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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7일 금요일

구니키다 돗포 단편집(国木田独歩 短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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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구니키다 돗포 단편집(国木田独歩 短篇集)
지은이 : 구니키다 돗포(国木田独歩)
옮긴이 : 인현진
분야 : 일본 / 소설
출간일 : 2015년 3월 25일
ISBN : 979-11-304-6177-9 03830
가격 : 22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366쪽




☑ 책 소개

가라타니 고진이 꼽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 구니키다 돗포. 돗포의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잔하면서도 인간의 심부를 해부하는 예리함, 내면의 자신과 직면하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 스토리의 전개에 따른 의외성과 진실의 보편성을 아우르는 문학적 균형 감각을 갖추고 인생의 해답을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지역을 그린 <무사시노>,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 <순사>를 비롯해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구니키다 돗포는 가라타니 고진이 꼽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이다. 고진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근대문학의 기원을 ‘풍경과 내면의 발견’에서 찾는데, 내면의 존재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풍경’의 발견은 돗포의 작품에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으로 본다. 돗포 문학은 일본의 근대문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문예평론가 나카지마 겐조는 존재의 자각을 일깨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히라노 겐은 작품을 읽으면 잊고 있었던 원초적인 무엇인가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육욕 소설의 선조’, ‘메이지 시대의 진정한 작가’라는 평도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돗포를 스트린드베리, 니체, 톨스토이 등과 견주었다. 돗포를 흔히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돗포 스스로는 자신을 자연주의에 묶으려 하지 않았으며 돗포는 돗포라고 주장함으로써,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독자적인 문학관에 근거해 작품을 쓰고 있었다.
돗포의 대표적 작품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무사시노의 자연미를 시정이 가득한 필치로 그려 낸 <무사시노>가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지역이며,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돗포의 ≪무사시노≫를 읽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사시노>가 일본 근대문학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 이유는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무사시노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돗포 스스로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적 정취’가 무사시노에 어울린다고 말했듯이, 추상적 개념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무사시노를 직접 경험하고 받은 감동을 시적 언어로 표현하겠다는 돗포의 열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외에 스스로 동맥을 끊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죽음의 문제를 돌아보는 <죽음(死)>, 저회취미(低徊趣味)라는 관점에서 한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낸 완벽에 가까운 사생문이라고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순사(巡査)>,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운명의 톱니바퀴에 끼여 세상과 불협화음을 내며 살아간 한 인간을 그린 <도미오카 선생님(富岡先生)>, 나약하기에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남자의 비극을 그린 <취중일기>, 교육의 본질이 삶의 지혜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 주면서 돗포가 추구하는 교육자와 영웅은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 주는 소설 <해돋이> 등 열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 책 속으로

사회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역사’란 어디에 있는가. 이 순간, 이 장소에 있으면, 인간의 ‘생존’ 그 자체가 자연의 숨결에 달려 있음을 실감한다. 예전에 러시아의 시인은 밀림에 홀로 앉아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시인은 말했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 사라질 때, 나뭇잎 하나도 그 때문에 흩날리지 않으리라.’
−<소라치 강가> 104∼105쪽

그곳에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점점 더 캄캄한 어둠을 쫓아 헤매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창백한 얼굴을 옷깃에 묻은 채 바위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이미 죽기로 마음먹고 잠시 주저하던 참이었나 봅니다.
문득 발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노인 한 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옆으로 오더니, 다정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
“나는 올해 예순인데, 이렇게 멋진 해돋이는 처음이네. 내년엔 올해보다 더 아름다운 해돋이를 보고 싶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일세.”(...) “그나저나 얼굴색이 안 좋은데 그렇게 매가리 없이 다녀서야 세상을 어찌 헤쳐 나갈 수 있겠나. 어떤가, 해돋이를 같이 본 것도 인연인데, 우리 집에 함께 가세. 오조니라도 대접할 테니.”
−<해돋이> 228∼230쪽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가 선생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사람이란 대충대충 살다가 죽어선 안 된다, 온힘을 다해 영웅호걸이 되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죠. 모름지기 인간은 인간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다하면 곧 영웅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영웅은 바로 그런 의미였습니다.
−<해돋이> 235쪽


☑ 지은이 소개

구니키다 돗포(国木田独歩, 1871∼1908)
1871년 치바(千葉) 현에서 태어났다. ‘돗포(独歩)’는 필명으로, 혼자서 걷기를 좋아했던 고독한 성향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7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고 시(詩), 고백론, 수필,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썼다. 일본 근대문학사에서는 ‘천부적인 단편 작가’로 불린다. 유일한 장편소설인 ≪폭풍(暴風)≫을 연재하다 완성을 보지 못하고, 폐병이 악화되어 1908년 짧은 인생의 막을 내렸다.


☑ 옮긴이 소개

인현진
인현진은 연세대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동양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오테마치에 있는 대한재보험 동경사무소에서 통번역비서로 근무한 바 있으며,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저서로는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N1 문자어휘≫, ≪비즈니스 일본어회화 & 이메일 핵심패턴 233≫이 있으며, 현재 번역 활동을 하면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 목차

무사시노  ·····················1
죽음   ······················43
순사   ······················67
소라치 강가  ···················81
도미오카 선생님  ·················107
취중일기   ····················149
해돋이   ·····················217
제삼자   ·····················245
봄 새  ······················289
두 노인   ·····················309

해설    ······················327
지은이에 대해   ··················354
옮긴이에 대해   ··················358

2015년 3월 25일 수요일

마키노 신이치 단편집(牧野信一 短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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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마키노 신이치 단편집(牧野信一 短篇集)
지은이 :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
옮긴이 : 김명주
분야 : 일본 / 소설
출간일 : 2015년 2월 25일
ISBN : 979-11-304-6162-5 0383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258쪽




☑ 책 소개

이상이 동경하던 작가 마키노 신이치. 그의 문학은 자연주의의 전통을 이은 ‘사소설’의 방류로 평가되며, 그 미학적 본질은 창백한 자의식에서 반사되는 신경증적 양상과 비애감이다.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작가 자신과 가족사를 담았다. 예술에 대한 열정, 인생에 대한 몽상, 신경증과 우울감, 권태감이 그려진 가운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부모나 아내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위악성이 드러난다.


☑ 출판사 책 소개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더불어 이상이 동경하던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상은 김기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마키노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것은 참 濟度할 수 없는 悲劇이오! 芥川나 牧野 같은 사람들이 맛보았을 성싶은 最後 한 刹那의 心境은 나 亦 어느 瞬間 電光같이 짧게 그러나 참 똑똑하게 맛보는 것이 이즈음 한두 번이 아니오(1936년).

마키노가 죽은 다음 날인 3월 25일 일본의 일간지들은 10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쿠타가와의 자살을 회고했다. 예술과 생활의 틈바구니에 끼여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경증을 앓다가 죽은 창백한 예술가의 초상으로 마키노의 죽음도 일반화되었다. 당시 식민지 조선에 있던 이상은 마키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몇 개월 후 9월에 <날개>를 발표했으며, 10월에는 도쿄로 건너가 다음 해 4월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는다. 위의 편지는 그해 말경 일본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 번역한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작가 자신과 가족사를 그린 일명 ‘사소설(私小說)’이다. 동시에 죽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젊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담은 애처로운 파노라마이기도 하다. 사실화에서 환상화로, 또 환상적 사실화로 가는 색채 변화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도 마키노만큼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묘출한 작가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역자는 바로 이 점에 이상의 공감과 동경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는 신변잡기적 작품을 쓰던 시기다. <손톱>을 비롯해 <아비를 파는 자식>(1924), <악의 동의어>(1925)가 해당한다. 마키노 문학 중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논의되는 것은 ‘육친 혐오’의 적나라한 표출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물론이지만 부모나 아내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아비를 파는 자식>은 아버지에 대해, <악의 동의어>는 특히 어머니에게 칼끝이 향하지만, 그 칼날은 연기용이다. 실은 스스로를 겨누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기는 소위 ‘그리스 마키노’라 불리던 의외로 밝은 환상성의 세계다. 낭만적인 환상소설, 고대 그리스나 중세 유럽의 고전에서 제재를 취한 작풍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엘리베이터와 달빛>(1930)에 보이는 환상성과 명랑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 앞에 놓여 있는 <F마을에서의 봄>(1926)은 마키노가 신문사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해 쓴 작품으로, 전기의 사실성과 환상성이 어우러진 과도기적 작품이다.
만년 마키노는 다시 전기의 사소설적 작풍으로 회귀한다. 대신 전기의 가벼운 신변잡기적 토로는 지양되고, 신경증적 색채가 강해진다. 죽음을 현실적으로 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제>(1934)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어머니와 화해가 이루어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생사의 경계가 몽롱해져 나는 마치 몹시도 행복한 꿈에 빠진 자가 자기 볼을 살짝 꼬집어 보듯이, 까마귀 깃털 같은 것을 주워 들고 턱 아래나 겨드랑이 같은 데를 간지럽혀 보았고, 역시 참을 수 없는 간지럼증이 급습해 목숨이 붙어 있음을 인식했다. 
나는 나면서부터 간지럼 감각이 남달랐다. 겨드랑이 밑이나 발바닥에 자신의 손끝이 닿는 걸 상상만 해도 금세 온몸이 숨 막힐 듯 배배 꼬이는 습성이 있었다. 어릴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 중에서 내가 가장 기이한 전율에 사로잡혀 새파랗게 질렸던 것은, 못된 여우가 아이를 낚아채 가면 그 부슬부슬한 꼬리로 온몸을 계속 간지럽혀 죽인다는 이야기였다.

-<박제> 208∼209쪽


☑ 지은이 소개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 1896~1939)
1896년 가나가와(神奈川) 현 오다와라 시에서 태어나 39세에 자택에서 자살했다. 191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열세 명의 동인을 모아 ≪13인≫이라는 잡지를 창간했는데, 거기에 첫 작품 <손톱>을 발표했고, 당시 자연주의의 대가였던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에게 극찬을 받았다. 이후 전기에는 대부분 신변잡기적 사소설풍의 육친 혐오적 작품을 썼다. 그러나 중기에는 작풍이 다소 변화되어, 이른바 환상풍의 경지를 개척하게 된다. 고향 오다와라(小田原)의 풍토에 고대 그리스나 유럽 중세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꿈과 현실을 교착시킨 환상적인 작품들로, 지적인 유머나 풍자성이 그 특징이다. 후기에 해당하는 1931년 무렵부터는 신경쇠약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작품은 다시 전기의 사소설적 경향으로 바뀌며 더욱 어두워졌다. 이런 마키노 문학은 일본문학사에서 일반적으로 자연주의의 전통을 이은 ‘사소설’의 방류로 평가되며, 그 작품은 ‘변형 사소설’로 불린다. 
마키노 문학의 미학적 본질은 창백한 자의식에서 반사되는 신경증적 양상과 비애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살도 채 안 된 자신과 어머니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가 버린 아버지의 보헤미안적이고 데카당적인 삶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교육열이 높고 훈육에 엄격했다. 어머니의 엄한 양육 방식은, 아버지를 닮아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던 마키노의 유년 시절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그 트라우마는 끝내 치유되지 못했다. 그것이 육친 혐오 양상이나, 신경증적 양상, 그리고 방랑이나 위악성과 자조성, 광기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起夫)는 “일본인으로서 일본 풍토에 발을 디디고 살면서, 이것을 서구적 교양으로 치환해 바라보고, 서구적 환상으로 장식해, 언어 예술만이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같은 이중의 영상을 작품 세계로 해, 그 신비한 지적 감각 체험에 독자를 이끌고 가는 하이칼라의 작가”라고 그의 작품의 본질을 짚었다.


☑ 옮긴이 소개

김명주
김명주(金明珠)는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일본 나라여자대학(奈良女子大學) 국문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고베여자대학(神戶女子大學)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치며, 주로 한·일 근대문학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 목차

손톱  ·······················1
아비를 파는 자식  ·················17
‘악’의 동의어  ···················47
F마을에서의 봄    ·················135
엘리베이터와 달빛   ················169
박제   ······················203

해설    ······················241
지은이에 대해   ··················247
옮긴이에 대해   ··················251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마음(こゝ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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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마음(こゝろ)
지은이 :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옮긴이 : 김숙희
분야 : 일본 소설
출간일 : 2014년 10월 15일
ISBN : 979-11-304-5863-2  0383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128*188)     제본 : 무선     쪽 : 350쪽




☑ 책 소개

나쓰메 소세키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마음≫. 1914년 4월 20일부터 8월 11일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고 9월에 이와나미(岩波)에서 책으로 나왔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3부로 구성되었다. 친구를 배신하고 아내를 얻은 선생님이 죄의식을 느끼고 자살한다는 내용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선과 악, 아집의 두려움, 메이지 정신의 의미 등을 그리고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소세키는 ≪마음≫ 집필에 즈음한 광고문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라고 하여 사람의 마음에 관한 것이 잘 그려져 있다고 자부했는데, 작품 연구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선생님의 내면이나 선생이 남긴 교훈을 둘러싼 인간의 자아와 에고이즘 문제다.
먼저 작품의 구조를 살펴보자. ‘선생님과 나’에서는 선생님의 사상에 감화된 ‘나’가 선생의 내면에 숨겨진 그림자에 의혹을 느끼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은 상당한 교육을 받고도 사회에 나가 일을 하지 않는가 하면 매달 조시가야 묘지에 묻힌 친구의 묘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결정적인 대답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리는데 이것은 ‘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이처럼 ≪마음≫은 ‘나’가 화자가 되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선생님과 나’에서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만난 선생님과 가까워지면서 그에게 감도는 의혹을 계속 제시하고 ‘부모님과 나’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의 눈에 비친 부모님과 시골의 모습이 그려지다가 마지막 ‘선생님과 유서’에서 그동안 수수께끼 같았던 선생님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는 구조다. 또 제1부 마지막에서 선생님이 ‘나’에게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느냐고 확인하는 말은 ‘나’에게 유서를 남기게 되는 이유로 연결되며 제2부에서 병환 중인 ‘나’의 아버지가 메이지 천황 사망과 노기 장군의 순사를 언급하는 것은 선생님의 자살 배경과도 연관이 된다. 
또한 작품에는 선생님과 ‘나’의 아버지가 메이지 천황이 서거하자 따라서 죽으려고 마음을 먹는 장면이 있다. 유서를 쓰기 전에는 현실에서 죽음을 각오하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각오에 이르는 직접적 계기는 노기 장군의 순사였다.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 시작 1년 전인 1867년 태생이므로 삶을 메이지 시대와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봉건주의와 근대 사상의 갈등이 심했던 시기다. 그래서 메이지 시대와 함께 살아온 소세키가 자살의 공적인 계기를 메이지 정신에서 찾은 것은 급변하는 근대 사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일면이 있다. 
소세키는 ≪마음≫을 집필하기 3년 전 ‘현대 일본의 개화’(1911. 11)라는 강연에서 메이지 45년간 일본의 개화를 설명하면서 메이지 정신은 벽에 부딪히고 생활이 어렵게 되리라는 비관적인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마음≫ 완결 3개월 후 ‘나의 개인주의’(1914. 11)라는 강연에서는 비슷한 내용을 말하면서도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2014년은 ≪마음≫이 출판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1세기 전의 신문소설을 지금 읽는다는 기분으로 감상한다면 현재와 다르지 않은 동시대 상황을 읽을 수 있으리라 보며, 이 책을 이런 의미에서 발견하는 독자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책 속으로

**≪마음≫, 296∼298쪽

K로부터 들은 고백을 아주머니에게 전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아니요”라고 해 버린 뒤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불쾌했습니다. 나는 K에게 특별히 부탁받은 일도 없었기에 할 수 없이 K에 관한 얘기는 아니라고 고쳐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래요?” 하고는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돌연 “아주머니, 딸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내가 예상한 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 대답을 못하고 내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일단 말을 꺼낸 나는 아무리 아주머니가 빤히 쳐다보더라도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주십시오! 꼭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제발 제 아내로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연륜이 있는 만큼 나보다는 훨씬 침착하더군요. “주는 건 좋은데,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곧바로 “빨리 맞이하고 싶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아주머니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생각한 것인가요?” 하고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말은 갑작스럽게 꺼냈지만 생각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어 번 문답이 오갔는데 그건 잊어버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남자처럼 화통하고 보통 여자와는 달라서 이런 경우에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좋아요, 딸을 드리지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드리겠다고 말할 처지도 아닙니다. 부디 그렇게 해 주세요. 알고 계시는 대로 아버지 없는 불쌍한 아이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나중에는 아주머니 쪽에서 부탁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 15분도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아주머니는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친척들과 의논해 볼 필요도 없고 나중에 알려 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의향조차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더군요. 그런 점에서는 많이 배운 내가 오히려 형식에 구애받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내가 친척들은 그렇다 쳐도 본인에게는 미리 말해서 승낙을 받는 것이 순서일 거라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괜찮아요. 본인이 싫다고 할 사람한테 내가 딸을 보낼 리 없으니까요”라고 했습니다.


☑ 지은이 소개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유신 1년 전인 1867년 도쿄에서 태어나서 1916년 ≪명암≫을 집필하던 중 위궤양 내출혈로 사망하였다. 즉 메이지 시대와 함께 49년의 생을 살았다. 1893년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교사 생활을 거쳐서 1900년 문부성 장학생으로 2년간 영국 유학을 하였다. 유학 중 선진 문명에 열등감과 고독을 느낀 소세키는 ‘자기 본위’라는 명제를 안고 귀국하여 도쿄대와 제일고등학교에서 ‘문학론’을 강의하였으며, 39세인 1905년 처녀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발표로 호평을 얻은 뒤에 1907년부터 ≪아사히신문≫ 전속 작가로 본격적인 신문소설을 연재하게 된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40대의 10년간 쓴 것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 ≪도련님≫(1906), ≪풀베개≫, ≪우미인초≫(1907), ≪산시로≫(1908), ≪그 후≫(1909), ≪문≫(1910), ≪피안 지나기까지≫, ≪행인≫(1912), ≪마음≫(1914), ≪한눈팔기≫(1915)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김숙희(金淑姬)는 한국외대 일본어과 강사다. 이화여대를 나와서 한국외대 일본어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분야는 일본 근대문학이며 나쓰메 소세키를 연구했다. 최근의 작업으로는 논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문학과 힐링>(≪한국일본언어문화학회≫ 제25권, 2013. 9)과 번역서 ≪피안 지나기까지≫ 등이 있다.


☑ 목차

제1부 선생님과 나
제2부 부모님과 나
제3부 선생님과 유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4년 9월 2일 화요일

가사이 젠조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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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가사이 젠조 단편집(葛西善藏 短篇集) 
지은이 : 가사이 젠조(葛西善藏)
옮긴이 : 명성룡
분야 : 일본 소설
출간일 : 2012년 5월 15일
ISBN : 978-89-6680-348-4 00830
가격 : 14800원
A5 / 무선제본 / 146쪽





☑ 책 소개

일본에서 사소설 대표 작가 가사이 젠조의 초기·중기·후기의 대표작. 

작가의 직접적인 생활 체험과 그러한 생활 속에서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심정을 묘사해 낸 자전적 빈고(貧苦) 묘사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설 네 작품을 실었다. <애절한 아버지>, <어린 자식을 데리고>,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 <호반수기>에는 무능력한 가장으로서의 번뇌와 예술에 대한 고뇌와 집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근대 작가의 삶과 예술, 진솔함 속에 빠질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애절한 아버지(哀しき父)>는 1912년 9월 기세키파(奇蹟派)의 동인지 ≪기세키(奇蹟)≫에 발표한 가사이의 처녀작이며 초기 대표작이기도 하다.

가난 때문에 처자식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병자뿐인 장마철의 음침한 변두리 하숙방에서 홀로 고독한 하숙 생활을 하면서, 무능한 아버지로서의 절망과 어린 자식에 대한 번뇌 때문에 괴로워하는 무명 시인이 마지막 부분에서 각혈하는 장면을 통해 가족생활과 어린 자식에 대한 애집(愛執)을 떨쳐버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애절한 심리적 갈등과 비애를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무명 시인 ‘그’의 모습을 통해 가사이 자신의 예술과 실생활의 이율배반적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애절한 아버지>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가사이 문학의 출발점인 동시에 종착점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子をつれて)>는 1918년 3월 잡지 ≪와세다분가쿠(早稻田文學)≫에 발표한 작품으로, 중기 대표 작품이다. 무능하고 가난한 작가 오다(小田)는, 월세가 밀린 탓에 집주인의 대리인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재촉에 시달리고, 친정에 돈을 빌리러 간 아내는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철없는 어린 자식을 데리고 하룻밤 잠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가사이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갈 데도 없고, 수중에는 몇 푼 되지 않는 돈이 전부인 딱한 처지에 놓여 있으면서도, 후미진 술집에서 ‘감흥을 잃어버린 예술가의 악생활(惡生活)’을 탄식하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한편, 새우튀김이 먹고 싶다고 조르는 철부지 아이에게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주문해서 먹으라고 호기를 부리는 애절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예술과 실생활의 이율배반과 어린 자식에 대한 애정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椎の若葉)>은 1924년 7월 잡지 ≪가이조(改造)≫에 발표한 후기 작품이다. 장마가 갠 오전,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생기 가득하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실수투성이 삶을 반성하는 주인공의 서글픈 모습이, 생명감 넘치는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고향에서 어린 자식들을 돌보며 가련한 여자의 일생을 보내고 있는 아내를 저버리고 오세이(おせい)와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경위와 변명으로 작품은 시작된다. 오세이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간 가마쿠라(鎌倉)에서의 행적과 취중 난동 등의 사건, 그리고 과거 가마쿠라 은둔 시절, 사춘기 장남의 뜻밖의 비행 사건과 그 해결 과정 및 지진 경험 등의 회상을 통하여, 고단한 삶에 지쳐버린 주인공의 절망적인 심정과 더불어 생의 본능과 욕망을 솔직하게 고백한 작품이다. 

<호반 수기(湖畔手記)>는 1924년 11월 잡지 ≪가이조≫에 발표한 작품으로, 가사이 젠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거녀인 오세이와 심하게 다투고 닛코의 유모토 온천으로 도망치듯 온 가사이가, 그의 예술적인 삶을 위해 여자로서뿐만 아니라 아내로서도 철저히 버림받고 희생당한 아내에 대해 사죄하는 심정으로 쓴 작품으로, 시적 애수미가 절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후기 대표작인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과 <호반 수기>는 작가 자신이 원고지에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제삼자가 받아 적게 한 구술(口述) 작품으로, 문체의 혼용과 정리되지 않은 구성 등 형식적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가사이 자신의 취중 넋두리와도 같은 진솔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1974년 분센도(文泉堂)판 ≪가사이 젠조 전집(葛西善藏全集)≫을 저본으로, 초기·중기·후기의 대표 단편 네 편을 번역한 것이다.



☑ 책 속으로


そして常にこまかい物事に對しても、ある宿命的な暗示をおもふことに慣らされて居る彼には、その毛蟲の動靜で自然と天候の變化が豫想されるやうにも思はれて行くのであつた。孤獨な彼の生活はどこへ行つても變りなく、淋しく、なやましくあつた。そしてまた彼はひとりの哀しき父なのであつた。哀しき父−彼は斯う自分を呼んでゐる。

어느 사이엔가 하찮고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어떤 숙명적인 암시와 연관 짓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그에게는, 쐐기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자연스럽게 날씨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고독한 그의 생활은 그 어디를 가나 변함이 없고 외로웠으며,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애절한 아버지였다. 애절한 아버지−그는 자신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애절한 아버지> 중에서 



☑ 지은이 소개


가사이 젠조(葛西善藏, 1887∼1928)

가사이 젠조는 1887년 1월 16일 아오모리 현(靑森縣)에서 출생했다. 1908년 3월 히라노 쓰루(平野つる)와 결혼한 직후, 단신으로 도쿄로 와서 도쿠다 슈세이(德田秋聲)의 문하생이 되어 작가 지망을 결의하게 되었다. 1909년 5월 장남 료조(亮三)가 태어났으나 경제적 곤란 때문에 처자식과 함께 지내는 날보다는 홀로 도쿄에서 하숙 생활을 하며 지내는 날이 많았다. 1912년 히로쓰 가즈로(廣津和郞) 등과 함께 동인지 ≪기세키≫를 창간하여, 여기에 처녀작 <애절한 아버지>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가사이 젠조는 ‘문예를 위해서는 자신은 물론, 자신에게 부수된 그 어떠한 것도 희생시키고 싶다’, ‘생활 파산, 인간 파산, 그로부터 나의 예술 생활이 시작된다’라는 예술적 신념 때문에, ‘인생의 상식과 인간 생활의 규약을 무시한 작가’, ‘가장 철저하게 집도 현실도 무시한 채 협소한 에고이즘에 살았던 작가’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사이 젠조 스스로가 1912년 3월 6일 친구 후나키(船木重雄)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문학도 삶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다시금 가정인(家庭人)이 되고 싶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가정이 그립다”라고 고백하고 있고, 1925년에 발표한 <약자(弱者)>에서 자신은 “일본적인 전통주의자이며, 가족주의자”라고 고백하고 있듯이, 그는 일본 근대 문학자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집[家]’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정애(情愛)에 찬 가족생활을 동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는 가정인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 비련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쓰가루(津輕) 출신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는 그의 작품 <원숭이 가면을 쓴 자(猿面冠者)>(1934)에서 “가사이 젠조, 현재 일본에서 가장 불운한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zenzo kasai, one of the most unfortune japanese novelist at present)”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사이 젠조가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1912년부터 1928년까지로 비교적 짧지만, 1912년 처녀작 <애절한 아버지>부터 1917년 <설녀(雪をんな)>까지(초기)는 비교적 ‘자기 및 주위를 정관(靜觀)한 시기’로, 1918년 <어린 자식을 데리고>부터 1922년에서 1923년까지의 제2기(중기)는 ‘자기 및 주위를 가열(苛烈)한 시선으로 바라본 시기’로,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1924), <호반 수기>(1924), <취광자의 독백(醉狂者の獨白)>(1927) 등을 쓴 제3기(말기)는 ‘자학적 정신을 발휘하지 않고 체관(諦觀)의 심정으로 자기를 응시하게 된 시기’로 구분된다.

가사이 젠조 작품의 특색을 정의하자면, 빈고(貧苦)와 병고(病苦), 일가 이산(一家離散) 등 가사이 자신의 직접적인 생활 체험 속에서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나’의 심정을 묘사해 낸 자전적 빈고 묘사의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가족생활에 대한 위기의식과 절망감은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작가로서의 삶 그 자체를 암울하고 비극적으로 만들었으며 가사이 문학을 형성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성적인 천식과 폐결핵,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며 무능한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작가로서의 일생을 보낸 가사이 젠조는 1928년 6월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사죄(お詫び)>라는 작품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23일 41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대표작으로는 <어린 자식을 데리고>(1918), <불량아(不良兒)>(1919), <어두운 방 안에서(暗い部屋にて)>(1920),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1924), <호반 수기>(1924), <취광자의 독백(醉狂者の獨白)>(1927)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명성룡

명성룡(明聖龍)은 1989년 인하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학과에서 <가사이 젠조(葛西善藏)론−애절함(哀しさ)과 두려움(恐しさ)이라고 하는 심정 표현을 중심으로>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7년 동 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5년부터 한서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가사이 젠조 소고−작품에 나타난 ‘가(家)’에 대한 의식을 중심으로>, <가사이 젠조(葛西善藏) 소고−작품에 나타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중심으로>, <가사이 젠조 소고−시가 나오야와의 비교를 통한 문체상의 특징>, <일본 근대 사소설 연구−감정 표현상의 특징을 중심으로> 등 가사이 젠조에 관한 작가론 및 작품론, 일본 근대 사소설 연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 목차


애절한 아버지

어린 자식을 데리고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

호반 수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모리 오가이 단편집(森 鷗外 短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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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오가이 단편집(森 鷗外 短篇集)
모리 오가이(森 鷗外) 지음 / 손순옥 옮김
분야 : 일본 소설
출간일 : 2012년 6월 1일
ISBN : 978-89-6680-369-9 00830
18000원 /  A5 제본 / 193쪽




☑ 책 소개

모리 오가이의 초기 삼부작이라고 불리는 <무희(舞姬)>, <마리 이야기>, <아씨의 편지>와 함께 <인신매매 산쇼 다유>, <최후의 한마디>를 소개한다. 이 다섯 작품은 모두 스무 살 미만의 자아가 투철한 소녀가 주인공이다. 주인공들의 생동감이 넘치며 능동적인 모습을 통해 오가이의 긍정적인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모리 오가이의 단편소설 다섯 편, 즉 1890년 발표된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 <무희(舞姬)>, 같은 해에 발표된 <마리 이야기>, 이듬해에 발표된 <아씨의 편지>, 1915년 발표된 <인신매매 산쇼 다유>와 <최후의 한마디>를 묶은 것이다.
작가 오가이(鷗外)는 19세에 도쿄대학 의학부를 최연소로 졸업하고 육군에 들어가 군의(軍醫)가 된다. 그 후 22세에 독일 유학을 떠나 위생학 공부를 하고, 26세 때인 1888년에 귀국, 군의로서 업무를 계속하는 한편 다채로운 문학 활동을 벌인다. 초기 삼부작(三部作)이라고 불리는 <무희(舞姬)>, <마리 이야기>, <아씨의 편지>는 바로 이때의 작품으로 독일이 안겨준 선물이라고도 칭해진다. 이 세 작품은 독일 생활에 젖어가는 일본인 청년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話者)로 등장하지만 내용의 중심인물은 모두 아리땁고 조숙한 소녀들이다. 19세기 말의 고풍스러운 독일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들 작품에는 당시의 독일 소녀들이 갖고 있던 순수하고 애틋한 정서가 담겨 있어, 독특한 색깔의 낭만적 분위기에 잠기게도 한다. 오가이는 이 세 작품으로 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고, 일본 문단에 낭만주의를 불어넣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삼부작이 오가이가 20대에 쓴 것인 반면,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작가의 나이 53세 때 작품이다. 삼부작과 마찬가지로 <인신매매 산쇼 다유>와 <최후의 한마디>도 역시 어린 소녀들이 이야기의 핵심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다. 앞의 작품이 독일이 무대였던 것과는 달리,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그 배경이 헤이안 시대(794∼1192)고, <최후의 한마디>는 에도 시대(1603∼1867)다. <인신매매 산쇼 다유>는 안주가 어머니, 남동생, 하녀와 함께 쓰쿠시로 간 후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를 찾아 집을 나섰다가 인신매매꾼에 속아 어머니와 헤어지고 동생과 함께 산쇼 다유의 저택으로 끌려와 노비가 되어 지내게 되는 이야기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이 책에 실린 오가이의 다섯 작품은 모두 스무 살 미만의 어린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녀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자아가 투철하다. 귀족인 이다 아가씨는 물론이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가련한 소녀들도 비굴한 데가 없이 고결하고 당당하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으면서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줄 아는 판단력과 함께 자기주장을 행동으로 옮기는 개성이 돋보인다. 오가이와 나란히 언급되면서 늘 비교가 되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여주인공들이 대부분 단조롭고 수동적인 것에 비해 오가이의 그녀들은 생동감이 넘치며 능동적인 것도 흥미롭다.
오가이는 남성들이 지배했던 사회의 모순이나 부당한 권위 등을 현명한 여성을 그려내어 고발하고 있는가 하면, <마리 이야기>에서 보듯이, 국왕의 횡사에는 신문이나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고 떠들어대지만 같은 시각에 죽은 불쌍한 소녀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는 이가 없었다”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들 작품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고전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를 원하면서, 천재이면서도 성실한 오가이를 길러냈던 어린 날의 교양 있는 할머니와 대단히 다부졌던 어머니의 애정과 교육이 그의 여성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 책 속으로

「… されど人生いくばくもあらず。うれしとおもう一弾指の間に、口張り開けて笑わずば、のちにくやしくおもう日あらん」かくいいつつかぶりし帽を脱ぎ捨てて、こなたへふり向きたる顔は、大理石脉に熱血おどるごとくにて、風に吹かるる金髪は、首うち振りて長く嘶ばゆる駿馬の鬣に似たりけり。「きょうなり、きょうなり。きのうありてなにかせん。あすも、あさてもむなしき名のみ、あだなる声のみ」

“…그렇지만 인생은 얼마 되지 않아요. 기쁘다고 생각한 순간에 입을 크게 벌리고 웃지 않으면 나중에 억울하게 생각할 날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버렸다. 이쪽을 향해 돌아보는 얼굴은 대리석혈관에 뜨거운 피가 춤추는 것 같았고, 바람에 날리는 금발은 목을 세차게 흔들며 길게 우는 준마의 갈기를 연상케 했다. “오늘입니다. 오늘이 있을 따름이에요. 어제가 무슨 소용 있어요, 내일도 모레도 공허한 이름뿐, 부질없는 소리일 뿐이에요.”


☑ 지은이 소개

모리 오가이(森 鷗外, 1862∼1922)
모리 오가이는 1862년 현재의 시마네 현(島根縣) 서부에 속하는, 옛 이름으로는 이와미(岩見) 지방의 쓰와노(津和野)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번주(藩主)의 시의(侍醫)였다. 장남으로 태어난 오가이의 본명은 린타로(林太郞)로,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하는 연날리기나 팽이치기도 못 해보고 어려서부터 독서에 몰두해야만 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훈육으로 만 다섯 살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1km나 떨어진 곳에 가서 ≪논어≫와 ≪맹자≫를 배웠으며 여덟 살부터는 한적(漢籍)을 익히며, 아홉 살쯤부터는 아버지를 통해 의학 서적을 공부하기 위해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배우는 등, 유·소년기부터 매우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1872년 열 살 되던 해에는 친척인 니시 아마네(西周)의 권유로 도쿄로 올라와 독일어를 배운다. 아마네는 일본 최초의 네덜란드 유학생으로서 법률과 철학을 배워 메이지 정부에서 일했던 지식인 관료 겸 학자였다. 아마네의 집에서 5년이나 거처하며, 나이를 속이고 도쿄대학 의학부에 입학한 오가이는 19세에 최연소로 졸업한다.
졸업 후 육군 군의로 채용된 오가이는 1884년 스물 두 살 되는 해에 육군성(陸軍省)의 명령으로 독일로 유학을 가, 위생학을 연구하는 한편 문학과 미술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공부에 열중한다.
1888년에 귀국해 군의학교(軍醫學校) 교관이 된다. 그 이듬해부터는 번역 시집 ≪모습(於母影)≫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문(文)과 무(武)의 두 가지 길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외국의 문학 사상이나 예술 이론을 일본에 소개함과 동시에 ≪파우스트≫를 비롯한 많은 작품을 번역해 일본 문학자들을 자극하며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시, 소설, 평론, 미술, 단가, 번역 등 다방면에 걸쳐 지대한 공헌을 한 오가이는 일본 근대 문학의 제일인자였다고 할 수 있다.
의학계에도 신풍을 일으키는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무(武)의 길에서도 육군군의학교 교장을 거쳐 군의총감이라는 최고의 지위에 올랐던 그는 1916년 35년간의 군의 생활을 마치고, 여생은 제실박물관총장(帝室博物館總長), 제국미술원장(帝國美術院長) 등으로 지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1922년 이승을 떠날 때, 일체의 세간의 명예나 칭호를 거부하며 ‘나는 이와미 태생 모리 린타로로서 죽으려 한다’고 친구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도쿄도 미타카(東京都三鷹) 젠린지(禪林寺)에 있는 오가이의 유택(幽宅)에는 간단히 ‘모리 린타로 묘(森林太郞墓)’라고만 새겨져 있다. 모든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놓고 산뜻하게 저승으로 이사를 간 맑은 영혼이 느껴진다.


☑ 옮긴이 소개

손순옥(孫順玉)
1968년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에 들어가 일본어를 배웠다. 1974년부터 대학원에서 일문학을 전공하기 시작해 1975년 도쿄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에서 연구하고 돌아와, 1976년 나쓰메 소세키와 춘원 이광수의 소설 비교 연구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중앙대학교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해 1994년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正岡子規의 ‘寫生’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메이지 시기의 일본 지식인과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1989년 도쿄대학교 객원 연구 교수를 지냈으며, 중앙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 및 한국 일본언어문화학회 회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正岡子規의 詩歌와 繪畵≫(중앙대학교 출판부, 1995), ≪子規の現在≫(공저, 增進會出版社, 2002),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공저, 현대문학, 2005), ≪조선통신사와 치요조의 하이쿠≫(한누리미디어, 2006) 등이 있으며, 번역으로는 ≪明治維新과 日本人≫(예하, 1989),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선≫(민음사, 1998), ≪어느 날 아침 미쳐버리다(吉增剛造詩選集)≫(들녘, 2004) 등이 있다. 그 밖에도 <森 鷗外의 ‘阿部 一族’ 考察>등을 비롯한 많은 논문이 있다.


☑ 목차

무희(舞姬)

마리 이야기

아씨의 편지

인신매매 산쇼 다유

최후의 한마디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2년 8월 2일 목요일

가사이 젠조 단편집(葛西善藏 短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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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이 젠조 단편집(葛西善藏 短篇集)
가사이 젠조(葛西善藏) 지음 /  명성룡 옮김
분야 : 일본 소설
출간일 : 2012년 5월 15일
ISBN : 978-89-6680-348-4 00830
14800원 /  A5 제본 / 146쪽

☑ 책 소개


일본에서 사소설 대표 작가 가사이 젠조의 초기·중기·후기의 대표작.
작가의 직접적인 생활 체험과 그러한 생활 속에서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심정을 묘사해 낸 자전적 빈고(貧苦) 묘사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설 네 작품을 실었다. <애절한 아버지>, <어린 자식을 데리고>,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 <호반수기>에는 무능력한 가장으로서의 번뇌와 예술에 대한 고뇌와 집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근대 작가의 삶과 예술, 진솔함 속에 빠질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애절한 아버지(哀しき父)>는 1912년 9월 기세키파(奇蹟派)의 동인지 ≪기세키(奇蹟)≫에 발표한 가사이의 처녀작이며 초기 대표작이기도 하다.
가난 때문에 처자식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병자뿐인 장마철의 음침한 변두리 하숙방에서 홀로 고독한 하숙 생활을 하면서, 무능한 아버지로서의 절망과 어린 자식에 대한 번뇌 때문에 괴로워하는 무명 시인이 마지막 부분에서 각혈하는 장면을 통해 가족생활과 어린 자식에 대한 애집(愛執)을 떨쳐버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애절한 심리적 갈등과 비애를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무명 시인 ‘그’의 모습을 통해 가사이 자신의 예술과 실생활의 이율배반적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애절한 아버지>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가사이 문학의 출발점인 동시에 종착점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子をつれて)>는 1918년 3월 잡지 ≪와세다분가쿠(早稻田文學)≫에 발표한 작품으로, 중기 대표 작품이다. 무능하고 가난한 작가 오다(小田)는, 월세가 밀린 탓에 집주인의 대리인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재촉에 시달리고, 친정에 돈을 빌리러 간 아내는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철없는 어린 자식을 데리고 하룻밤 잠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가사이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갈 데도 없고, 수중에는 몇 푼 되지 않는 돈이 전부인 딱한 처지에 놓여 있으면서도, 후미진 술집에서 ‘감흥을 잃어버린 예술가의 악생활(惡生活)’을 탄식하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한편, 새우튀김이 먹고 싶다고 조르는 철부지 아이에게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주문해서 먹으라고 호기를 부리는 애절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예술과 실생활의 이율배반과 어린 자식에 대한 애정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椎の若葉)>은 1924년 7월 잡지 ≪가이조(改造)≫에 발표한 후기 작품이다. 장마가 갠 오전,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생기 가득하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실수투성이 삶을 반성하는 주인공의 서글픈 모습이, 생명감 넘치는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고향에서 어린 자식들을 돌보며 가련한 여자의 일생을 보내고 있는 아내를 저버리고 오세이(おせい)와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경위와 변명으로 작품은 시작된다. 오세이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간 가마쿠라(鎌倉)에서의 행적과 취중 난동 등의 사건, 그리고 과거 가마쿠라 은둔 시절, 사춘기 장남의 뜻밖의 비행 사건과 그 해결 과정 및 지진 경험 등의 회상을 통하여, 고단한 삶에 지쳐버린 주인공의 절망적인 심정과 더불어 생의 본능과 욕망을 솔직하게 고백한 작품이다.
<호반 수기(湖畔手記)>는 1924년 11월 잡지 ≪가이조≫에 발표한 작품으로, 가사이 젠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거녀인 오세이와 심하게 다투고 닛코의 유모토 온천으로 도망치듯 온 가사이가, 그의 예술적인 삶을 위해 여자로서뿐만 아니라 아내로서도 철저히 버림받고 희생당한 아내에 대해 사죄하는 심정으로 쓴 작품으로, 시적 애수미가 절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후기 대표작인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과 <호반 수기>는 작가 자신이 원고지에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제삼자가 받아 적게 한 구술(口述) 작품으로, 문체의 혼용과 정리되지 않은 구성 등 형식적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가사이 자신의 취중 넋두리와도 같은 진솔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1974년 분센도(文泉堂)판 ≪가사이 젠조 전집(葛西善藏全集)≫을 저본으로, 초기·중기·후기의 대표 단편 네 편을 번역한 것이다.



☑ 책 속으로

そして常にこまかい物事に對しても、ある宿命的な暗示をおもふことに慣らされて居る彼には、その毛蟲の動靜で自然と天候の變化が豫想されるやうにも思はれて行くのであつた。孤獨な彼の生活はどこへ行つても變りなく、淋しく、なやましくあつた。そしてまた彼はひとりの哀しき父なのであつた。哀しき父−彼は斯う自分を呼んでゐる。

어느 사이엔가 하찮고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어떤 숙명적인 암시와 연관 짓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그에게는, 쐐기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자연스럽게 날씨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고독한 그의 생활은 그 어디를 가나 변함이 없고 외로웠으며,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애절한 아버지였다. 애절한 아버지−그는 자신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애절한 아버지> 중에서


☑ 지은이 소개

가사이 젠조(葛西善藏, 1887∼1928)
가사이 젠조는 1887년 1월 16일 아오모리 현(靑森縣)에서 출생했다. 1908년 3월 히라노 쓰루(平野つる)와 결혼한 직후, 단신으로 도쿄로 와서 도쿠다 슈세이(德田秋聲)의 문하생이 되어 작가 지망을 결의하게 되었다. 1909년 5월 장남 료조(亮三)가 태어났으나 경제적 곤란 때문에 처자식과 함께 지내는 날보다는 홀로 도쿄에서 하숙 생활을 하며 지내는 날이 많았다. 1912년 히로쓰 가즈로(廣津和郞) 등과 함께 동인지 ≪기세키≫를 창간하여, 여기에 처녀작 <애절한 아버지>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가사이 젠조는 ‘문예를 위해서는 자신은 물론, 자신에게 부수된 그 어떠한 것도 희생시키고 싶다’, ‘생활 파산, 인간 파산, 그로부터 나의 예술 생활이 시작된다’라는 예술적 신념 때문에, ‘인생의 상식과 인간 생활의 규약을 무시한 작가’, ‘가장 철저하게 집도 현실도 무시한 채 협소한 에고이즘에 살았던 작가’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사이 젠조 스스로가 1912년 3월 6일 친구 후나키(船木重雄)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문학도 삶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다시금 가정인(家庭人)이 되고 싶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가정이 그립다”라고 고백하고 있고, 1925년에 발표한 <약자(弱者)>에서 자신은 “일본적인 전통주의자이며, 가족주의자”라고 고백하고 있듯이, 그는 일본 근대 문학자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집[家]’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정애(情愛)에 찬 가족생활을 동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는 가정인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 비련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쓰가루(津輕) 출신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는 그의 작품 <원숭이 가면을 쓴 자(猿面冠者)>(1934)에서 “가사이 젠조, 현재 일본에서 가장 불운한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zenzo kasai, one of the most unfortune japanese novelist at present)”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사이 젠조가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1912년부터 1928년까지로 비교적 짧지만, 1912년 처녀작 <애절한 아버지>부터 1917년 <설녀(雪をんな)>까지(초기)는 비교적 ‘자기 및 주위를 정관(靜觀)한 시기’로, 1918년 <어린 자식을 데리고>부터 1922년에서 1923년까지의 제2기(중기)는 ‘자기 및 주위를 가열(苛烈)한 시선으로 바라본 시기’로,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1924), <호반 수기>(1924), <취광자의 독백(醉狂者の獨白)>(1927) 등을 쓴 제3기(말기)는 ‘자학적 정신을 발휘하지 않고 체관(諦觀)의 심정으로 자기를 응시하게 된 시기’로 구분된다.
가사이 젠조 작품의 특색을 정의하자면, 빈고(貧苦)와 병고(病苦), 일가 이산(一家離散) 등 가사이 자신의 직접적인 생활 체험 속에서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나’의 심정을 묘사해 낸 자전적 빈고 묘사의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가족생활에 대한 위기의식과 절망감은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작가로서의 삶 그 자체를 암울하고 비극적으로 만들었으며 가사이 문학을 형성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성적인 천식과 폐결핵,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며 무능한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작가로서의 일생을 보낸 가사이 젠조는 1928년 6월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사죄(お詫び)>라는 작품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23일 41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대표작으로는 <어린 자식을 데리고>(1918), <불량아(不良兒)>(1919), <어두운 방 안에서(暗い部屋にて)>(1920),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1924), <호반 수기>(1924), <취광자의 독백(醉狂者の獨白)>(1927)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명성룡
명성룡(明聖龍)은 1989년 인하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학과에서 <가사이 젠조(葛西善藏)론−애절함(哀しさ)과 두려움(恐しさ)이라고 하는 심정 표현을 중심으로>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7년 동 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5년부터 한서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가사이 젠조 소고−작품에 나타난 ‘가(家)’에 대한 의식을 중심으로>, <가사이 젠조(葛西善藏) 소고−작품에 나타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중심으로>, <가사이 젠조 소고−시가 나오야와의 비교를 통한 문체상의 특징>, <일본 근대 사소설 연구−감정 표현상의 특징을 중심으로> 등 가사이 젠조에 관한 작가론 및 작품론, 일본 근대 사소설 연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 목차

애절한 아버지

어린 자식을 데리고

모밀잣밤나무의 어린잎

호반 수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2년 7월 25일 수요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芥川龍之介 短篇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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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사상적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전·중·후기의 대표 작품 세 편. 자신의 딸이 화마에 휩싸인 순간에도 그림에만 몰두하는 지독한 열정의 화가 요시히데와, 파업을 일으킬 경우 모두 죽여 그 고기를 먹어버리는 ‘갓파’ 세상의 모습 등을 통해, 그의 뛰어난 예술적 상상력과 패러디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인 문학상의 이름으로 회자되며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옥변(地獄變)>(1918)은 전기의 대표작이다. 이 시기는 일본의 고전에서 제재를 얻어와 패러디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도 일본 중세(13세기 초) 설화집 ≪우지슈이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에서 제재를 따왔지만, 한편으로 보면 젊은 아쿠타가와 자신의 예술가선언이라 할 수도 있다. 예술과 인생과 정치권력의 삼자 대립 구도를 설정하여, 예술적 승리를 구가하는 예술가의 장엄한 삶을 재창조하고 있다. 자연주의 전성기에 데뷔하여 기성 비평가에게 적지 않게 비판을 받기도 했던 작가의 초기 예술관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예술의 승리인가 패배인가의 문제, 딸과 영주와 아버지의 욕망의 삼각구도에 대한 정의, 그리고 딸을 범한 자가 영주인가 아버지인가에 대한 답도 주어져 있다. 아쿠타가와는 자살 직전의 자전적 단편 <하구루마(歯車, 톱니바퀴)>에서 주인공 요시히데(良秀)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중첩시키고 있다.

<무도회(舞踏會)>(1920)는 중기의 대표작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예술과 생활의 이항대립적 구도를 지양하고자 하는 진지한 고민이 결말 부분의 찰나적 폭죽에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도회장과 아키코(明子)라는 인물은 다름 아닌 서구 근대를 그대로 모방하는 일본 근대를 희화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아쿠타가와가 <지옥변>과 같은 예술지상주의적 태도를 서서히 지양하는 과도기적 작품 중 하나이자, 중기에 집중적으로 보이는 개화물(開化物)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프랑스 장교는 실존하는 인물로, 그의 일본 체험을 통해 나온 문장들을 참고하여 완성한 귀여운 단편 중 하나다.

<갓파(河童)>(1927)는 작가 스스로가 ‘걸리버풍 이야기’라고 고백하고 있듯이, 여러 서구 문학의 수용 양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걸리버 유의 작품들이 가지는 풍자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근대 지식인으로서의 고립적 삶과 죽음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자의식의 도식을 상징적으로 묘출한, 자살 직전의 유서 같은 작품이다. 근대 지식인들의 예술과 인생을 일본 고유의 민속학적 모티프인 갓파(河童)에 빗대어 그리고 있다. 수직적으로 하강하는 지하세계를 이루고 있는 갓파의 나라는 근대 지식인의 인식 세계라 할 수 있으며, 그 지하세계를 모르는 표층적 인간 나라는 다름 아닌 상식을 바로미터로 하여 살아가는 일상적 세계의 상징인 것이다. 갓파를 보느냐 보지 못하느냐에 따라 광인과 동물의 대립성이 설정되는 것은, 중국 근대소설 루쉰(魯迅)의 <광인일기(狂人日記)>와 유사한 면이 있다. 갓파를 보지 못하는 자가 동물도 아니거니와 갓파를 본 자가 광인도 아니라는 이중 부정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적인 니힐리즘으로 맺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이하다. 이 작품은 인물들의 이름이나 여러 설정들을 퀴즈를 풀듯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번역의 원전으로 1987년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전집(芥川龍之介全集)≫을 사용했다.


☑ 책 속으로

其処には丁度赤と青との花火が、蜘蛛手に闇を弾きながら、将に消えようとする所であつた。明子には何故かその花火が、殆悲しい気を起させる程それ程美しく思はれた。
「私は花火の事を考へてゐたのです。我々の生のやうな花火の事を。」
暫くして仏蘭西の海軍将校は、優しく明子の顔を見下しながら、教へるやうな調子でかう云つた。

거기에는 마침 빨갛고 파란 폭죽의 불꽃이 사방팔방으로 방사선처럼 어둠을 가르며 마침 꺼지려는 참이었다. 아키코는 왠지 그 불꽃이 슬플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는 불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인생과 같은 불꽃을.”
잠시 후 프랑스 해군 장교는 아키코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가르치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지은이 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이지파, 국민작가, 청춘의 작가 등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듣는 칭호는 일본 근대문학의 챔피언이다. 하지만 그것도 관점에 따라 시비가 많을 것 같다. 아쿠타가와(芥川)는 1892년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1927년 36세에 도쿄에서 자결했다. 생후 8개월 만에 생모의 정신분열증으로 외가에 맡겨져 양자로 남게 된다. 그러한 기아 및 양자 체험이 그의 예술과 인생의 전반을 결정하게 된다. 타고난 수재형에다 학자형이던 그는 소위 엘리트코스라 불리는 제일고등학교를 거쳐 도쿄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청년 시절 서구 근대문학의 세례를 받게 되고, 예기치 않게 대학 재학 중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에게 극찬을 받아 습작기도 없이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그 후 작가로서의 생은 비록 10여 년에 지나지 않지만, 무려 140여 편이라는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으니 얼마나 치열하게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장편은 물론이거니와 중편마저 쓸 수 없었던 이 단편의 명수는, 작품 대부분이 동서고금 작품들의 패러디로 지적될 정도로 창의성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일찍이 세계 각국에서 평가되어 있을 정도로, 박학한 지식과 스토리에 뛰어난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문학사에 자리 잡고 있다.

아쿠타가와는 탐미주의나 자연주의나 인도주의 같은 사상적 테두리를 싫어했으며, 문학 이념의 벽을 넘어 보편에 닿고자 열망했다. 그는 일본 전통 미학과도 거리를 둔 채 인간 보편의 심리를 추구했는데, 바로 그러한 일반성에 그의 미학의 진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과 생활의 틈바구니에서 그저 멍한 불안 때문이라는 유서만을 남기고 죽고 말았듯이, 그가 구하던 이데아란 오히려 지상에서 아득히 먼 별빛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현재 그의 이름은 가장 권위 있는 신인 작가상의 타이틀로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에게 문학적 세례를 준 것으로 유명하다.


☑ 옮긴이 소개

김명주
김명주(金明珠)는 경상대학교 국어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일본 나라 여자대학(奈良女子大學) 국문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고베 여자대학(神戸女子大學)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주로 한·일 근대문학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 목차

지옥변(地獄變)

무도회(舞踏會)

갓파(河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