 스위스 베베이에서 고골은 <죽은 혼> 1부를 집필하기 시작했고, 1837년 겨울 프랑스 파리에서 <죽은 혼> 1부의 대부분을 완성했다. 1839년 겨울에 잠시 러시아로 귀환한 고골은 러시아 문단의 친구들 앞에서 <죽은 혼> 1부의 1장을 낭독했다. 1840년 4월에 고골은 ≪모스크바 신문≫에 “자기 마차가 없는 사람들 가운데 나와 함께 빈으로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연락 바람. 여행 비용 공동 부담”이라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스위스를 거쳐 1840년 10월에 로마로 돌아온 고골은 러시아 화가들과 사귀면서 창작 활동을 지속했고, <타라스 불바> 개정판과 단편 <외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1841년 <검찰관> 개정판과 <죽은 혼> 1부를 완성했고, 1841년 겨울에는 잠시 러시아를 방문해 <초상화> 개정판을 ≪동시대인≫에 발표했으며, 1842년에는 <결혼>, <도박꾼들>, <검찰관> 개정판, <타라스 불바> 개정판, <외투>, 그리고 <죽은 혼> 1부를 발표했다.
고골은 1843년 초부터 <죽은 혼> 2부를 집필하기 시작했으나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악화되어 5월에 치료 목적으로 독일을 방문했고, 이후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다.
1845년부터 ‘선과 악’의 문제, 그리고 ‘종교와 윤리’의 문제가 고골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고골은 그동안 집필했던 <죽은 혼> 2부를 1845년 7월에 소각했다. 1846년 병세가 심각해지면서 고골은 창작 활동을 거의 중단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그는 ≪친구들과의 왕복 서한≫이라는 에세이집을 1847년 1월 발표했다.
고골은 1848년 3월 팔레스타인 성지순례를 하고 4월에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데사, 바실리예프카 영지, 그리고 수도원 등을 방문하고 10월부터 모스크바에서 <죽은 혼> 2부 집필을 재개했다. 1850년 12월 고골은 주콥스키에게 <죽은 혼> 2부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죽은 혼> 2부를 계속해서 수정 보완하고 있던 고골은, 1852년 2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긍정적 인물에 대한 묘사에 큰 결함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 결함은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1852년 2월 11일 밤 <죽은 혼> 2부를 소각하고 금식에 들어간 고골은 3월 4일 아침 모스크바 자택에서 사망했다. 고골은 <죽은 혼> 1부를 완성한 직후부터 집필했던 2부를 1843년, 1845년, 그리고 1852년 2월 각각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소각했던 것이다. 고골이 사망하고 소각되지 않은 2부는 초고 1장뿐이다. 문단의 지인들은 고골의 제작 노트에 있는 2부의 단편을 보정해 2장, 3장 그리고 4장을 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고골이 사망하고 3년이 지난 1855년에 <죽은 혼> 2부 1~4장을 출간했다.


☑ 옮긴이 소개

김문황은 서울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아메리칸대학교(American University) 국제지역학 대학원에서 러시아 지역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미시간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 슬라브어문학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고골 전공)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강사를 거친 후, 충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노어노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 목차

타라스 불바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4년 4월 1일 화요일

어두운 가로수 길 (Тёмные алле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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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어두운 가로수 길(Тёмные аллеи)
지은이 : 이반 부닌(Иван А. Бунин)
옮긴이 : 김경태
분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2년 3월 30일
ISBN : 978-89-6680-415-3 00890
가격 : 12000원
A5 / 무선제본 / 164쪽



☑ 책 소개

이반 부닌은 ≪어두운 가로수 길≫을 두고 “내가 살아오면서 쓴 작품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러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이반 부닌이 13년에 걸쳐 완성한 단편소설집이다.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음영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랑으로 인해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고통과 복잡한 감정을 놀라운 필치로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작품의 구성, 외부와 내부세계의 묘사, 삶과 사랑에 대한 통찰력 등 많은 면에서 부닌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어두운 가로수 길≫은 이반 부닌이 1937년부터 13년에 걸쳐 완성한 단편소설집으로, 작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관심을 가진 모든 문제를 담았다. 특히 작품들의 중심이 되는 주제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다양한 음영이다. 부닌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사랑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데, 19세기 대다수 러시아 고전 작가, 예를 들어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톨스토이와 달리 육체적인 사랑의 접근과 묘사에 소홀하지 않았다. 부닌의 주인공들은 주저하지 않고 정욕의 폭풍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이해하게 되며 자신을 가차 없이 불태워 버린다. 자살하고 살해되는 비극적 이야기를 통해 부닌은 사랑이란 인간에게 모든 정신적·육체적 힘의 최고의 긴장 상태를 요구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사랑은 삶보다 귀하지만,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비극적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어두운 가로수 길≫은 다양한 소설적 장르의 모형이다. <캅카스>, <스테파>, <타냐>, <갈랴 간스카야>, <까마귀> 등 대부분의 작품은 심리·풍속 소설이고, <나탈리>, <루샤>, <파리에서>, <차가운 가을>, <깨끗한 월요일>과 같은 서정·서사시 장르의 이야기도 있으며, <참나무 마을>과 같은 작품은 민담의 형태를 띠는 설화에 가깝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어두운 가로수 길≫의 통일된 작품 군으로 연합된다. 인간과 세상의 내면과 외면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제가 하나의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고, 주제와 언어의 동질성은 순간 범람할 수 있는 그 이야기들을 다시 흐르도록 연결한다. 부닌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 속에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고통과 복잡한 감정의 표출을 놀라운 필치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은 1965년부터 1967년까지 러시아 예술문학(Издательство художественная литература)출판사에서 발간한 부닌 전집 제7권 ≪ТЁМНЫЕ АЛЛЕИ РАССКАЗЫ≫의 37개 작품 중 19개를 선별해 핵심적인 대목을 중심으로 전체 원전의 약 40%를 발췌했다.


☑ 책 속으로

“여보게, 모든 게 사라지는 거라네. 사랑, 젊음. 이 모든 게 말이야.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법이야. <욥기>에 이런 구절이 있지? ‘네가 추억할지라도 물이 흘러감 같을 것이며.’”
“신이 누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모두의 젊음은 흘러가 버리지만 사랑은 별개의 문제지요.” - 22쪽

갑자기 그가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나는 짧은 시간 내에 그를 잊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잊히는 거잖아…. - 133쪽

나는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당분간은 속죄와 순종의 예배를 드리고 다음에는 삭발례를 하게 될 거예요…. 신께서 당신 편지에 답하지 않을 힘을 주시길 바라요. 더 이상 우리의 고통을 연장시키거나 확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에요…. - 154쪽


☑ 지은이 소개

이반 부닌(Иван А. Бунин, 1870~1953)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은 1870년 10월 23일 러시아 돈 강 유역의 보로네시에서 태어났다. 부닌의 초기 작품에는 그가 체험한 아름다운 시골의 자연과 농민들의 삶이 자주 등장한다. 1900년에 ≪안토노프의 사과≫를 발표하며 문단의 관심을 끌었고, 1901년에는 두 번째 시집 ≪낙엽≫으로 푸시킨 상을 받았다. 특히 그의 생애에서 창조적인 창작 시기로 평가받는 1910년대에는 ≪마을≫(1910), ≪수호돌≫(1911),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1915)와 같이 문단의 주목을 받는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한다. 그러나 1917년 사회주의혁명에 반대하며 1920년 프랑스로 망명한다.
망명 후 자전적인 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생≫을 발표하고, 같은 해 1933년 러시아 작가 가운데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37년에는 톨스토이의 삶과 철학, 세계관 등을 조명한 회고집 ≪톨스토이의 해방≫을 출간한다. 그 후 부닌의 관심은 사랑과 고독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로 옮겨간다. 그리고 <어두운 가로수 길>, <파리에서>, <갈랴 간스카야>, <나탈리>, <깨끗한 일요일> 등 사랑의 다양한 음영을 담은 주옥같은 단편소설들을 발표한다. 작가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길과 진리에 대해 고민하던 부닌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조국으로 돌아오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1953년 83세를 일기로 파리에서 삶을 마감했다.


☑ 옮긴이 소개

김경태
김경태는 이반 부닌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러시아로 건너가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러시아문학과에서 지도 교수 이고리 니콜라예비치 수히흐 선생에게 사사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와 전북대학교, 조선대학교 등에서 전임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강의했고, 지금은 광주보건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이반 부닌의 소설 ‘어두운 가로수 길’에 나타난 장르의 문제>, <이반 부닌의 작품 속에 나타난 동양의 테마>, <이반 부닌의 단편소설 ‘형제들’의 동양세계>, <이반 부닌의 불교적 세계관>, <알렉산드르 그린의 환상소설>, <러시아 정교의 특성과 정치적 역할> 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비밀의 나무≫, ≪마을≫, ≪수호돌≫, ≪차스뚜시까≫, ≪러시아 속요≫가 있고, 지은 책으로 ≪마인드맵을 활용한 재미있는 글쓰기≫가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어두운 가로수 길
캅카스
발라다
스테파
무자
루샤
조이카와 발레리야
타냐
파리에서
갈랴 간스카야
겐리흐
나탈리
첫사랑
참나무 마을
차가운 가을
사라토프 호
까마귀
깨끗한 월요일
유대의 봄날에

옮긴이에 대해


2014년 2월 19일 수요일

체호프 아동 소설선(Детские рассказы А. Чехов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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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체호프 아동 소설선(Детские рассказы А. Чехова)
지은이 :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 Чехов) 
옮긴이 : 안동진
분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4년 2월 20일
ISBN : 979-11-304-1209-2 03890 
가격 : 18,000원
사륙판(128*188) / 무선 / 232쪽



☑ 책 소개

이 책에는 안톤 체호프의 아동 단편소설 15편이 실려 있다. <하얀 이마>는 “어린이를 위해 쓰고 어린이 잡지에 발표된 처음이자 유일한 단편이다.” 안동진 역자는 아동문학이라는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체호프의 작품 가운데 되도록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을 선별해 번역했다.


☑ 출판사 책 소개

 ≪체호프 아동 소설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호프의 아동문학을 이해해야 하며, 체호프의 아동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동문학의 보편적 특징과 러시아에서 아동문학의 위상, 그리고 체호프의 소설적 특징을 두루 이해해야 한다. 체호프는 아동문학 전문 작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문학의 전통에서 아동에 대한 관심과 아동을 교육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늘 갖고 있었다. 이러한 관심을 글로 담아 낸 것이 체호프의 아동문학이다. 그러나 체호프의 아동문학은 그의 문학적 특징과 연계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의 아동문학에는 사건의 빠른 전개보다는 서정성과 심리묘사가 두드러진다. 그 결과 대체로 아이들이 읽기에는 쉽지 않은 작품들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상황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묘사되는 상황에서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들이 처한 비극적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아이-사회’, ‘아이-어른’ 등의 대립이 해결책 없이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 나는 상황을 보여 줄 테니까 독자 여러분은 열심히 읽고 스스로 고민하기 바란다. 체호프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바는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체호프의 아동문학에는 내용과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전제로 하고 체호프의 아동문학을 구조적 특징상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체호프 아동 소설선≫에 소개된 작품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동물들을 의인화한 작품들이 있다. 기존에 번역된 <카슈탄카(Каштанка)>(1887)와 여기에 소개된 <하얀 이마>(1895)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계열의 작품들은 우리가 아동문학이라고 부르는 범주에 가장 적합한 모습이다. <하얀 이마>는 “어린이를 위해 쓰고 어린이 잡지에 발표된 처음이자 유일한 단편이다”라는 세간의 평가에서 보듯이 체호프가 작정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한 문학 그리고 어린이의 문학을 그려 냈던 것이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동물들을 사랑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상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체호프의 글쓰기 대상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계열의 작품들은 대체로 체호프의 따사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하얀 이마>에서도 배고픈 어미 늑대와 여기에 대립되는 강아지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대신 양자의 관계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특히 강아지가 보여 주는 천진난만한 모습은 아이들의 심리와 유사하다. 안톤 체호프의 형 아폴론 체호프의 회상에 따르면 “멜리호보의 마당에서 살던 세 마리의 검은 개들 중에서 ‘하얀 이마’도 있었다”라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동물의 상태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과 이해가 가능했고, 이것을 다시금 아이들 심리에 접목시키는 체호프의 능란한 기교와 따듯한 시선을 거쳐 ‘하얀 이마’라는 이름은 불멸이 되었다.
둘째, 아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선별할 수 있다. <그리샤>, <아이들>, <사건>, <사내애들>, <기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작품에서는 아이들의 연령별 심리 상태에 대한 체호프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살필 수 있다. <그리샤>에서는 갓난아이, <아이들>에서는 학교 입학 전후의 아이들, <사내애들>에서는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가 낱낱이 고려된다. 교훈적 성격보다는 아이들의 일상이 우선하며, 사건보다는 아이들의 심리가 부각된다. <아이들>은 체호프가 B. 마옙스키 대령의 자녀들을 관찰해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는 사실로 잘 알려져 있다. 체호프의 형 미하일 체호프에 따르면 “동생이 친하게 지냈던 아냐, 소냐, 알료샤는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었고 동생은 단편 <아이들>에서 그 아이들을 묘사했다”라고 썼다. 미하일의 언급에서 보듯이, 체호프는 아이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해 간략하게 심리의 핵심을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 초점을 좁혀 아이들의 심리를 잡아내는 솜씨는 톨스토이가 격찬했듯이, <아이들>을 체호프의 가장 훌륭한 단편들 중 하나로 만들어 냈다.
셋째, 어른들의 시선에서 본 아이들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이 계열의 작품들에는 어른들의 심리와 아이들의 심리가 평행선을 긋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체호프는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다. 상황을 만들어 내는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 치중한다. 이러한 미학적 태도는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가 없다. 그 결과 아이들의 심리와 어른들의 심리는 섞이거나 어느 한쪽으로 수렴되어 강한 주제 의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견하기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논리가 소통의 과정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대 간 소통의 부재라는 거창한 논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소통의 단절은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며, 이것이 문학작품 안으로 들어올 경우 평행선을 긋는 심리의 표출로 드러날 뿐이다. 이를 대표하는 작품이 <집에서>다. 세료자와 아버지 사이의 원활한 소통의 부재는 각각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장치인 셈이다. 역시 심리를 파헤치는 체호프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넷째,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군을 가려 낼 수 있다. 이 작품 계열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인물은 어른이다. 반면 사건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시선은 아이들의 것이다. 이렇듯 사건의 주체와 사건을 전달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상이함이 미학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서 인생 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지적 능력이 아직 온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당연히 제한적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신이 목격하는 어른들의 행동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과정에서 천진한 아이들과 대비되는 어른들의 속물성이 비판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순진함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하며, 아이들이 보여 주는 이해의 부족함을 섬세하게 그려 냄으로써 이야기의 재미가 배가되기도 한다. 기법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이것이 완벽하게 구사된다면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평가 L. 오볼렌스키는 <식모가 시집간다네>를 두고 “섬세한 관찰, 두세 줄 또는 몇 단어로 모든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것이 놀랍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비평가들 역시 <식모가 시집간다네>를 두고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식모가 시집간다네>, <악동>, <지노치카> 등을 이 계열에 속하는 작품으로 지적할 수 있다.
다섯째, 아이들이 읽을 만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들을 따로 묶어 볼 수 있다. 이들 작품에서는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데 별반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는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 의식이 아이들이 읽기에 크게 어렵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순수 아동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동물들을 의인화한 작품들과는 반대로 아동문학의 성격을 가장 적게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다. ≪체호프 아동 소설선≫ 가운데 <어수룩한 사람>, <가정교사>, <모략꾼들−목격자들의 이야기>, <편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체호프의 개인적 경험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끌어왔다. <어수룩한 사람>과 <가정교사>는 체호프 자신이 중학교와 의대를 다니면서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가정교사 일에서 그 모티프를 끌어왔으며, <모략꾼들−목격자들의 이야기>는 1887년 8월 7일 예견되었던 일식을 소재로 삼았다. 이렇듯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해 짧은 분량 안에 나름대로 뚜렷한 에피소드적 상황을 담고 있는 것이 이들 작품의 공통분모다. 왜냐하면 분량이 길면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스러우며 에피소드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아이들의 이해력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 책 속으로

“비가 오기 시작하는군!” 뼈가 앙상한 맨발로 먼지를 풀썩풀썩 일으키면서 제화공이 중얼거렸다. “페클라 오빠한테는 다행이야. 풀과 나무는 우리가 빵을 먹듯이 비를 먹거든. 우레는 걱정하지 마라. 애야. 뭣 때문에 너같이 작은 아이를 해치겠니?”
비가 오기 시작하자 바람은 잦아들었다. 막 싹을 틔운 어린 호밀과 바싹 마른 길을 작은 파편처럼 두드리면서 비만 떠들썩하게 내리고 있었다. 
“페클라슈카. 우리 둘 다 흠뻑 젖겠구나!” 테렌티가 중얼거렸다. “마른 곳은 하나도 안 남겠네…. 호호, 이런! 목까지 젖었구나! 하지만 걱정 마라. 얘야… 풀이 마르고 땅이 마르면 우리도 마르는 거거든. 해는 하나지만 모두를 위한 거니까.”
―<교외에서 보낸 하루> 중에서


☑ 지은이 소개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1860~1904)는 러시아 남부 아조프 해에 있는 항구도시 타간로크(Таганрог)에서 태어났다. 체호프가 열여섯 되던 해인, 1876년 그의 아버지는 파산했다. 파벨은 세간을 정리하고 모스크바로 이사했다. 그러나 체호프는 타간로크 중학교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홀로 고향에 남았다. 아버지가 돈을 보내 주지 않자 그는 돈을 벌어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나아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도와야 했다. 소년 체호프에게 이것은 혹독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이 경험은 체호프가 인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이후 이러한 특성들은 예술적 이미지, 예술적 사실(작품)로 이어졌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어수룩한 사람>과 <가정교사>는 이때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체호프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참 어려운 시기였다. 명문가와는 거리가 먼 집안 내력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쳤다. 어린 나이에 학교 공부와 집안을 돌보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그러한 상황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었다. 1879년 체호프는 모스크바로 이주해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동시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유머 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했다. 물론 체호프의 문학적 재능은 타간로크 중학교에 다니던 시기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독자들과 폭넓은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체호프가 가진 작가적 역량을 발현하는 것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보는 것이 옳다.
1880년 3월 페테르부르크의 주간지에 <박식한 이웃에 보내는 편지(Письмо к ученому соседу)>가 게재되었다. 오만한 어투를 활용한 서간체를 빌려 시골 지주의 교양 없는 상태를 풍자한 이 짧은 작품이 체호프가 지면을 통해 발표한 최초의 작품으로 간주된다. 그 후 체호프는 여러 필명을 이용해 패러디적 성향이 짙은 작품이나 소품을 대중 잡지에 실으면서 인기 있는 유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즐겨 사용한 필명인 안토샤 체혼테(Антоша Чехонте)에 근거해 이 시기를 ‘체혼테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1년에 100편이 넘는 작품을 쏟아 내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관리의 죽음(Смерть чиновника)>(1883), <뚱뚱이와 홀쭉이(Толстой и Тонкий)>(1883), <카멜레온(Хамелеон)>(1884) 등 지금도 회자되고 즐겨 읽히는 뛰어난 작품을 양산했다.
1884년 대학을 졸업한 후 체호프는 모스크바 근교에 병원을 개업해 시골 마을이나 소도시에 왕진을 다녔다. 그러면서도 젊고 유명한 예술가들 및 문학가들과 친교를 맺었다. 그는 개업의로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 계속해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1884년 그의 첫 단편집이, 1886년에는 그의 두 번째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이 두 작품집은 작가로서 체호프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체호프는 의사의 길을 접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의과대학 공부와 개업의 활동, 여기에 지칠 줄 모르는 창작 활동이 겹치면서 폐결핵의 징후를 보인다. 정신착란이 고골의 평생 지병이었고, 신장결석이 투르게네프의 평생 지병이었으며, 간질이 도스토옙스키를 평생 따라다녔다면, 폐결핵은 체호프의 평생 지병이 된다.
1890년, 마차와 배를 이용해 시베리아를 통과해서 3개월간의 힘든 노정 끝에 사할린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할린 섬의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고, 죄수들의 일상을 3개월여에 걸쳐 조사한 다음, 그해 10월 인도, 싱가포르, 스리랑카, 콘스탄티노플, 오데사를 거쳐 12월에 모스크바로 귀환했다. 무려 8개월간에 걸친 길고 긴 여행의 성과는 인상기 ≪시베리아 여행(Из Сибири)≫(1890)과 조사 보고서 ≪사할린 섬(Остров Сахалин)≫(1893)으로 남아 있다.
귀국 후, 1892년에 체호프는 모스크바 근교 멜리호보의 영지를 사들였다. 그곳에서 1897년까지 머문 ‘멜리호보 시대’는 건강을 회복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1892년 6월 콜레라가 창궐하자 체호프는 톨스토이 등과 함께 구호 활동을 벌였다. 의사로서 봉사했으며 기아의 구원과 학교의 설립에 힘을 기울이는 등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는 <다락방이 있는 집(Дом с мезонином)>(1895), <3년(Три года)>(1895), <나의 인생(Моя жизнь)>(1896), <농부들(Мужики)>(1897) 등을 꼽을 수 있다. 인간 생활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등장인물의 행위와 사고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밝히려는 자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체호프는 1897년 3월에 폐결핵이 악화되어 객혈을 하게 된다. 크림반도의 얄타로 거처를 옮겨 요양 생활을 시작한다. 얄타에서 고리키(М. Горьки, 1868~1936)나 부닌(И. А. Бунин, 1879~1953) 등 신진 작가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톨스토이의 병문안을 받았다. 이러한 요양 생활의 와중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Дама с собачкой)>(1899) 등의 소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체호프의 말년을 대표하는 장르는 희곡이었다. ≪갈매기(Чайка)≫(1898), ≪바냐 아저씨(Дядя Ваня)≫(1900), ≪세 자매(Три сестры)≫(1900), ≪벚꽃 동산(Вишнёвый сад)≫(1903) 등이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말년에 불후의 희곡 작품을 남겨 놓고, 체호프는 1904년 당시 유명한 요양지였던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폐결핵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신은 러시아로 옮겨져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안장되었다. 


☑ 옮긴이 소개

안동진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전북 고창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문학을 참 좋아했다. 세계문학 전집과 위인전, 그리고 ≪삼국지≫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국문과를 가고자 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선택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 정책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설정에 한몫을 단단히 하길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노어과를 선택했지만 문학의 길을 고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투르게네프의 주관의 미학>이다.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한 축을 담당했던 투르게네프를 연구 주제로 삼았다.
투르게네프는 대학 시절인 1843년 폴랭 비아르도를 만난다. 그리고 평생을 그녀의 곁에 머물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유부녀였다. 결국 투르게네프는 평생을 독신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문학 연구가는 연구 대상이 되는 작가의 길을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다. 역자 역시 대학 시절에 평생 반려자를 만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투르게네프와 달리 그 평생 반려자와 결혼에 성공했다. 지금 이 시점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과 사랑스러운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삶의 목표는 문학을 사랑하는 것이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자 한다.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는 법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아이들과 글쓰기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논문으로 <이반 촌낀−그 뒤섞인 세계> 등이 있으며, 기타 여러 잡문이 있다.


☑ 목차

하얀 이마
지노치카
집에서
모략꾼들−목격자들의 이야기
어수룩한 사람
편지
식모가 시집간다네
아이들
그리샤
교외에서 보낸 하루
사건
가정교사
사내애들
기쁨
악동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3년 11월 7일 목요일

중세 러시아 문학(Литература Древней Руси)[11~1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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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중세 러시아 문학(Литература Древней Руси)[11~15세기] 
지은이 : Л. А. 드미트리예프(Л. А. Дмитриев) 
옮긴이 : 조주관
분  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3년 10월 31일
ISBN : 979-11-304-1152-1 03890
가격 : 29,500원
사륙판 / 무선제본 / 546쪽



∙ 이 책은 Л. А. 드미트리예프가 편찬하고, Д. С. 리하초프(Д. С. Лихачев)가 감수한 ≪중세 러시아 문학(Литература Древней Руси)≫(Мoсквa, 1990)에 나오는 11세기부터 15세기 말까지의 텍스트(8~271쪽)를 원전으로 삼았습니다.


☑ 책 소개

연대기, 설교문, 교훈서, 성자전, 위경, 여행기, 탄원서 등 중세, 즉 11~15세기의 러시아 문학작품을 모은 책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중세 러시아 문학의 전체적 윤곽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Л. А. 드미트리예프가 편찬한 ≪중세 러시아 문학≫ 중 11세기부터 15세기 말까지의 텍스트를 옮긴 것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중세 러시아 문학의 전체적 윤곽과 특성을 파악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중세라는 용어에 대한 시간적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러시아 역사가와 문학 연구가들은 고대와 중세라는 말을 혼용해 사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고대라는 말을 선호해 왔으나, 세계사에서 시기적으로 러시아의 고대는 중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자에 따라 같은 시기를 다르게 사용해 왔다. 이 책에서는 고대 대신 중세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인습적으로 중세 러시아 문학은 중세 우크라이나 문학, 중세 백러시아(벨라루스) 문학, 중세 대러시아 문학 등으로 서로 구별되지 않았던 11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700년간의 문학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중세 러시아 문학은 통시적으로 서구의 중세 문학과 유사하다. 이 시기에 장르나 미적 원칙에서 러시아는 서구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준다. 러시아 중세 문학과 서구 중세 문학은 공통된 미적 원칙을 갖는다. 풍유, 상징성, 교훈성, 모호성과 같은 특징들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중세 러시아 문학은 일반적으로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로 중세 문학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종교의 지배적 역할이다. 종교는 문화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었으며, 문화의 요소를 통합하고 문화에 일정한 목적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교회의 활동은 주로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이 시기의 작가들은 종교성(종교철학과 윤리)이 강하게 나타나는 글을 썼다. 두 번째로 작품의 역사성을 들 수 있다. 많은 작품들이 중세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나 이야기를 기초로 해 쓰였다. 중세 문학작품에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허구 소설의 개념이 거의 없다. 셋째로 중세 문학작품들은 필사본 형태로 되어 있다. 넷째로 대다수 작품들은 작가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작가가 명시돼 있다 해도 그 작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익명성은 중세 문학의 한 가지 특성이 되었다. 다섯째로 중세 문학 분야에서는 텍스트학이 다른 어느 학문보다 월등히 발달했다. 이는 연구자의 관심을 끌 만한 자료가 텍스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세 러시아 문학에 나타난 기본적 테마는 주인공들의 애국심과 영웅적 행동, 혹은 어머니 조국의 아름다움이나 장엄함 등이다. 중세 문학은 러시아 민중의 올바른 도덕성을 찬양하고,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찬미한다. 논쟁적인 글과 역사에 관심을 나타내는 글들이 많다. 또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투쟁을 묘사한 것으로 대다수가 지배계급의 이득을 옹호한 것들이다. 중세 문학의 예술적 방법은 상징성과 교훈성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중세 러시아인들의 사고방식은 이분법으로 이상과 물질, 영원과 덧없는 현세, 영혼과 육체,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비라는 특징이 있다.


☑ 책 속으로

형제들이여! 이미 슬픔의 시간은 왔고, 러시아 군대는 대초원에서 물러났다. 다지드보그의 손자가 이끄는 군대는 울분과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군대는 처녀 백조로 트로얀의 땅에 들어와 돈 강의 푸른 바다에 백조의 깃털을 스친 후 좋았던 시대를 쫓아버린 것이다. 이교도에 대항해 싸운 공후들의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형제 공후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형제가 다른 형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내 것이고, 저것도 역시 내 것이야.” 그리고 공후들은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이것은 굉장한 것이구나” 하고 말하기 시작했고, 편을 지어 반란을 모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이교도들은 사방에서 승승장구해 러시아 땅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고르 원정기> 중에서


☑ 옮긴이 소개

조주관
조주관은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OSU)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시간 철학(Time Philosophy in Derzhavin’s Poetics)>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 위원을 지내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논문으로는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바로크적 세계관과 토포이 문제>(교과부장관상 수상)가 있고, 저서로 ≪러시아 시 강의≫,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시의 이해와 분석≫, ≪주인공 없는 서사시≫,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자살하고픈 슬픔≫,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검찰관≫, ≪타라스 불바≫, ≪보리스 고두노프/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흐마둘리나 시선≫, ≪보즈네센스키 시선≫, ≪오쿠자바의 노래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16세기 러시아 문학≫ 등이 있다.


☑ 목차

해설

Ⅰ. 11~13세기 키예프 루스 문학
원초 연대기
서언
사도 안드레이 러시아에 오다
키예프 도시의 건설
러시아 국가의 시작과 류릭의 등장
콘스탄티노플에 대항한 올레크 공후의 원정
올레크의 죽음
이고르의 죽음과 올가의 복수
이고르의 아들 스뱌토슬라프의 통치 시작
스뱌토슬라프의 초기 원정
키예프의 포위와 올가의 죽음
비잔틴에 대항한 스뱌토슬라프의 전쟁과 그의 죽음
블라디미르의 기독교 수용과 통치 업적
야로슬라프 현제
맹인이 된 바실리코의 이야기
율법과 은총에 대한 이야기
블라디미르 모노마흐의 교훈서
교훈
군주 자신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충고
성자전
보리스와 글렙 이야기
키예프 동굴 수도원의 기원과 설립자 성 안토니
동굴 수도원장 페오도시의 전기
이삭 형제와 악마들
키예프 페체르스키 파테리크
바이킹 시몬과 성 페오도시
수도원장 니콘을 방문한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그리스 성상학자들
요한과 세르기우스
체르니고프의 공후 스뱌토샤
죽은 자의 소원을 들어준 장의사 마르코
아포크리파(위경)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하신 이야기
성모마리아의 지옥 순례기
나사로에게 한 아담의 지옥 연설
이고르 원정기
기원
이고르의 원정 준비
불길한 징조
전투 첫날과 러시아의 승리
전투 이틀째와 폴로베츠의 승리
공후들의 불화에 대한 비난
러시아의 패배
저자의 한탄
스뱌토슬라프의 꿈
러시아 공후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노래
이고르의 아내 야로슬라브나의 애가
이고르의 탈출
이고르와 도네츠 강의 대화
폴로베츠 한들의 추격
결말

Ⅱ. 13세기 후반기 러시아 문학
유배자 다닐의 탄원서
유배자 다닐이 야로슬라프 블라디미르 공후에게 보낸 서한
러시아 땅의 패망에 대한 이야기
야로슬라프 대공이 죽은 후 러시아 땅이 몰락한 이야기
바투가 랴잔을 패망시킨 이야기
바투의 러시아 침략
유리 공을 무찌른 바투
랴잔의 점령
용감무쌍한 귀족 예브파티
시신을 묻는 인그바르 공
알렉산드르 넵스키의 전기
정교 신자인 알렉산드르 대공의 용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

Ⅲ. 14세기 말부터 15세기 말까지 러시아 문학
돈 강 이야기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대공과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안드레예비치 공이 그들의 원수인 마마이 황제를 무찌른 이야기
드라큘라 이야기
아파나시 니키틴의 세 바다 너머로의 여행

부록
문학적 기념비로서의 <아파나시 니키틴의 세 바다 너머로의 여행>

옮긴이에 대해


2013년 10월 8일 화요일

체호프 유머 단편집

Image

도서명 : 체호프 유머 단편집(Ю мористические рассказы А. П. Чехова)
지은이 :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 Чехов) 
옮긴이 : 이영범 
분야 : 러시아 소설
출간일 : 2013년 10월 10일
ISBN : 979-11-304-1160-6  (03890)
가격 : 15500원
사륙판(128*188) / 무선 / 234쪽





☑ 책 소개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가 고학을 하면서 돈이 필요해 썼던 유머 소설들을 모았다. 이 시기 작품들은 후기 작품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지만, 그의 미래 문학의 자양분이 된다. 당시 그는 1년에 100편 이상씩 썼다.  


☑ 출판사 책 소개

‘러시아 단편의 대가’로 불리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1860∼1904)는 모스크바대학교 의대에 입학함과 동시에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안토샤 체혼테’, ‘내 형의 동생’, ‘쓸개 빠진 놈’과 같은 필명을 사용해서 유머 잡지에 단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 시대를 그의 필명 중 하나를 따서 “체혼테 시대”라고 부른다. 주요 소재는 대중들의 어리석은 행태, 제정 러시아의 권위주의 풍조, 당대의 한심한 군상들이다. 이 책에는 총 21개 작품이 실렸으며 그중 일부만이라도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웃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1880)는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주인공은 바실리 세미불라토프라는 퇴역 하사관이다. 늙은 지주인 그는 1년 전에 이사 온 이웃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과학적 발견들을 은근히 자랑하는 우스꽝스럽고 현학적인 태도를 보인다. 
<재판>(1881)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풍조를 풍자한 작품이다. 엉뚱한 사람을 도둑으로 오해하고 자백을 강요하며 구타가 자행된다. 헌병은 말리기는커녕 더 때리라고 부추긴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에도 헌병은 “더 때려서 혼을 내 주라”는 말을 반복한다. 
<만남이 이루어졌다 할지라도…>(1882)는 주인공 그보즈디코프가 자신의 술주정과 거짓말로 인해 소냐에게 퇴짜를 맞는 이야기다. 그는 실력이 없는 가정교사로 등장한다. 그는 별장을 소유한 젊은 부인의 딸 소냐로부터 밀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공상하다가,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시고 실수한다. 그는 술에 취한 나머지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게 나타나, 횡설수설하다가 코를 세게 골며 잠든다. 
<이발관에서>(1883)의 주인공은 가난한 청년 이발사 마카르 쿠지미치다. 그와 교부 예라스트 이바니치의 딸 안나는 결혼을 약속한 상태다. 시시한 신랑감인 그는 미래의 장인이 될 교부에게 이발을 해 주던 중 그로부터 안나가 다른 사람과 일주일 후 결혼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이발을 중단한다. 그러고는 교부에게 더 이상 공짜로 머리를 깎아 주지 않는다. 인색한 교부는 돈 주고 이발하기 아까워 절반만 깎은 머리로 딸 결혼식에 참석한다.
<뚱보와 홀쭉이>(1883)의 주인공−8등 문관인 홀쭉이−은 오랜만에 반갑게 만난 소꿉친구와 기쁘게 얘기하던 중 뚱보 친구가 3등 문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돌처럼 굳어졌다가, 금방 싱글벙글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아내의 긴 턱은 더 길어지고, 그의 아들도 부동자세를 취하더니 교복 단추를 채운다. 등장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언행 변화가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외과 의술>(1884)의 주인공은 지방자치회 병원 의사의 조수인 쿠랴틴이다. 그는 조수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결혼하러 가고 없는 동안에 마치 정식 의사처럼 진료를 한다. 이를 제대로 뽑을 능력이 없는 그는 보제 본미글라소프에게 “외과 의술은 하찮은 일입니다. 간단합니다…”라고 말하지만, 보제의 이를 제대로 뽑지 못한다. 급기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외과 수술이잖아요…”라고 말을 바꾼다. 환자로부터 욕을 먹고 만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눈물(단편소설)>(1883)의 주인공은 육군 중령 레브로테소프다. 그는 아내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밤늦게 친구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그는 잠자는 아내를 깨워 그녀로부터 야단과 매를 맞으며, 아첨과 통사정을 한 다음에야 손님 접대를 성공리에 마친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그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부러워한다. 
<카멜레온>(1884)은 체호프의 유명한 풍자적 걸작들 중 하나다. 주인공은 경감 오추멜로프다. 그는 개의 소유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번복함으로써, 결국 스스로를 바보로 만든다.
<장군과 결혼식(단편소설)>(1884)에는 퇴역 해군 소장 레부노프카라울로프가 나온다. 그는 조카의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해 해군 용어들을 써 가며 엉뚱한 연설을 해 결혼식 분위기를 망친다. 군대 이야기에 빠져 분위기 망치는 흔한 일상 소재의 제정 러시아 시대 버전이다.
<바냐에서>(1885)의 ‘바냐’는 대중목욕탕을 이른다. 여기서 근무하는 이발사 미하일로는 손님에게 지금의 처녀들을 과거 처녀들과 비교한다. 한마디로 지금 처녀들은 옛날에 비해 바람기가 있고, 개념이 없고, 교육을 많이 받은 청년이나 원하고, 관리나 상인 계급 출신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제2부에서는 청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요새 젊은이들은 버르장머리 없고 철없으며 자유사상이나 가진데다 계산적이라는 불평이다.  
<말[馬]의 성(姓)>(1885)의 주인공인 퇴역 육군 소장 불데예프는 치통을 앓는다. 어느 주술사(?)가 용하다는 소문에 전보를 쳐 부르려 한다. 그런데 주술사를 안다는 집사가 갑자기 그의 성씨가 기억 안 난다며 고민한다. 주술사의 성이 말[馬]과 관련된 단어라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자 집 안팎의 모든 사람들이 소동을 벌이며 저마다 연상한 성씨들을 댄다. 
<프리시베예프 하사>(1885)의 주인공 프리시베예프는 주위 사람들을 감시하고 구속하며 괴롭히는 폐쇄적이고 하찮은 인물이다. 이웃과의 분쟁으로 재판정에도 섰다. 그러나 끝내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판사실에서 나오면서 농민들이 무리를 지어 뭔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자, 부동자세를 취한 채 목쉰 성난 목소리로 “이봐, 흩어져! 모여들 있지 말고! 집에 가란 말이야!”라고 외친다.
<부인들>(1886)은 취직 청탁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인민학교 교장 표도르 페트로비치다. 그는 교사 브레멘스키가 목이 상해서 퇴직하는 것이 딱해 궁리하다가, 일주일 후 정년퇴직하게 되는 서기의 자리에 들어오라고 제안한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 쪽으로 취직 청탁이 들어왔다. 어느 귀부인이 폴주힌이란 청년의 취직을 부탁했단다. 이후 그는 시장 아내의 청탁 편지를 비롯해 폴주힌의 취직에 관한 추천장을 여러 개 받는다. 얼마 후 폴주힌이 직접 와서 무시험 채용 증명서(지사 서명 공문)를 들이댄다. 
<별장에서>(1886)의 주인공은 별장에 거주하는 파벨 이바노비치 비홋체프다. 유부남인 그는 아내가 보낸 편지를 미지의 여성이 밀회를 요청하는 편지로 착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한다. 그러나 막판에는 기대가 무참하게 꺾인다.  
<복수>(1886)의 주인공은 레프 사비치 투르마노프는 적은 재산과 젊은 아내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우연히 아내가 친구와 바람난 장면을 본다. 투르마노프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친구를 덫에 빠뜨려 궁지에 몰아넣으려 하나, 자신의 의도와 반대로 결론이 나자 분노한다. 
<복수자>(1887)에도 바람난 아내가 등장한다. 시가예프는 아내와 그 정부(情夫)에게 복수하겠다며 총포상으로 간다. 여러 가지 권총 앞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한편 누구를 죽일지, 죽이는 장면 상상, 살인 후 재판 장면 상상, 살인 뒤의 후폭풍 상상에 빠진다. 결국 복수를 포기한다. 그는 체면상 권총 대신 싸구려 새 잡는 그물을 구입한다. 


☑ 책 속으로

**≪체호프 유머 단편집≫, <복수자>, 204~206쪽

‘돼지 새끼 같은 그놈 때문에 사할린으로 가다니, 이것도 현명한 짓은 못 돼’라고 시가예프는 생각했다. ‘만일 내가 유형 간다면, 그년이 재혼할 가능성을 갖게 돼. 그렇게 되면, 그년이 좋아 자빠져 으스대면서 두 번째 남편을 맞을 테지… 그러니, 그년도 살려 두고, 나도 죽지 말고, 그놈도… 역시 살려 두는 게 낫겠어. 더 현명하고 혹독한 방법을 궁리해야겠어. 그것들을 모욕해서 벌을 주고, 이혼 수속을 밟아서 추문을 세상에 폭로하는 거야….’ 
“므시외, 또 다른 신형 권총이 있습니다”라고 점원이 장에서 한 다스의 신형 권총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뇌관에 특수 장치가 돼 있습니다. 자세히 보세요….”
시가예프가 아무도 죽이지 않기로 결심한 이상, 이제는 권총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점원은 여전히 자기 앞에다 권총을 늘어놓으며, 더 상냥하게 대해 주었다. 모욕을 당한 남편은 점원이 자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웃음을 팔고, 쓸모없이 기를 쓰며 칭찬했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시가예프는 중얼거렸다. “다시 내가 오든가 사람을 보내든가 하겠습니다.” 
그는 점원의 얼굴 표정을 보지 않았으나, 다소 면목이라도 세울 양으로 다른 물건이라도 사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을 살까? 그는 무엇이든 값이 싼 것만을 고르며, 상점의 벽을 두루 살폈다. 이윽고 그는 문가에 걸린 풀빛 그물에 시선을 멈추었다.
“저… 저건 뭐죠?” 하고 그가 물었다.
“메추라기 잡는 그물입니다.”
“얼마죠?”
“8루블입니다, 므시외.”
“싸 주시죠….”
모욕을 당했던 남편은 8루블을 주고, 새 그물을 받아 든 다음, 한층 더 모욕당한 기분을 느끼며 상점 문을 나섰다.


☑ 지은이 소개

러시아 단편의 대가이자 최고의 극작가인 체호프는 푸시킨,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등과 같은 귀족 가문 출신의 작가들에 비해 매우 가난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농노였는데 돈을 벌어 해방되어 자유인이 된 사람이었다. 
체호프는 보수적인 아버지로부터 강압적인 가정교육을 받았고, 아버지의 강요로 성가대 활동을 하기도 했고, 식료 잡화점에서 아버지를 돕기도 했다. 그가 타간로크고전중학교(8년제)를 다니던 1876년에 아버지가 파산했다. 그래서 그는 이 시기에 자립심과 자제력을 기르게 되었고, 가족을 부양하려는 강한 책임감도 지니게 되었다.
체호프는 1879년에 고전중학교를 졸업한 후, 8월에 모스크바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재학 중(1879∼1884) 자연과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의학 분야 외에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또한 그는 아버지가 경제력이 없었기에 글을 써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1884년 모스크바대를 졸업하던 시기에 체호프는 벌써 유명한 단편 작가가 되었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개업의로서 의료 활동도 병행했다. 그는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되어, 결국 1884년 11월에 폐결핵 증상인 각혈을 했다. 곧 병세가 다소 호전되자 다시 일에 몰두한다. 
1886년, 작가 드미트리 바실리예비치 그리고로비치가 체호프에게 ‘저급하고 급히 서둘러 쓰는 창작을 버리고, 사색하면서 뜻있는 중요한 저술에 몰두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진심 어린 충고를 받은 체호프는 1887년부터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객관적인 문학적 사상과 도덕성을 지닌 작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사의 길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890년에 체호프는 제정 러시아의 유형지인 사할린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마차와 배를 이용해 시베리아를 거쳐 3개월간의 힘든 여정 끝에 사할린 섬에 도착한다. 여기서 그는 사할린 섬의 역사, 지리, 죄수들의 생활 모습을 자세히 조사하고 기록한다. 그해 10월에 인도, 싱가포르, 스리랑카, 콘스탄티노플, 오데사를 거쳐 12월에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체호프는 이 여행에 관한 인상을 바탕으로 <사할린>을 쓴다. 한편 그는 이 사할린 여행 이후 한때 자신이 신봉했던 톨스토이의 무저항주의와 금욕주의적 세계관에서 탈피하게 된다.  
1891년 대흉작으로 극심한 기아가 발생했을 때, 체호프는 대규모 기아 구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회봉사 활동을 펼친다. 1892년에 그는 모스크바 근교의 멜리호보 근처에 작은 영지를 구입한다. 그해 6월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톨스토이, 코롤렌코와 함께 무료 진료, 학교와 병원 건립 등 사회봉사 활동을 활발히 한다.  
1898년에 결핵이 악화되자, 크림반도의 얄타로 옮겨 요양한다. 1900년 봄에 자신을 방문한 모스크바 예술극장 단원인 올가 크니페르와 결혼을 결심해 이듬해 5월에 결혼한다.
체호프는 1904년 6월 8일부터 독일의 작은 요양 도시 바덴바덴에서 폐결핵 요양을 하다가 그해 7월 2일에 사망한다. 체호프의 시신은 모스크바로 운반되어,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에 묻힌다.   


☑ 엮은이 소개

이영범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모스크바대학교에서 <푸슈킨의 ‘대위의 딸’의 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다(2005). 현재 청주대학교 어문학부 러시아어문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러시아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비디오 러시아 문학 감상과 이해 1, 2≫, ≪테마 러시아 역사≫(편저), ≪러시아어 말하기와 듣기≫(공저),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공저), ≪한ᐨ러 전환기 소설의 근대적 초상≫(공저), ≪러시아 문화와 예술≫(공저), ≪표로 보는 러시아어 문법≫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러시아 제국의 한인들≫(공역), 푸시킨의 ≪대위의 딸≫, 톨스토이의 ≪참회록≫과 ≪인생론≫ 등이 있다. 그리고 주요 논문으로는 <뿌쉬낀의 ‘대위의 딸’의 시공간 구조와 슈제트의 연구>, <고골의 중편 ‘따라스 불리바’에 나타난 작가의 관점 연구>, <푸슈킨의 ‘보리스 고두노프’에 나타난 행위의 통일성>, <뿌쉬낀의 ‘스페이드 여왕’의 제사(題詞) 연구>, <뿌쉬낀의 ‘벨낀 이야기’의 삽입 텍스트 연구(1) −에피그라프(Epigraph)를 중심으로>, <‘보리스 고두노프’에 나타난 뿌쉬킨의 역사관>, <뿌쉬낀의 ‘벨낀 이야기’의 삽입 텍스트 연구(2) −서술 속에 삽입된 이야기, 편지, 시 텍스트를 중심으로>, <뿌쉬낀의 ‘보리스 고두노프’의 구조와 슈제트>, <A. 즈뱌긴쩨프의 영화 ‘귀향’에 나타난 아버지의 정체성과 이미지 연구>, <‘예브게니 오네긴’과 ‘안나 카레니나’에 나타난 타치야나와 안나의 운명, 사랑, 형상>, <고골의 ‘이반 꾸빨라 전야’에 나타난 민속적 요소와 기독교적 모티프> 외 다수가 있다.


☑ 목차

이웃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
재판
만남이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발관에서
알리비온의 딸
뚱보와 홀쭉이
보드빌
외과 의술
세상에 보이지 않는 눈물
카멜레온
장군과 결혼식
살아 있는 연대기
바냐에서
가물치
말[馬]의 성(姓)
계략을 꾸미는 자
프리시베예프 하사
부인들
별장에서
복수
복수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