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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비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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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비판자
지은이 : 발타사르 그라시안
옮긴이 : 김명희
분 야 : 스페인 소설
출간일 : 2012년 11월 30일
ISBN : 978-89-6680-614-0 03870
12,000원 / A5 무선제본 / 165쪽

☑ 책 소개

스페인 바로크 문학을 대표하는 17세기의 위대한 작가인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대표작으로, 쇼펜하우어가 “이 세상에 나온 가장 훌륭한 책들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바치기도 한 작품이다. 두 주인공이 세상을 여행하는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 면에서 소설적 요소들은 많지 않아 단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철학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수백 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공감하게 되는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 차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비판자≫는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저자의 생애 말년에 1부(1651년), 2부(1653년), 3부(1657년)로 각각 나뉘어 출판되었는데, 이후 평자들은 이 작품을 그라시안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에 나온 가장 훌륭한 책들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바치기도 했다.
≪비판자≫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사상을 소설 형태로 집약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이전까지 출판된 그의 모든 저서들에 나타난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비판자≫는 단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철학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혹은, 그 내용을 기준으로 보아서, 하나의 수상록 혹은 교훈서의 유형으로도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상 이 작품은 두 주인공 안드레니오와 크리틸로가 세상을 여행하면서 겪는 체험들과 그에 대한 의견들을 기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소설적인 스토리 구성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등장인물도 두 주인공을 제외한다면 현실 세계의 인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즉 다양한 추상적 개념들을 의인화한 인물들 혹은 신화나 전설 속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또 이야기가 전개되는 무대도 구체적인 장소로서 특징이 없다. 따라서 그곳에 어느 도시, 어느 지방의 이름을 붙이든 아무 지장이 없는, 보편적 배경으로서 의미가 있는 장소들이다.
이 같은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 전개를 통해 독자를 사로잡는다든지 하는, 이른바 ‘소설적’ 재미가 아니다. ≪비판자≫의 매력은 삶의 전반을 관조하는 작가의 성찰 속에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전광석화처럼 날카롭게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의 예리함과 거침없이 진실을 설파하는 언어의 통렬함에 공감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여운은 단순한 소설적인 재미의 그것보다 훨씬 깊고 오래 남아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비판자≫는 세상과 처음 대면하게 되는 안드레니오라는 젊은이의 눈에 비친 인간 세계를 묘사하는 틀을 취하고 있다. 세상을 처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이야말로 그곳을 가장 객관적으로,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도구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 주인공의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곳이다. 즉 “미덕은 박해를 받고, 악덕은 박수를 받소. 진실은 침묵하고, 거짓이 활개를” 치는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적나라한 풍경이다.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인간은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한 채 오는 것이며 죽음에 이를 무렵에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되니, 미리 알았더라면 결코 이곳에 태어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세계 인식은 한편으로는 그라시안이 살았던 바로크 시대의 전형적인 세계관이기도 하고, 또 더 구체적으로는 이 시기 스페인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이기도 하다. 이전의 르네상스 시대가 중세의 오랜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현세의 인간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했다면, 바로크 시대는 생명의 제반 현상들이 일시적이고 불확실한 미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회의와 불안이 지배한 시기였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팽창했던 국운이 급격하게 쇠락하고 민중의 삶이 지극한 궁핍에 빠지게 되면서 이 같은 비관적인 분위기가 한층 뚜렷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비판자≫에는 발타사르 그라시안이 다른 작가들과 차별되는 고유의 비극적 세계관이 존재한다. 즉 이 시기 여러 문학작품들이 당대 스페인 사회의 어두운 구석들을 현장감 있게 묘사하면서 조국의 아픈 현실을 조망한다면, 그라시안이 제시하는 생의 모순들은 훨씬 더 뿌리가 깊고 근원적이며 해답을 찾기 어려운 인간 존재의 부조리한 상황들이라는 것이다.
총 3부 38장으로 구성된 이 방대한 작품을 통해 그라시안은 일관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을 지배하는 것은 질서라기보다는 혼돈, 정의라기보다는 불의, 기쁨이라기보다는 슬픔과 비탄임을 설파한다. 그에 따르면, 비록 이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가 이 땅을 조화로운 곳으로 만들고자 했어도, 이곳에 사는 인간들은 세상을 부조리로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그라시안이 훗날 염세주의 철학의 대가 쇼펜하우어나 반이성적 생철학의 거장 니체 같은 사상가들에게 존경을 받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할 것이다. 


☑ 책 속으로

미덕은 박해를 받고, 악덕은 박수를 받소. 진실은 침묵하고, 거짓은 활개를 치오. 박식한 자는 책이 없고 무식한 자는 서점들을 통째로 가지고 있소. 책 속에는 현자가 없고, 현자는 책을 내지 않소. 가난한 자의 신중함은 어리석음이 되고 힘 있는 자의 어리석음은 떠받들어지오. 생명을 살려야 할 사람들은 죽음을 주오. 젊은이들은 시들어 가고 늙은이들은 욕정을 되살리오. 법률은 한쪽 눈이 먼 애꾸요.
<6장 세상에 가득 찬 모순> 중에서 


☑ 지은이  소개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1601년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칼라타유드 인근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하층 귀족 가문 출신의 의사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 그의 유년기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그의 다른 형제들이 훗날 신부가 되었고 발타사르 그라시안 자신도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그가 매우 종교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성장했을 것임은 충분히 추정 가능하다.
그라시안은 18세 되던 해인 1619년 예수회 교단에서 사제 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1623년부터는 사라고사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627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칼라타유드에 돌아와 이곳 학교에서 인문학과 문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시기의 교육 경험이 훗날 그가 수사학에 관한 저서를 내는 출발점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630년에 발렌시아로 임지가 바뀐 그라시안은 이곳의 사제들과 상당히 심각한 마찰을 겪게 되었다. 이듬해인 1631년에 레리다, 그리고 1633년에는 간디아로 부임지가 바뀌게 되지만, 발렌시아에서 갈등은 이후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636년 그라시안은 아라곤 지방의 우에스카에 강론 담당 신부로 부임했는데, 이곳에서 첫 저서 ≪영웅론≫을 발간함으로써 작가로서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그라시안은 예수회 사제로서 주로 아라곤과 발렌시아 지방 일대에서 교육, 설교 혹은 고해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개인적인 저술 작업을 계속하다가 1658년에 생애를 마감했다.
1637년에 출판된 첫 저서 ≪영웅론≫은 ‘범속한 대중의 범주를 뛰어넘는 영웅들을 특징짓는 행동 양식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성찰을 담고 있다. ≪영웅론≫은 이보다 조금 앞서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카스틸리오네의 ≪궁정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지만, 이 두 저서들과 차별되는 그라시안 고유의 시각 역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후 그라시안이 발표한 저서들은, 문학 이론서와 종교 교리 책자를 제외하면, 그의 첫 작품에 나타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을 보인다. 즉 1640년에 출간된 ≪정치가≫는 통치자가 지녀야 할 덕목과 행동 규범을, 1646년에 출간된 ≪사려 깊은 자≫는 사회적 성공을 원하는 자가 갖추어야 할 인간적인 덕성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1647년의 저서 ≪사려와 지혜의 책≫은 아포리즘 형식으로 된 일반적인 삶의 지혜를, 그리고 1651년부터 1657년 사이에 3부로 나뉘어 출간된 ≪비판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과 인간 삶의 형태들에 대한 총체적 관찰을 보여 주고 있다.
그라시안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대단히 부정적이어서, 이 세계는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찬 곳이다. 마땅히 성공해야 할 사람은 실패하고 이길 자격이 없는 자가 승리하며, 진실을 말하는 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아첨으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이들일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 이 같은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혹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그라시안이 독자에게 전하는 주된 충고 중 하나는 신중하라는 것이다. 즉 세상의 모순에 섣불리 자신을 던져 항거하지 말고,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 듣되 자신의 생각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것이 그의 전형적인 권고다.
이처럼 세상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그라시안의 세계관이 그가 속한 교단의 종교적 세계관과 충돌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라시안은 첫 작품에서부터 로렌소 그라시안이라는 필명을 사용해 자신을 숨겼지만, 교단에서는 어렵지 않게 그가 실제 저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라시안은 여러 차례 교단의 질책을 피할 수 없었으며, 특히 ≪비판자≫의 발표 이후 그에게 가해진 징계는 이미 약해져 있던 건강을 악화시켜 안타깝게도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 옮긴이 소개

남영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스페인 현대문학을 전공해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교육부 국비유학생으로 스페인 국립마드리드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스페인 현대문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교에 출강하며 스페인, 중남미 관련 언어 및 문학 강의를 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1부
4장 크리틸로의 운명
6장 세상에 가득 찬 모순
11장 다양한 인간형들
12장 안드레니오의 방황

2부
5장 인간의 어리석음
6장 행운과 불운

3부
9장 어디에도 없는 만족
11장 죽음에 관한 의미 있는 성찰
옮긴이에 대해

2012년 3월 16일 금요일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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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스페인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 르네상스 시대 당시 사회의 지도층인 가톨릭 사제들의 위선적 모습을 고발한다. 작가는 그들의 신분과 행동의 불일치에서 오는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미움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로써 오히려 그가 섬긴 성직자들의 비도덕적이고 세속적인 모습을 더욱 부각된다. 르네상스적 인생관과는 충돌하는 주제 때문에 종교재판에서 금서가 되고 판금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가 작자 미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피카레스크 소설’즉 건달 소설의 효시를 통해 스페인적인 문학의 멋과 맛을 경험해 본다.


☑ 출판사 책 소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대부분의 소설들이 약간은 황당무계한 흥미 위주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피카로’ 혹은 ‘피카라’로 불리는 소년이나 소녀가 겪는 여러 가지 삶의 경험들을 통해 당시 사회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데서 언어적 기원을 이룬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그 언어적 연원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이 주인공인 ‘피카로’가 작품의 거의 모든 성격을 지배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거의 모든 경우 일인칭 자전적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여러 일화들이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 일화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 오직 주인공만이 이 일화들을 연결해 주는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변신’과 ‘방황’이 피카로의 주된 특징이 된다. 일인칭 자전적 구조, 로망스 계열의 소설과 대조되는 하층계급 출신의 이른바 ‘반주인공’의 주도적 역할, 여러 부류의 주인과의 만남을 통한 인간의 실상 고발 등이 지배적으로 나타날 때 ‘피카레스크 소설’이라 부를 수 있다.

‘피카레스크 소설’을 결정짓는 제 요소들 대부분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이 작품이 ‘피카레스크 소설’의 효시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에서 정부의 포고령을 큰 소리로 알리며 다니는 라사로가 자신의 과거를 각하라 불리는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편지 형식으로 고백하는 이 소설은 자전적 구조가 갖는 진실성을 잘 나타낸다. 이러한 구조로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전의 소설들이 대부분 왕이나 귀족 등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있는 반면에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은 주인공을 이른바 ‘피카로’라 할 수 있는 천한 신분의 소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의 표현이며 실존적 욕구인 배고픔에 지배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강한 생명력을 느끼고 같은 생명체로서 쉽사리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도덕적인 일을 해야만 했던 주인공에게 강한 동정심을 갖게 된다.

이 소설에 비친 라사리요의 모습은 훗날 본격적인 피카레스크 소설의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어둡고 악하고 부정적인 모습과는 다르다. 비록 그는 인생을 밝은 모습으로 볼 수 없는, 눌리고 억압당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래서 인생을 얼마든지 부정적으로 볼 수 있었지만 그는 결코 인생을 어둡게만 보지 않는다. 그는 그에게 닥친 운명을 거역하지 않고 담담히 맞이한다. 사물을 그대로 수용하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안에서 즐거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 그를 괴롭히는 운명의 횡포에 맞서 싸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통해 받아들이면서 무력화시킨다. 라사리요의 낙천주의적 인생관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라사리요의 눈에 비친 주인의 모습 중에서 두드러지게 부정적으로 그려진 사람은 주로 성직자들이었다. 라사리요의 눈에 비친 이 성직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사명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지 못한 자들이었다. 마세다의 신부는 지독한 구두쇠에다가 이기주의자였고, 메르세드의 수도사는 영적인 일보다는 세속적인 일에 더욱 분주했고, 면죄부 포교사는 사기꾼이었고, 성당의 전속 사제 역시 장사에 몰두했고, 산살바도르 수석사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이들이 비록 일반 대중을 이끄는 지도적인 위치에 있었으나 사람 됨됨이는 라사리요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라사리요보다도 더욱 못한 자들이었다. 따라서≪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은 반승려주의(Anticlericalismo) 소설이다. 물론 이 소설이 나온 시기가 르네상스 시대였음은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종교재판에서 금서 목록에 올려지고 판금 조치를 당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작가의 태도는 비교적 객관적이다. 작가는 라사리요를 통해서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성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힘썼다. 가급적이면 편견을 피하고 복수라든지 증오라든지 하는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하며 그들의 위선적인 행동을 담담히 그려 내고 있다. 이들의 행위에 대한 풍자는 있었지만 독(毒)은 품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방법으로 라사리요에 대한 독자들의 부정적인 판단을 유화시키고, 오히려 그가 섬긴 성직자들의 비도덕적이고 세속적인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교수인 알베르토 블레콰(Alberto Blecua)의 비평본(批評本, edición crítica)인 ≪La Vida de Lazarillo de Tormes y de sus fortunas y adversidades≫(Madrid, Castalia, 1987)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편집자인 블레콰 교수의 해설과 주석을 참조했다.


☑ 책 속으로

Dije entre mí : “Verdad dice éste, que me cumple avivar el ojo y avisar, pues solo soy, y pensar cómo me sepa valer.”

저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이놈 말이 맞아. 이놈이 하는 말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내 갈 길은 내가 찾아가라는 말이야. 그래, 나는 혼자야. 나 외에 그 누구도 나를 도울 수는 없어.’


☑ 옮긴이 소개

최낙원

최낙원은 1954년 전주 출생으로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및 동대학원 스페인어문학과를 졸업한 후, 교육부 파견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스페인으로 향발, 국립 마드리드대학(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수학, <스페인 16세기 가르실라소(Garcilaso de la Vega) 詩 종교적 승화과정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전북대학교 스페인중남미어문학과에서 교편을 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스페인어문학회 부회장, 편집위원장, 전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장, 학생처장,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방문 연구 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가르실라소와 세르반테스>, <세르반테스와 보르헤스>, <스페인 망명시 연구>, <세르반테스 텍스트의 메타픽션적 성격>, <치카노 시에 나타난 정체성 연구> 등이 있고, 역서로 춘향전을 번역한 ≪La Canción de Chun-hiang≫, 편저로 ≪Conexiones de la sociedad coreana y española≫, ≪카탈루냐어ᐨ한국어 사전≫ 등이 있다.


☑ 목차

서문

제1장 라사로가 밝히는 자신의 태생과 삶

제2장 라사로가 한 신부를 만나고서 벌어진 여러 가지 사건들

제3장 라사로가 한 하급 귀족을 만나 그와 더불어 일어난 사건들

제4장 라사로가 어느 메르세드 수도원의 수도사를 만나 그와 더불어 일어난 사건들

제5장 라사로가 어느 면죄부 포교사를 만나게 된 경위와 그와 더불어 일어난 사건들

제6장 라사로가 어느 전속사제를 만나게 된 경위와 그와 더불어 일어난 사건들

제7장 라사로가 포졸을 만나게 된 경위와 그와 더불어 일어난 사건들

해설

옮긴이에 대해